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서울 부동산 시장은 최상급지의 경우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고 중급지 이하가 뜨거운 장세임은 대부분의 시장 참여자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만일 이러한 흐름이 계속될 경우 결국 시장은 두 갈래길 앞에 서게 된다. 즉, ① 최상급지의 부진이 아래 급지로 전이되면서 결국 시장 전체가 조정장 내지 하락장의 길을 걸을 것인가, 또는 ② 중급지 이하의 상승세가 결국 상급지도 밀어올리면서 시장 전체가 상승장의 길을 걸을 것인가, 둘 중 어느 쪽으로든 흐르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장세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급지별로 흐름의 차이는 명확하다
우선 최상급지의 지지부진한 흐름.
서울 25개구마다 시가총액 상위 2개 단지들의 국평 평균 실거래가를 분기별로 게재해오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최상급지에 해당하는 강남구와 서초구의 시가총액 상위 4개 단지들은 이미 작년 4분기에 약보합 상태에 접어들었다. 2025년 3분기와 4분기의 국평 평균 실거래가를 보면 압구정 신현대 69.1억 → 65.8억, 대치 은마 41.0억 → 42.2억,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 65.8억 → 61.4억, 반포 자이 49.0억 → 49.3억으로 전반적으로 약보합 상태인 모습이 드러난다. (편의상 해당 단지가 소재하는 동을 단지 앞에 기재했다) 특히 50억 이상 고가 단지는 하락폭이 눈에 띈다.
특별한 정책의 변화가 없었는데도 이미 2025년 4분기에 약보합 상태에 빠졌다는 것은 최상급지가 그동안 다른 지역보다 초과 상승해오면서 상승 동력이 소진되었을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하위 20% 아파트 대비 상위 20% 아파트 매매가 배율도 역대 최대를 갱신하고 있었고, 전세가율도 역대 최저 수준을 갱신하면서 거주 가치와 투자 가치의 괴리가 역대급으로 커진 상황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게 유추가 가능하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는 동남권(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구)이 전반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해당 구의 시가총액 상위 2개 단지의 2025년 4분기와 2026년 2분기 국평 평균 실거래가를 비교해보면 압구정 신현대 65.8억 → 60.3억, 대치 은마 42.2억 → 38.6억,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 61.4억 → 58.5억, 반포 자이 49.3억 → 46.2억, 가락 헬리오시티 29.5억 → 28.2억, 신천 파크리오 29.6억 → 28.4억, 둔촌 올림픽파크포레온 31.0억 → 28.1억, 고덕 그라시움 25.0억 → 24.1억으로 -4% ~ -9% 정도의 하락률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한달간 동남권 매매 매물은 +18%나 늘어난 반면, 서울 동남권 이외 지역의 매매 매물은 +10% 늘어나서 이 역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동남권 매매 매물이 늘어난 것은 보유세 증세에 대한 우려도 있겠지만 장기보유특별공제 개편 영향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즉, 사실상 보유 공제를 단계적으로 없애고 거주 공제로 전환할 뿐 아니라 장기보유특별공제 상한선을 2028년 20억, 2029년 10억으로 축소한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타 지역보다 매매 차익이 큰 동남권이기에 이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매물이 많이 늘어났다고 보여진다.
다음은 중급지 이하의 상승세.
KB부동산에 따르면 2025년 10월부터 12월까지는 4분위(상위 20~40%)가, 2026년 1월부터 5월까지는 3분위(상위 40~60%)가, 6월부터 8월까지는 2분위(상위 60~80%)의 매매가가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완연한 풍선 효과를 엿보게 한다.
일단 중급지 이하는 세제개편안에 따른 보유세 증세 대상에서도 벗어날 뿐 아니라 대출 규제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게다가 3년전부터 시작된 비아파트 공급 급감이 2분위(상위 60~80%)와 1분위(상위 80~100%)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매매가와 전세가 모두 상승을 초래하고 있다.
강남3구 및 용산구를 A, 성동ㆍ마포ㆍ광진ㆍ양천ㆍ영등포ㆍ강동구를 B, 나머지 구를 C로 분류해본다면(부동산114 구별 평당 매매가 순위 기준), 2025년말 대비 2026년 9월초 매매 매물은 A가 +63%, B가 +44% 늘어난 반면 C는 -11% 감소했으며 같은 기간 전세 매물은 A가 -6%, B가 -24%, C가 -20% 감소했다. 상대적으로 중급지 이하의 매매ㆍ전세 매물 감소폭이 크다는 것은 이 지역들의 상승 가능성을 높인다.
