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 전 상태도 나름 나쁘지 않았습니다.
마침 저렴하게 들어오겠다는
세입자분도 계셨고요.
하지만 1호기여서
더 마음이 쓰였던 걸까요..?
애매한 수리상태에서 세를 주고
적당한 수익으로 매도하기보다는
좀 더 보기 좋게 수리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부사님의 제안을 거절하고,
가성비 있는 수리를 위해
많은 시간을 쏟게 됩니다.
하지만, 결국...
올수리를 했습니다.
아니, 정확히 해야만 했습니다.
이렇게 저의 잘못된 판단으로
시간은 점점 흘렀고
입주장을 맞이했습니다.
덕분에 돈은 돈대로 쓰고
가장 낮은 가격에 전세를 빼게 됩니다.
안녕하세요, 즐겁게 하는 쀼입니다.
한 번쯤은 해야 되는 인테리어...
누군가에게는 공포의 대상...
누군가에게는 공감의 대상...
그렇게 즐겁지만은 않았던 저의
수리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제가 매물을 처음 봤을 때 모습입니다.
싱크대를 제외하고는
여기저기 한 번씩은 건드려서
부분 수리가 된 물건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앞서 보던 매물들과 다르게
상당히 깔끔한 분위기였습니다.
이때부터 사랑에 빠진 것 같습니다.
"오 되게 깔끔하다,
장판 깔고 등만 교체하면 되겠다"
1호기를 하겠다는 부푼 마음과
부분 수리 됐다는 사장님의 말,
그리고 생각보다 더 깔끔한
물건 상태를 보고
"별로 수리할 거 없네"라는
정말... 안일한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인테리어 업체들과
상담을 진행하면 할수록
제가 몰랐던 인테리어의 현실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원하는 부분만 딱! 딱!
오려 붙이기가 될 줄 알았던 인테리어는
모든 것들이 맞물려 있기에
하나를 수리하면 다른 하나도
수리가 들어갈 수밖에 없더라고요...
(살려줘..)
"장판 깔고 등만 교체하면 되겠다"
이 생각이 얼마나 잘못됐는지
하나하나 같이 짚어볼까요^^?
1.
등 교체를 하기 위해
등박스(천장에 있는 몰딩)를
철거해야만 한다는 것
2.
마루 위에 장판을
바로 깔아서도 안되고,
깔더라도 방 장판과 거실에
왜인지 모를 단차가 있기 때문에
철거 밖에 답이 없다는 것
3.
걸레받이를 살리면서
마루를 철거할 수 없기에
걸레받이도 어쩔 수 없이
철거해야 된다는 것
(목공이 가장 돈이 많이 들어가는데..
목공은 안 하고 싶었는데..)
4.
걸레받이를 철거하면
도배가 손상돼 어쩔 수 없이
다시 해야 된다는 것
(도배를 2년 전에 새로 했다고 하여
도배 비용이 굳을 줄 알았습니다^^...)
5.
마루를 철거하면
시멘트 바닥에 남아있는
접착제를 제거하기 위해
샌딩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
등교체와 장판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 등박스 철거 + 마루 철거
+ 걸레받이 + 도배 + 샌딩 작업
생각지도 못한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습니다.
화장실을 처음 봤을 때
바닥이 아쉽긴 했지만
수리를 한 번 했기 때문에
청소만 하는 방향으로 생각했습니다.
정말 필요하다면 바닥 타일만
덧방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본 계약이 끝나고,
이후 인테리어 사장님과
현장을 방문했을 때
상상치도 못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거 이미 덧방한거라서 더 이상은 못해요"
"이거 이미 덧방한거라서"
"더 이상은 못해요"
"더 이상은"
"못해요"
왼쪽 사진을 자세히 보시면
화장실 벽면 타일이 이미
문틀보다 더 튀어나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미 덧방을 할 대로 해버린 거죠..)
또 오른쪽 사진을 자세히 보시면
바닥 타일 색을 볼 것이 아니라
벽면 타일과 접해있는 부분에
집중했어야 했습니다.
벽면 타일의 맨바닥의 높이가
짧아도 너무 짧습니다.
마치 바닥이 붕 떠 있는 것처럼요.
저는 도대체 매임 할 때
무엇을 봤던 걸까요...?
(사실 인테리어에 무지했기 때문에
보고 있어도 몰랐습니다^^
벽은 그저 하얀 타일이요~
바닥은 파란 타일이요~)
부분 수리된 화장실이라
더 이상 손이 안 갈 줄 알았는데...
저 정도면 살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쟁 매물들의 화장실 상태는
누가 봐도 혹할만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저는.....
화장실 전체를 철거하기로 합니다.
어쩌면 위에서 나온 것들은
곧 나올 얘기에 비하면 별게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놓쳤던 가장 큰 것은 바로,
"외벽을 통해 비가 들어 친 적이 있다"라는
부동산 사장님의 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이전에 외벽을 통해 비가 들어왔고
마루가 썩었던 적이 있어
부분적으로 교체를 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어차피 장판 깔 건데 뭐"
하고 가볍게 넘겼고 수리비를
제대로 계산하지도 않았습니다.
