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삶은일기 입니다.

올해 26년 1월 입주를 시작한 부산 진구의 ‘가야 롯데캐슬 스카이엘’은
2025년 최초 분양 당시 전용59 기준 약 6.6억, 전용84 기준 약 9.2억의 가격이었습니다.
가야역 초역세권 최신축이고 문현 등의 고소득 업무지구를 근거리에 두었지만, 25년 당시에도 9억이 넘는 매매 가격은 상당한 부담이 되었던 터라 상당수 주택형에서 미분양이 발생했습니다. 이후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으로 건설사의 부담이 커지는 와중에 최근 CR리츠를 통해 남은 물량을 전세 전환하기로 공지했습니다.

#CR리츠
CR리츠(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을 투자회사가 매입해 이를 최대 4년까지(갱신계약 포함) 저렴한 전세로 임대한 뒤, 임대료와 향후 매도금으로 차익을 실현하는 구조입니다. 사업의 주체가 투자자 조합이지만 국토교통부의 인가를 받고 HUG(주택도시보증공사)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의무도 포함하고 있어 세입자 입장에서는 보증금 미반환 리스크도 전혀 없습니다.
가야역 롯데캐슬 스카이엘의 경우 전체 725가구 중 486가구가 전세 공급될 예정이며 이는 아파트의 약 67% 해당합니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연쇄 부도를 막고 손실을 확정해 다소 뼈아픈 이득을 취할 수 있다는 점,
투자자 입장에서는 좋은 입지 조건을 가진 투자처라서 향후 매매가 상승을 기대하는 점,
세입자 입장에서는 보증금 미반환 리스크 제로의 최신축 전세를 4년간 안정적으로 누릴 수 있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전용84 기준 9억원대 신축을 4억 중반의 전세로 살 수 있습니다.
과연 모두에게 좋은 일 일까요?

이보다 앞선 지난 2026년 9월 대구 달서구의 ‘상인 푸르지오 센터파크’의 전세 계약 접수날 모습입니다.
분양사무소 앞에서 일명 ‘텐트 오픈런’을 하며 사람들이 자리를 맡은 이유는,
24년식 신축 아파트의 전용84를 2.2억~2.6억 규모의 전세로 계약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는 인근의 2019년식 아파트의 전세가보다도 저렴해 충분히 매력적인 전세가였습니다.
# 매력적인 전세가의 함정
어쩌면 CR리츠는 다수에게 그럭저럭 행복한 결말을 안겨주는 것 처럼 보입니다.
특히 세입자 입장에서는 입지 좋은 최신축 아파트를 4년간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살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됩니다.
하지만 잘 뜯어보면 세입자, 투자자, 건설사 모두 확실한 리스크를 안고 있습니다.
첫째.
세입자의 자산형성 기회를 차단합니다.
'저렴한 최신축’에 살 수 있는 것이 당시에는 매력적인 요소로 보일 수 있지만 이는 4년간 자산을 불릴 좋은 기회를 놓치는 것과도 같습니다.
‘싼 전세에 사는 동안 남은 돈을 불리면 되지’ 라고 생각하시나요?
일반적으로 일부러 전세에 살면서 남은 O억 대의 여윳돈을 다른 곳에 투자하는 사람은 굉장히 극소수입니다. 설령 투자하더라도 변동성 리스크가 큰 주식과 코인이라면 긴 시간의 여유나 뛰어난 단기투자 실력을 갖춰야 할 것입니다.
둘째.
투자자는 미래의 불확실성을, 건설사는 현재의 손실 확정을 서로에게 넘겨받습니다.
리츠가 어떤 형태로 어느 시기에 매각할지는 정해진 바가 없지만, 투자자는 ‘반드시 향후 정해진 시점에 매매가는 상승한다’라는 기대로 투자했을 것입니다. 이는 긴 시간을 기다릴 수 있는 자기자본이 충분한 투자자여야 가능하며 언제 아파트 가격이 손익분기점을 넘을지 알 수 없다는 리스크를 안고 시작합니다.
셋째.
인근 기축 단지의 매전 가격을 또다시 끌어내리는 역할을 합니다.
아파트 신축이 지역내에 공급되면 공급 전후의 일정 기간동안 해당 신축에 입주가 몰리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때문에 주변 기축 단지들은 수요가 줄어 매매가와 전세가가 눌리는데, 이렇게 저렴해진 가격이 매력적인 요소가 되어 외부의 수요를 부르고 이후 다시금 가격이 차오르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때 리츠의 저렴한 전세가가 등장하면 기축 단지의 눌림현상이 더 가중되고 기간 연장될 수 밖에 없습니다.
‘생태계 교란’이라고 불리는 CR리츠는 이처럼 장점과 단점이 극명합니다.
내 집 마련을 고민하던 분이라면 ‘잠깐 신축에 살아볼까?’ 하는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현재 부산과 대구는 절대적 저평가 시장입니다.
지속된 지역내 공급으로 모두가 함께 가격이 눌린 상태라 좋은 것도 싸고, 나쁜 것도 쌉니다. 이럴 때 일수록 ‘가치있는 것을 저렴하게 사기 위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