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세입자분이 연락을 주셨습니다.
전세만기 때 인근 단지 넓은 평수로 전세를 구해 나가신다고...
“집값이 너무 많이 올라서 지금 사는 건 무서워요.”
“전세로 2년만 더 살면서 기다려보려고요.”
요즘 내 집 마련을 고민하는 분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자주 듣게 되는 말입니다.
저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몇 달 사이 호가가 몇천만원, 몇억원씩 올라가는 모습을 보면
지금 사는 것이 맞는지 두렵습니다.
차라리 전세로 2년 더 살면서 돈을 모으는 것이 가장 안전한 선택처럼 느껴집니다.
그런데 최근 전월세 시장과 정책 변화를 살펴보다가
2년 뒤에도 지금과 비슷한 조건으로 전세를 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 전세를 공급하던 집에 변화가 생기고 있습니다
지난 9월 29일 정부는 2026년 세제개편안 후속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습니다.
전월세 시장과 관련해 제가 눈여겨본 것은
등록 매입임대 아파트에 사실상 매도 시한이 생겼다는 점입니다.
조정대상지역의 등록 매입임대 아파트는
원칙적으로 2027년 말까지 양도해야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등 기존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일부 등록임대주택 보유자에게는 계속 보유할 것인지,
기한 내 매도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시간이 생겼습니다.
상생임대주택 특례 역시 2026년 말 종료됩니다.
그렇다면 이런 정책은 전세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처음에는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임대사업자가 집을 팔면 매물이 늘어나니 좋은 것 아닌가?” 매매시장에서는 맞을 수 있습니다.
실거주자가 매수하면
그동안 전세로 공급되던 집 한 채가 임대시장에서 빠질 수 있습니다.
이번 정책은 전세 공급을 직접 늘려주는 정책은 아닙니다.
그리고 이 상황에서 최근 전월세시장의 숫자를 함께 볼 필요가 있습니다.
2. 서울 아파트 임대차 2건 중 1건은 이미 월세입니다
서울시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보면 2026년 8월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는
7,263건이었습니다.
전월 8,855건보다 18.0% 감소했습니다.
같은 달 월세 거래는 7,347건이었습니다.
비중으로 보면 전세 49.7% : 월세 50.3%입니다.
서울 아파트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가 절반을 넘어선 것입니다.
2026년 8월 서울 아파트 전세계약 중 갱신계약 비중은 58.9%였습니다.
1년 전 43.7%에서 15.2%포인트 증가했습니다.
새로운 전셋집으로 이동하기보다
기존 집에 계속 머무르는 계약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 숫자만으로 앞으로 전세가격이 반드시 오른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무주택자라면 아래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앞으로 내가 원하는 지역에서
원하는 가격의 전세를 구하는 것이
지금보다 어려워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 동안 쏟아진 정책들은 전월세 물량을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서울 전 지역과 경기 주요 지역이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실거주 의무 강화로 시행전보다 임대 물건이 급격히 감소하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이에 따라 전월세 물량 부족과 가격 급등에 대한 부담감으로
생존 매매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3. 특히 원하는 지역을 떠날 수 없는 사람은 더 고민해야 합니다
모든 무주택자의 상황이 같은 것은 아닙니다.
직장 때문에 특정 지역에 살아야 하는 사람도 있고,
아이의 학교 때문에 생활권을 쉽게 옮길 수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내가 살고 있는 집의 집주인이
“이번에는 제가 들어가서 살겠습니다.”
라고 한다면 어떨까요?
새로운 전세를 찾아야 합니다.
그때 전세매물이 충분하다면 문제가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전세매물이 줄어든 상태라면 선택지가 달라집니다.
보증금을 더 올려주거나,
월세를 받아들이거나,생활권을 바꾸거나,
내 집 마련을 검토해야 합니다.
결국 전세로 계속 거주한다는 것 역시 하나의 선택입니다.
그리고 그 선택에도 비용이 있습니다.
4. 세 가지 선택을 직접 계산해 본다면
수도권에 거주중인 김과장의 현재 전세보증금은 5억원입니다.
