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만원 아끼는 부동산 지식은?
열반스쿨 기초반 - 1500만원으로 시작하는 소액 부동산 투자법
주우이, 너바나, 자음과모음

안녕하세요.
기나긴 여정을 마치고
결국 집으로 돌아올 오디세이아 입니다.
서있기만해도 땀이 줄줄 나는 무더위,
정신없이 날아가는 매물들,
당장 몇 달 전과도 몇천 몇억씩 차이나는 호가,
뒤숭숭한 시장 분위기,
이런 상황 속에서도
단 하나의 매물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초보 투자자인 저도
수많은 고민들을 가지고
복잡한 생각들을 끌어안고
여름날을 지내고 있습니다.
어제도 무덥고 습한 여름날이었고,
매물을 보고왔습니다.
땀이 꽤 났습니다.
매물 보러 가야 하는데...
사장님도 만나야 하고
집 안에도 들어가야 하는데
너무 많이 날까봐 걱정을 했는데요.
그냥 참을만하게 찝찝한 정도로 났습니다.
보러 갈 매물의 가격과 내용을 다시 한번 읽고
심호흡 한번 하고
부동산 문을 열었습니다.
사장님이 돈을 어디서 마련했냐고 물으십니다.
실례 아닌가? 싶지만
진짜 살 사람인지 아닌지 가늠해보고 싶은 심리가 느껴져 적당히 대답했습니다.
저가 매물은 대부분 다 거래가 되었고
호가를 5천씩 올리고 거두었다며
사장님이 A4에 적은 매물 장부를 보여주셨습니다.
이것봐.
내가 다 보여줄게.
엑스표시. 이거는 거래 된거고.
이거는 거둔거야 봐봐. 보류. 이것도 일단 보류.
이거는 5천 올린대. 이것도 올렸지.
다 이래요 지금.
가격 조정? 아이고, 여긴 그런 게 없어.
호가를 안 올리면 다행이라니까.
그냥 나온 가격에 사는 거지.
이거 사요. 이게 제일 싸고 괜찮아.
얼마 전에 5천 올렸는데 그래도 이게 낫지.
요거 팔리면 그 다음 순서 팔리고
그거 팔리면 그 다음 순서 팔리고
뒷 단지 5천 올린건 그 다음에 팔리고 하는 거에요.
매물은 상태가 좋았지만
사실 그 매물은 제 투자금에서 꽤 벗어나는 매물이었습니다.
어떻게 조정해볼 여지가 있지 않을까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봤던 매물이었는데
역시 현장은 녹록치 않다는 걸 느꼈습니다.
집에 오는 길.
의미없다는 걸 알지만
작년 초에 찍혔던 실거래가를 봅니다.
와 이 가격에...
진짜 너무 쌌네...
이 가격에 나오는 매물 있다면 당장 살텐데...
부질 없고 바보 같은 생각을 해봅니다.
그러다 문득
나는 자꾸 늦네. 나는 맨날 늦네.
싶은 생각이 듭니다.
어딜가나 사장님들은 제게 늦었다고 했습니다.
급매는 다 빠졌어.
싼 건 없어.
몇 달 전엔 있었는데, 이젠 없어.
왜 그럴까 생각해봤습니다.
사장님들 말대로
정말 내가 늦은 걸까?
내가 늦은 게 맞다면,
나는 왜 매번 늦는 걸까?
한번도 빠른 적이 없고 왜 맨날 늦는 걸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1등 빼고는 다 늦는다는 소리 듣겠구나 싶습니다.
손으로 적으면
대다수의 고민은 해결된다는 책 내용이 떠올라
주섬주섬 종이를 꺼내서 적어봤습니다.
난 투자에서 1등을 하고 싶은가?
아, 질문이 잘못됐네.
1등을 할만큼의
노력과 투자경험과 종잣돈과
운와 실력과 명석한 두뇌와
뛰어난 협상 능력을 가지고 있는가?
음...
절대 그렇지 않다...
결론
나는 등수가 높지 않아도 괜찮다.
전국에서
가장 싸게, 가장 적은 투자금으로 하는
1등 투자는 내 목표가 아니다.
나는 1등의 투자를 할 수도 없을뿐더러,
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자산을 가치보다 싸게 사면 된다.
내가 가진 투자금으로 최선의 매물을 사면 된다.
후회하지 않을만큼 노력하고
나중에 뒤돌아봤을 때 최선이었다고 스스로 인정할만큼, 시간과 열정과 인내와 부지런함을 쏟아부으면 된다.
그게 더 중요하다.
내가 매수한 물건의 가치를
더욱 선명하게 느끼며 보유하면 된다.
사장님들께 늦었다는 말을 들어도
호가를 올린 매물들을 봐도
흔들리지 않기로 다짐했습니다.
그저 지금 내 자리에서,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나만은 변하지 않는 투자기준을 가지고,
절대 변할 수 없는
내가 본 매물 수와
절대적인 노력과 시간을 쌓아가면서,
내 두 다리에서 느껴지는 피로와
현장에서 흘린 땀을 믿으면서,
그렇게 투자하기로
다짐했습니다.
도돌이표처럼 같은 고민을 반복하는
제 모습이 싫어서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이 글을 적었습니다.
김다랭 튜터님께서 보내주신 문구도
함께 덧붙입니다.
마음속에 후회를 키우면 사람을 좀먹는다.
나는 항상 다시 하라고 해도
더 잘할 수는 없다는 마음으로 매 순간 움직인다.
지금의 상황에서 이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다.
나중에 딴말을 하는 것은 스스로에게 비겁하다.
그때 그 순간에 그것이 최선이었다면
그때의 나를 존중해 주어야 한다.
그러려면 나 자신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하고
나 자신이 스스로 존중받기 위해서는
평소 매사 부족하더라도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나는 내 자신이 과거에도 현재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언제 어느 상황에서든지
항상 최고의 노력과 최선의 선택을 할 것이라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있다.
그래서 과거의 내 결정이나 내 모습에 대해
함부로 후회하거나 변명하지 않는다.
그 당시에 그것이 나의 최선이 었으니까.
지금 돌아보니 후회된다는 것은
과거의 나를 무시하는 것이다.
나는 과거의 나를 존중한다.
<유수연의 독설> 중에서
혹시 비슷한 고민을 하시는 분이 있다면
공감하며 읽어주신다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카페에 올렸던 글을 닷컴에 올리지 않아 다시 올립니다.)
좋은 글을 남겨주신 멤버에게 댓글은 큰 힘이 됩니다. 응원 댓글로 감사함을 나눠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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