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가 가릴 수 없는 12월의 처절한 기록
"0원에서 시작한 맞벌이 부부의 3년. 내 집 마련과 추가 주택 매수라는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월부의 기라성 같은 선배님들에 비하면 이제 막 한 걸음을 뗀 겸손한 숫자지만, 저희 부부에게는 모든 것을 갈아 넣은 결과였습니다.
그 뒤에서 제가 마주한 12월은 **‘전 가족의 셧다운’**이었습니다. 아이는 A형 독감과 RSV 바이러스에 걸렸고, 저 역시 온몸에 염증이 생겨 배를 움켜쥐고 누웠습니다. 3년 내내 남편의 임장을 뒷바라지하며 달려온 제가 왜 결국 ‘파업’을 선언하고 무너질 수밖에 없었는지, 그 처절한 복기를 공유합니다.

1. 반복되는 '지옥의 사이클'을 발견하다
올해 저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로서 12개의 프로젝트를 수행했습니다.
특히 최근 업계에서 뜨거운 감자가 된 150평 대규모 상업 공간 프로젝트를 마감하던 11월,
남편의 월 7회 임장과 격주 토요일 근무를 뒷바라지하며 저는 독박 육아의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도서관에 앉아 올 한 해를 섹션별로 나누어 적어보니, 소름 끼치는 오작동 사이클이 보였습니다.
1. 과부하: 회사 스트레스와 업무 강도가 임계점을 넘음.
2. 도피 본능: 이 압박감을 탈출하고 싶어 '환경 변화(이직)'와 '추가 스펙 쌓기'라는 더 높고 무거운 목표를 설정함.
3. 병목 현상: 워킹맘과 투자자 아내라는 역할만으로도 벅찬데, 외부의 이직 제안까지 고민하며 삶의 저글링이 불가능해짐.
4. 자책과 원망: 목표에 나아가지 못하고 결과가 안 나오니 나를 '의지박약'이라 자책하고,
남편의 투자를 '내 시간을 앗아가는 괴물'로 원망함.
5. 붕괴: 남편과의 갈등, 아이의 질병이 겹치며 온 가족이 정신적·신체적으로 한계에 봉착함.

7월 A 베이커리 오픈

12월 B 베이커리 오픈
2. "아니오(No)"라고 대답할 용기
냉정하게 물었습니다. "내가 지금 이 모든 걸 포기하고 이직할 만큼 간절한가?"
내 아이를 매일 10시간 동안 어린이집에 맡겨둘 수 있는가?
지금 서울로 이사하는 것이 우리 부부의 투자 포트폴리오에 도움이 되는가?
이직한다고 해서 워킹맘의 삶이 드라마틱하게 개선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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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대답은 **'아니오'**였습니다.
연초에 남편과 거실 바닥에 전지를 펴놓고,
**크레파스로 꾹꾹 눌러 썼던 '우리의 인생 계획'**
을 잠시 망각했던 것입니다.
단지 현재의 내가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아 자존심이 상해서,
이 힘든 워킹맘의 삶에서 빨리 도망치고 싶어서 무의미한 시도들을 반복해왔음을 깨달았습니다.
3. "두려움은 부딪혀서 깨지는 것이다"
복기를 마무리하려던 중, 남편과 함께 들은 한마디가 저를 울렸습니다.
"두려움은 부딪혀서 깨지는 겁니다. 힘들까 봐, 못할까 봐 망설이지 말고 부딪히세요.
그때 깨달음이 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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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은 저에게 커다란 위로였습니다.
건축기사 실기 불합격, 중단된 경력기술서... 저는 이것들을 실패라고 생각하며 위축되었습니다.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저는 비현실적인 목표에도 "한번 해보겠습니다"라고 부딪혔던 사람이기에 좌절도 했던 것입니다.
비록 모든 걸 잘해내진 못했지만, 그 시도 속에서 '지금 내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습니다.
그것은 결코 시간 낭비가 아니었습니다.
4. 35세, 다시 정의한 나의 '자유'
20대에 세계 여행, 와인, 캠핑, 호텔 미식까지 하고 싶은 건 다 해봤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바쁨이 그리 억울하지 않습니다.
지금의 절약과 인내는 미래의 자유를 위한 '압축 투자'이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자유가 재정의되었습니다.
돈 걱정하며 해외여행 다니는 삶보다, 적어도 커다란 돈 걱정 없이 잠드는 지금이 더 자유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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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이직 대신, 지금 하는 일을 더 잘하기. 지금의 프로젝트를 자부심 있게 기록하고 브랜딩하기.
가족: 팸데이와 육아 시간에 아이의 눈을 온전히 마주하기.
투자: 남편이 올해 만든 11개의 서울 앞마당을 함께 축하하며, 우리의 목표를 매달 상기하기.
[마치며: 동료 여러분, 자부심을 가집시다]
2022년 흥청망청 소비하던 삶에서 시작해 3년 만에 유의미한 자산을 일궈낸 것,
그리고 그 치열한 과정 속에서 아이를 키워내고 있는 것.
이것은 결코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닙니다.
혹시 무언가를 시도하다 중단했나요? 상황이 힘들어 환경 탓을 하며 자책하고 계신가요?
당신은 지금 두려움에 부딪히고 있는 중입니다.
진짜 무서운 것은 도전하지 않는 것이지, 잠시 멈추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가진 것에 집중하고 행복합시다. 우리는 이미 충분히 대단한 길을 걷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12월은 어떤 색인가요?" 혹은 "내려놓고 싶은 '저글링 공'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댓글
난초님 오랜만이네요~ 2025년 한해 가족 모두 수고많으셨습니다. 매 순간 치열하게 살아오신 지점들을 되돌아보며 힘들었던 기억은 휘발되고 뿌듯함이 더 많이 남은 한 해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응원합니다!!
난초님 ㅠㅠ 이제 회복은 하신건가요? 많이 힘드셨겠어요 ㅠㅠㅠ 같은 조 활동할때도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더 단단해지신것 같아요. 정말 남편분은 아내복이 많으십니다!! 남편분도 육휴동안 서울에 11개의 앞마당을 만드셨다니 정말 대단하시구, 난초님 뒷바라지 하셨던거 정말 보상받으실거에요!! 수고많으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