교체한 마루는 여전히 떠있었고,
샤시는 틀어져 있었습니다.
저는 이걸 보고도 단순히 오래됐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넘어갔습니다.
아니다 다를까... 임장을 하고 있던
제게 한 통의 다급한 전화가 옵니다.
네... '인테리어 사장님' 이셨어요.
사장님의 청천벽력과도 같은 이야기...
"샤시 밑 보강재가 썩어
샤시가 무너질지도 몰라요"
....
....
....
"샤시가 무너질지도 몰라요"
"무너질지도 몰라요"
"몰라요"
"확장공사를 할 때 원래는
샤시 밑에 벽돌로 작업을 하고
우레탄 폼을 쐈어야 했는데"
"이 집은 그냥 목재로만
대충 작업해놨어요"
"근데 하필 비가 들어와서
목재가 다 썩어버렸네요?"
물론,
철거 이후에 밝혀진 사실이었고
운이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사장님께서 해주신 말씀을
흘려듣지 않고, 경계심을 가지며
집요하게 파고들었다면
어느 정도 이런 상황을
커버할 수 있었을 겁니다.
인테리어 업체를 알아보고
인테리어 사장님과 현장을 확인하고
수리를 위해 철거를 하는 순간까지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제 생각대로 흘러간 적은
그렇게 지칠 대로 지쳐버린 저는
"올수리 하기로 했고, 철거까지 했으니
이제 더 이상 나에게 시련은 없을 거야..."
라며, 스스로를 다독였습니다.
하지만 시련은 계속 찾아옵니다.
수리를 병행하면서
전세 광고를 돌릴 때만 해도
<올수리+올확장> 두 가지 조건으로
제 물건이 최고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 물건은 어딘가가 부족했습니다.
부사님 : 내부샤시도 교체하는 거죠?
쀼세계 : ...아니요.. 해야 되나요?
부사님 : 이번에 중문도 하는 거죠?
쀼세계 : ...아니요..? 필수에요?
부사님 : ...중문 없으면 잘 안 나갈 텐데
경쟁 매물들을 살펴보니
확장은 되지 않았지만 중문이 있었고,
내외부 샤시 모두가 교체되었으며
심지어 가격까지 낮았습니다.
'나는 확장이 되어있는걸?!'
이라 생각했지만
결국 제 물건보다 샤시가 교체된
중문 있는 물건이 먼저 나갔습니다.
네...
저는 경쟁 매물들의 상태, 가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 정도까지 수리해야 전세 잘 나간다'
라는 지역마다의 기준이 있는데
여기는 그 기준이 '중문'이었습니다.
결국... 철거까지 다 하고
인테리어가 시작된 이후에 부랴부랴
중문을 추가하기로 합니다... ^_^
분명 처음 물건을 봤을 때
수리비가 500만 원이면
충분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결국은 1,500만 원의
올수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글이 너무 길어지는 바람에 2탄은
다음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테리어 도와주신 린혜이님, 월벗님, 질산염님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 인사드립니다)
좋은 글을 남겨주신 멤버에게 댓글은 큰 힘이 됩니다. 응원 댓글로 감사함을 나눠주세요. 😀
댓글 0
월벗 : 크~ 인테리어 전문가 쀼님~~ 최고👍🏻
너나연 : 오 쀼님 ~~~~ 🫢 가독성 대박입니다 2탄 기다릴게용😳😳😳
또치 : 쀼님,, 마음 고생이 느껴지는데 공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테리어의 세계는 모르니까 더 무서운 것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
루시드 : 쀼님 생동감 있는 글 잘봤습니다! 인테리어 세계란 무셔운 세계군여..?😱 그치만 그만큼 많이 배우셨을거라 믿습니다! 한단계 성장!!
재이엘 : 마음고생많으셨겠네요ㅎ 한단계 더발전된 쀼님 되셨겠어요! 늘~ 응원해요 화이팅!!
독과점 : 실화라그런지 더 몰입이 잘 되네요 부분수리한 물건을 볼 때 더 꼼꼼하게 살펴야하고, 매물을 보러갈 때 어느정도의 인테리어를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감사합니다.
미니언24 : 정말 와닿는 글이었네요. 마음 고생도 많았을ㅇ것 같애요. 이런 소중한 경험담 주옥같이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역시 많은 부분에서 공부하고 선배님들이 하신 경험담을 통해 간접경험을 많이 해야겠네요.
행복가든 : 와...저도 세입자 화장실만 인테리어 해주기로 해서 그런지 남의 일 처럼 느껴지지 않아요.. 글로만 읽었는데도 너무 힘겨운 과정이네요.. 고생 많으셨어요~~
그레이스호퍼 : 너무나 유익한 글 감사합니다! 매임시 꼭 확인하겠습니다 bm) https://weolbu.com/community/807850
검은비 : 경험 나눔 감사합니다. 고생하셨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