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보호 교차로에서 사고는 빨리 가서 나는 게 아니야.
망설이다 제일 나쁜 순간에 들어가서 나.
돈 앞에서도 똑같더라.
그래서 오늘은 하나만 말하고 싶어.
판단은 그 순간에 하는 게 아니라, 그 전에 해두는 거라고.
갈까, 말까
비보호 좌회전 신호 앞에 서 본 적 있지?
맞은편에서 차가 와.
멀어 보이는데, 가도 될 것 같은데.
핸들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
뒤에서는 빵, 하고 재촉하고.
그렇게 1초, 2초.
결국 맞은편 차가 코앞에 왔을 때 핸들을 꺾는 차가 있어.
가장 위험한 순간에.
그 차가 겁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니야.
오히려 겁이 많아서, 너무 오래 고민해서 그래.

망설임의 정체
망설일 때 우리는 '신중하다'고 생각해.
근데 가만 보면 아니야.
기준이 없으니까 결정을 못 하는 거야.
기준이 없으면 결국 누가 결정할까?
상황이 결정해.
뒤차의 경적이, 코앞까지 온 맞은편 차가, 더는 못 기다리겠다는 내 조급함이.
돈도 그래.
시세가 조용할 땐 "좀 더 보자" 하다가,
주변에서 다 샀다는 얘기가 들릴 때 쫓기듯 들어가.
반대로 빠져나와야 할 때는 "조금만 더" 하다가,
제일 아플 때 손을 놓고.
가야 할 때 못 가고, 서야 할 때 못 서는 거야.
운전 잘하는 사람은 교차로 전에 이미 정해
운전 잘하는 사람을 옆에서 보면 신기해.
교차로에 들어서기 전에 벌써 정해 놔.
'맞은편 차가 저 횡단보도를 넘어오면, 이번엔 보낸다.'
‘저 선 안쪽이면 간다.’
그러니까 막상 그 순간이 오면 고민이 없어.
머리가 아니라 미리 그어둔 선이 대신 판단해 주니까.
빠른 판단은 순발력이 아니었어.
준비였어.
내 통장 앞에 기준선 세 줄 긋기
그래서 나는 돈 결정 앞에서도 선을 먼저 그어.
종이 한 장에 딱 세 줄만.
① 이 정도면 간다.
예. 매달 갚는 돈이 내가 정한 금액 안이고, 3년 안에 실거주나 매도 계획이 서면.
② 이 신호면 멈춘다.
예. 대출 금리가 내가 정한 선을 넘거나, 비상금이 6개월치 아래로 떨어지면.
③ 애매하면 이번엔 보낸다.
비보호 교차로에서도 애매하면 보내잖아.
보내는 것도 결정이야. 다음 빈틈은 또 와.
대신 하나는 꼭 기억해.
①번 선 안으로 빈틈이 들어오면, 그때는 망설이지 말고 가.
기준선은 멈추라고만 있는 게 아니라, 갈 때 확신을 주려고 있는 거니까.
망설이는 너에게
지금 뭔가 앞에서 망설이고 있다면,
그건 네가 겁쟁이라서가 아니야.
아직 선을 안 그었을 뿐이야.
오늘 저녁, 딱 10분만 써 봐.
간다, 멈춘다, 보낸다.
세 줄이 생기면 다음 교차로는 덜 무서울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