<1>
“안녕하세요, 스뎅튜터입니다.”
스뎅이라고? 그 스뎅?
“네, 그 스뎅입니다. 라면 먹을 때 쓰는 스뎅냄비의 그 스뎅 맞습니다. 빨리 달궈져서 제대로 된 뜨거운 맛을 내죠.”
마지막 말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그런 의미의 어떤 말을 했을 것이다. 아니면 내가 그렇게 이해했던가. 그것이 스뎅튜터님과의 첫 대면이었다.
스뎅튜터님은 본인이 말했던 닉의 의미와는 달랐다. 빨리 달궈져서 상대적으로 빨리 식는 타입이 아니었다. 서서히 달궈지고 절대 식지 않는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 첫 조 OT를 시작으로 “질문하세요”는 그녀의 공식 멘트가 되었다. 심지어 우리가 질문을 하지 않을까봐 그녀는 별도의 시트를 만들어 개개인의 질문을 일단위, 주단위로 체크했다.
“질문하세요”라는 말의 공포가 조금씩 익숙해질 무렵 우리는 튜터링데이를 맞았다. 스뎅튜터님은 사전에 폼을 만들어 ‘질문’을 받았다. 나는 공포스러웠다. 그녀의 “질문하세요”에 귀를 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질문을 할까 몰라서는 아니었다. 너무나도 분명한 질문이 있었는데, 그 질문을 해도 되는지 망설여졌기 때문이다. 그 망설임? 그것을 말하려면 약간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조 OT 직후, 원온원 미팅때였다. 그녀는 다시 질문을 요구했다. 자신을 대문자 F로 새롭게 소개하며 어떠한 질문이라도 좋으니 질문을 달라고 했다. 심지어 연애상담도 가능하다고 했다. 정말로? 어떤 질문도 된다고? 나는 때마침 투자의 방향성을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었던 차였다. 이런 질문도 된다고? 될까? 망설임 끝에 질문을 넣었다. 팔팔 끓는 그 스뎅에 질문을 던졌다. 어떤 요리가 나올지 모르는 채로…
질문을 보내고 잠시 고민에 빠졌다. 투자 방향성과 세금에 대한 나의 질문이 자칫 튜터님을 곤란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가 하는 염려때문이었다. 그래서 질문에 첨언을 했다.
“혹시 이 질문이 튜터님을 곤란하게 만든다면 다른 질문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조마조마하며 기다리던 차… 개인톡으로 스뎅튜터님의 답변이 왔다. 답변은 심플하다 못해 쿨했다.
“괜찮습니다. 제가 파블로님이었다 해도 그 질문을 했을거에요.”
내 조마조마함이 무색할 정도의 커다란 F였다.
“하지만 제가 파블로님의 상황을 정확히 모르니 답변에 제한이 있을 수 있어요. 제가 파블로님 스스로 체크하는데 도움이 되는 글을 소개해 드릴께요. 이것을 바탕으로 먼저 해 보시고 저와 얘기를 나누시죠.”
나의 원온원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구체적인 대화 내용을 여기에 다 실을 수는 없으나 그녀는 진정성있었고 디테일했다. 나는 충분하다고 생각되었는데, 본인이 부족하다고 느낀 대화의 일부는 지인들에게 물어서 보충 설명해주는 노력까지 보여주었다. 정말이었다. 그녀는 질문에 진심이었고 답변에 정성을 들였다. 결코 금새 뜨거워졌다가 식지 않았다. 꺼지지 않는 열정이 스뎅튜터님의 스뎅에는 있었다......
자, 다시 튜터링데이를 앞두고 질문 폼을 받은 시점으로 돌아와 보자. 고민하는 내 폰 속에 스뎅 튜터님이 질문이 있었다.