앞으로도 이 지역에서 최소 4년 이상 살아야 합니다.
선택지는 세 가지입니다.
전세 재계약, 월세 전환, 내집 마련입니다
1) 전세로 4년 더 산다면?
현재 전세보증금이 5억원이라고 해보겠습니다.
2년 뒤 전세가격이 10% 오른다면
5억원 → 5억5천만원입니다.
다시 2년 뒤 10% 오른다고 단순 가정하면
5억5천만원 → 6억500만원입니다.
4년 동안 추가로 필요한 보증금은
1억500만원입니다.
물론 실제 전세가격이 이렇게 오른다는 전망이 아닙니다.
가격이 그대로일 수도 있고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전세로 기다릴 때도
필요한 자금의 시나리오를 계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2)월세로 바꾼다면?
이번에는 집주인이 보증금을 낮추는 대신 월세를 요구한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예를 들어 보증금 3억원에 월세 100만원으로 바뀐다면
1년 월세는 1,200만원, 2년이면 2,400만원, 4년이면 4,800만원입니다.
관리비나 월세 인상 등은 제외한 단순 계산입니다.
보증금이 2억원 줄어드는 대신 매달 100만원의 주거비가 발생합니다.
물론 풀려난 2억원을 투자할 경우 얻는 수익도 고려해야 정확한 비교가 됩니다.
그래서 월세가 무조건 불리하다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중요한 변화가 하나 있습니다.
전세에서는 보증금으로 묶여 있던 주거비용이
월세에서는 매달 빠져나가는 현금흐름 비용으로 바뀐다는 것입니다.
3)집을 산다면?
이번에는 자신의 예산 안에서 9억원짜리 아파트를 매수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현재 가진 자금이 전세보증금 5억원이고 4억원을 대출받는다면,
대출금리가 연 4%라고 단순 가정했을 때 첫해 이자비용은 약
1,600만원입니다.
월평균으로 약 133만원입니다.
여기에 취득세와 중개보수, 보유세, 원금상환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월세보다 대출이자가 더 나가는 상황이지만
매수하면 자산을 보유하게 되고 대출 이자 이상의 시세상승분을 가져갈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집값이 하락한다면 매수자는 자산가격 하락 위험을 부담합니다.
그래서 세 선택지는 각각 다른 비용을 갖고 있습니다.
| 선택 | 당장 필요한 돈 | 향후 부담 | 얻는 것 | 감수해야 할 위험 |
|---|---|---|---|---|
| 전세 유지 | 보증금 5억 | 4년 후 6.05억 가정 | 주거 안정 | 전세가 상승·매물 부족 |
| 월세 전환 | 보증금 3억 | 월 100만 / 4년 4,800만 | 현금 2억 확보 | 지속적인 주거비 지출 |
| 9억 매수 | 자기자본 5억+부대비용 | 4억 대출, 연 4% 가정 | 주거 안정+자산 보유 | 이자·세금·가격 하락 |
※ 실제 의사결정에서는 대출 원리금, 취득세·보유세, 전세대출 이자, 보증금 운용수익, 월세 세액공제, 집값 변화 등을 함께 계산해야 합니다.
5.오늘 이 세 가지만 계산해 보세요
첫 번째,전세로 4년 더 살면 얼마가 필요한가?
두 번째,월세로 바뀌면 4년 동안 얼마가 나가는가?
세 번째,내가 살 수 있는 집을 매수하면 매달 얼마가 필요한가?
전세로 기다리는 것은 리스크가 없는 선택이 아닙니다.
리스크의 종류가 다른 선택입니다.
그 리스크를 숫자로 보고 나서 결정하는 것과 막연히 기다리는 것은 전혀 다른 출발입니다.
계약 만기에 임박하게 계산할 것이 아니라
지금은 공급 물량이 턱없이 부족한 구간으로
만기와 상관없이 계산해 보고 결정해야 하는 시장이 되었습니다.
더 막막한 상황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게 아니라
내가 원하는 집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