이렇듯 최상급지의 지지부진한 흐름과 중급지 이하의 상승세는 당분간 그 추세가 쉽게 바뀌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여기서 관점의 차이가 드러난다. 가령 정부 정책을 옹호하는 일부 전문가는 최상급지의 지지부진한 흐름이 중급지 이하에 전이되어 전체 시장이 하향안정화될 거라고 보고 있다. 또 다른 쪽에서는 중급지 이하의 상승세가 결국 상급지도 밀어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는 과연 어떻게 전개될까.
상급지와 중급지 이하의 흐름이 상이했던 2007~08년과 2019~20년
우선 과거 이와 비슷한 상황이 전개된 것이 언제였을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나는 2007~08년, 그리고 2019~20년이 지금 시장 흐름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2007~08년.
많은 분들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로 중장기 하락장이 시작되었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는 그렇지 않다. 우선 2007년 상반기에 한강 이남의 전세가율이 40% 아래로 떨어지자 매매가 상승도 멈추면서 이미 약보합 상태에 들어섰다. 그러나 한강 이북은 여전히 전세가율이 50% 수준에 있었기 때문에 매매가 상승이 지속되었다. 그러나 2008년 하반기에 한강 이북도 전세가율이 40% 수준에 다다르자 매매가 상승이 멈췄다.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그동안 많이 오른 서울이 하락세에 접어든 것은 맞으나 기준금리를 5.25%에서 2.00%까지 가파르게 내리면서 유동성이 강화된 결과, 반년만에 서울 부동산은 다시 반등하게 되었다. 그러나 전세가율이 여전히 40%를 하회하는 등 고평가 상태임에는 변함이 없던 밸류에이션에 엎친데 덮친격으로 판교, 광교 등 2기 신도시가 입주를 시작하면서 서울 부동산은 다시 하락 전환되었고 2013년까지 하락장이 이어지게 되었다.
2007~08년은 상급지가 먼저 약보합 상태에 놓이고 중하급지가 상승 추세를 유지했음에도 중하급지가 상급지를 밀어올리지 못한 채 함께 중장기 하락장으로 전환한 사례로 남게 되었다.
2019~20년은 어떨까.
2018년 4월부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시행되면서 시장에는 매물이 크게 감소하였고 이로 인해 서울 부동산은 급등하게 되었다. 2019년에 헬리오시티 등 대단지의 입주가 잇따르면서 잠시 약보합 상태에 빠지기도 했던 서울 부동산은 그 이후 다시 급등을 이어나갔는데 보다 못한 정부가 2019년 12월 15억 이상 주택 대출 금지라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규제를 내놓았다.
당시 서울 5분위(상위 0~20%) 아파트 매매가는 17.6억이었기 때문에 15억 이상 주택 대출 금지의 직격탄을 맞게 되었다. 해당 규제가 나오고 6개월간 5분위(상위 0~20%) 아파트는 +2% 오른 데 불과했으나 4분위(상위 20~40%)는 +7%, 3분위(상위 40~60%)는 +8%, 2분위(상위 60~80%)는 +10% 올랐다.
그동안 많이 오른 상급지에 비해 덜 오른 중급지 이하가 키맞추기 상승을 한 셈이 되었다. 그리고 그 이후는 어떻게 되었을까. 중급지 이하의 상승이 상급지를 밀어올리는 모습이 2021년에 연출되었다. 2007~08년과는 다른 모습이 나온 셈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2007~08년과 2019~20년, 어느 쪽과 닮아있을까.
우선 2007~08년과 2019~20년에 유사한 흐름(상급지가 부진하고 중급지 이하가 상승세를 유지한 흐름)이 진행되다가 그 이후에 다른 움직임이 발생한 이유가 무엇일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① 향후 2년간 입주 물량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은 2009~10년 28.5만호였고 2021~22년 35.3만호였다. 2021~22년이 2009~10년에 비해 1.2배 정도 많았던 셈이다. 2019~20년의 뒷구간이 2007~08년의 뒷구간보다 입주 물량이 많았으므로 공급 측면에서는 상승이 보다 어려운 여건이었던 셈인데 결과는 정반대로 나왔으니 이채롭다. 그러나 시장의 흐름이 그렇게 나온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② 전세가율
전세가율은 아시다시피 매매가에서 전세가가 차지하는 비중이다. 전세가가 주택의 사용 가치를, 매매가가 주택의 사용 가치 + 투자 가치를 반영한다고 할 때, 전세가율의 고저(高低)는 사용 가치 대비 투자 가치의 반영 수준, 즉 버블의 크기를 나타낸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데 2008년 12월의 전세가율은 38.7%였고 2020년 12월의 전세가율은 56.1%로 상당히 큰 차이가 있었다. 매매가를 아래에서 지탱해주는 전세가의 힘이 2008년보다 2020년에 훨씬 강했던 셈이다. 2007~08년 이후와 2019~20년 이후의 시장 흐름이 다르게 나온 첫번째 이유다.