“튜터링데이 때 나누고 싶은 고민을 말해주세요”
폰 속의 내 답변은 그 질문 끝에서 멈춰있었다. 사실 나는 원온원때 했던 질문을 계속해서 곱씹고 있었던 참이었다. 스뎅튜터님은 그때 CSS복기법을 소개하며 복기를 한번 더 해 보기를 권했었다. 고민만 하고 바쁘다는 핑계로 복기글을 쓰지 않아서였을 것이다, 고민이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았던 것은...... 결코 스뎅튜터님의 튜터링이 부족해서는 아니었다.
“튜터님, 사실 원온원때 드렸던 고민을 아직도 계속하고 있어요.”
<2>
튜터링데이는 특유의 설렘이 있다. 작년 지투실때 처음 겪어봤던 튜터링데이의 설렘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그런데 두번째인 오늘도 특유의 설렘은 여전했다.
총 3개조로 나눠 진행된 튜터링데이는 비교분임과 동시에 이뤄졌다. 나는 마지막조였다. 동료들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분임을 했다. 그러면서도 내 질문에 스뎅튜터님이 어떤 답변을 할지 몰라 몹시 노심초사했다. 생각없이 질문했다고… 질문에 성의가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을까? 내가 성장하지 않고 예전 질문에만 머물러 있어 실망하지는 않았을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B조까지 마치고 마지막조인 우리조 차례가 되었다. 쉬어가는 시간과 겹쳐서 우리조는 근처 카페에서 음료를 마시며 튜터링데이를 진행했다. 딱딱한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스뎅튜터님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비교 임장지 분임해보니 어떠셨어요?”
대문자 F다운 친절하면서도 진정성있는 말문이었다. 우리는 이 질문을 시작으로 봇물이 터지듯 질문과 답변을 오고갔다. 마치 대학생 시절 동아리 모임을 하던 때가 떠오를 만큼 자연스럽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대화가 끝나갈 즈음 스뎅튜터님이 애기했다.
“함께 나눌 수 있는 이야기 외의 이야기는 제가 개인적으로 다시 연락드리도록 할께요.”
시점과 멘트의 정확성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놀라운 것은 스뎅튜터님은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녀는 우리가 던진 질문 하나도 놓지 않았다. 그녀는 식지 않는 스뎅이었다.
이어지는 사임발표시간. 스뎅튜터님은 이번엔 우리끼리 서로 질문과 답변을 주고 받을 수 있도록 유도했다. 우리는 물었고 우리는 답변했다. 역량이 뛰어난 동료의 임보를 보고 주눅이 들었지만, 스뎅튜터님의 질문력덕에 질문할 수 있는 용기가 어느덧 자연스럽게 배어났다. 대문자 F 특유의 친화력으로 하하 호호 하는 분위기를 연출했으나, 그 자연스러움 속엔 분명 명확한 동기부여가 있었고 답변과 지적의 예리함이 있었다. 그래, 이게 튜터링데이의 묘미지. 식지 않는 스뎅에 데워진 뜨끈한 성장 한사발이지.
<3>
식사를 마치고, 발도장을 찍고, 사진을 찍고… 우리는 헤어졌다. 설렘으로 가득한 나의 두번째 튜터링데이가 끝났다. 기분이 좋았다. 맛있는 음식을 먹은 것처럼 신선한 자극에 온몸을 담근 느낌이었다.
그날 밤, 밤 늦도록 나는 튜터링데이때 자극 받았던 동료들의 임보를 복기하고 복기했다. 기분 좋은 고통이었다. 고통과 함께 달콤한 피로감도 함께 왔다. 그 때! 스뎅 튜터님으로부터 톡이 왔다.
“파블로님, 오늘 고생많으셨습니다. 추가적으로 궁금한 것 있으면 언제든 물어봐 주세요.”
그러면서 CSS복기법에 대한 참고글까지 함께 주었다. 스뎅튜터님은 오늘도 식지 않으며 여전히 뜨겁게 “질문하세요”를 외치고 있었다. 그렇게 나로 하여금 질문의 허들을 넘어설 수 있도록 손을 내밀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