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강후기

열반스쿨 기초반 2주차 강의 후기 [열반스쿨 기초반 74기 2제는 더 이상 물러날 곳2 없조_고래발바닥]

  • 24.03.18



-꿈을 꾸는 건 어렵지만, 지키고 이루어가는 건 더 어렵다.-




우리 학교의 도서관은 참 재밌는 성질을 가지고 있었는데, 하나는 책의 첫 장이 손때가 타서 노랗게 닳았다는 점이고, 두 번째로는 끝이 낡아 해졌다는 점이다. 유명세가 높을수록 그런 경향이 강했는데, 마지막으로 나도 그렇게 책을 읽은 사람 중 하나였다는 거다.


시작은 언제나 호기롭게, 앉은 자리에서 책을 스르륵 펼쳐 읽다가도 끝으로 넘겨 결말만 확인하는가 하면, 중간까지 읽었을 때 결국 책을 다 읽지 못하고 내려놓기를 수십번.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그 끝을 확인할 용기가 없는 겁쟁이였다. 그도 그럴 게, 내가 읽던 책은 늘 누군가의 성장 이야기였고, 때로는 혁명을 다룬 이야기였으며, 불우한 삶을 극복하는 이야기였으니까. 책의 마지막 페이지는 결국 펼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그 책의 결말을 모른 채 살아가겠지. 혹은 주인공의 성장은 영영 모른 채 살아가거나. 그들의 행동이 미련하다며 손가락질할지도 모른다. 아니 그렇게 살아왔다.


어릴 때는 이 세상의 삼라만상이 모두 내 것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단호하게 거절과 인내, 절제를 배웠지만, 양손 가득했던 무게는 점점 가벼워지기만 했던 것 같다. 그래, 모든 걸 쥐는 건 어려운 법이니까. 꿈으로 나를 채웠던 시절은 사라지고 점점 부모님과 선배들 그리고 선생님과 친구들을 따라 무채색 성인으로 자라났다. 멋진 어른이 아니라, 힘든 성인이 되었다.


그런데, 이놈의 열기가 내 꿈을 내놓으라고 한다!


그냥 적당히 벌어 먹고사는 게 꿈이에요, 평범하게 살고 싶어요, 그냥 적당히 취직해서 사는 거요 입버릇처럼 말했던 것 말고 내 행복이 뭐냐고 물었다. 난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너무나도 잘 알고, 그 간극을 메울 자신도 경험도 능력도 없었으니까. 그저 오랜 시간 꼬깃꼬깃 접혀 알아보기도 힘든 내 꿈들을 천천히 이어 붙였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이 부끄러웠다. 처음으로 온전히 마주 볼 수 있어 감사도 했지만, 역시 비웃을 것 같다.


10억이 어디 개 이름이니? 정신 차려라. 쓸데없는 짓 그만해라.


꼭 그렇게 탓하는 것만 같아서 가슴이 막 터질 것 같다. PPT에 누덕누덕 기워 넣은 사진을 보는 동안 만감이 교차해서, 이 정도는 무리일 것 같다며 목표를 줄이기도 하고, 까짓거 해보자며 다시 늘이기도 하며 몇 번이나 키보드와 마우스를 달싹였지만 역시 목표는 크게 잡는 걸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조금 원망스럽기도 했다. 이걸 1주 차 강의에서 알려주셨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랬다면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이것이 바로 더 성장하라는 멘토님의 큰 그림?


결론적으로 나는 드디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펼칠 용기를 얻었다.


내가 넘지 못할 벽을 넘는 것. 이루지 못할 꿈을 소망하는 것. 이 힘듦을 극복하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가 성장하는 것. 나를 믿는 것.


가야 할 길은 정해져 있다. 하지만 첫발을 내딛는 것은 자신의 용기여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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