③ M1/M2 비율
M1은 현금, 예금 등 바로 현금화가 가능한 돈이며 M2는 M1 + 만기 2년 미만 금융 상품 등 짧은 만기에 묶여있는 돈을 의미한다. 따라서 M1/M2 비율이 높다는 것은 거의 이자를 받지 않고 예치해놓은 금액이 크다는 의미로, 자산 시장에 언제든지 투입될 수 있는 "유동성의 진성 에너지"로 보고 있다. 실제 지난 40여년간 서울 아파트 매매 지수 상승률이 +5%를 상회한 해 대부분의 M1/M2 비율이 29%를 넘었다는 것만 봐도 유의미한 지표로 판단된다. 그런데 2008년 12월의 M1/M2 비율은 26%였고, 2020년 12월의 M1/M2 비율은 38%였다. 2008년말보다 2020년말의 유동성 진성 에너지가 훨씬 컸고 이것이 2007~08년 이후와 2019~20년 이후의 시장 흐름이 다르게 나온 두번째 이유다.
④ 그렇다면 지금은 어느 쪽과 닮아있을까.
우선 2027~28년 입주 물량은 수도권 기준으로 30.2만호로 추정해본다. 2024~25년 수도권 아파트 착공 물량이 30.2만호이기 때문이다. 보통 착공하고 3년 정도 후에 입주한다고 가정했다. 향후 2년간 입주 물량이 30.2만호라면 이는 2009~10년 28.5만호와 2021~22년 35.3만호의 중간 수준 물량이다.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다음은 전세가율. 2026년 8월 기준 전세가율은 50.4%다. 2008년 12월 38.7%보다 2020년 12월 56.1%에 훨씬 가까운 수준이다. 매매가를 아래에서 지탱해주는 전세가의 힘이 2008년말보다 상당히 강한 수준인 셈이다.
마지막으로 M1/M2 비율. 2026년 6월 기준 M1/M2 비율은 33%다. 이 역시 2008년 12월 26%와 2020년 12월 38% 사이에 있으나 좀더 2020년말 쪽에 가깝다. 무엇보다 앞서 말했듯이 서울 아파트 매매 지수가 +5% 이상 상승한 해는 대부분 M1/M2 비율이 29% 이상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2026년 6월 기준 M1/M2 비율 33%도 상당히 높은 축에 속한다고 보는 게 옳다.
위에서 찍어누르는 힘과 아래에서 밀어올리는 힘의 격돌이 예상되는 가운데 공급 물량과 유동성 지표를 비교 종합해보면 현재의 상황은 2007~08년보다 2019~20년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후자의 힘, 즉 아래에서 밀어올리는 힘이 더 강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요한 지점은 다른 데에 있다
사실 2007~08년과 지금 상황이 다른 게 또 하나 있다. 바로 "똘똘한 한 채" 트렌드의 강화다.
2008년 2월에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다주택자 양도세 및 취득록세 중과를 완화하였고 지방 미분양 주택 취득세 감면을 시행하면서 돈의 흐름을 그동안의 상승장에서 소외되면서 저평가된 지방으로 전환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 내내 수도권 부동산은 하락장을 맞이한 반면, 지방 부동산은 상승장을 맞이하였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이후 고착화된 다주택자 규제 강화는 시장의 트렌드를 "똘똘한 한 채"에 집중케 했고 이는 수도권, 특히 서울 일극화 현상에 크게 일조했다. 실제 유주택자 중 다주택자 비중은 감소하고 있다. 2주택자 이상 비중은 전국 기준으로 2017년 27% → 2024년 26%로 감소했고, 서울 기준으로는 28% → 25%로 감소했다. 3주택자 이상 비중은 전국 기준으로 2017년 8% → 2024년 7%로 감소했으며, 서울 기준으로는 9% → 7%로 감소했다. 아마 2025~26년은 더 감소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세제개편안은 1주택자라도 초고가 주택은 규제 대상에 넣은 특징이 있으나 다주택자를 더 강하게 때렸다는 점에서 이명박 정부때처럼 트렌드 변화가 일어나기란 요원해보인다. 정책 기조 변화 없이는 2007~08년 이후 장세처럼 전체가 중장기 하락장으로 전환될 가능성은 낮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반도체 초호황에 따른 대규모 성과급 지급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나 정부 역시 슈퍼 예산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시장에 대한 유동성 공급 규모를 더욱 키우려하고 있다. 그렇다면 초고가 주택의 지지부진한 흐름이 나머지 급지로 전이되면서 전체 부동산 시장이 하락할 것이라고 보는 주장은 정부와 일부 전문가의 희망일 뿐, 그 가능성이 낮아보인다. 한쪽에서는 돈을 풀면서 한쪽에서는 부동산 시장이 하향안정화될 거라는 주장은 이율배반적이기 때문이다. 정책 기조의 파격적인 전환 없이는 서울 일극화 현상은 깰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