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열기반을 듣고 ‘나도 경제적 자유 이뤄낼 수 있어!’라고 큰 꿈을 꾸며 연달아 실준반을 들었다. 10월초 황금연휴에 아내가 뜬금없이 발을 다쳐서 졸지에 병수발을 들게 되었다. 하지만 입원실의 보호자 침대 위에서, 가끔은 병원 1층 카페에서 시간을 쪼개고 쪼개며 1주차 권유디님의 강의를 공책에 필사하며 어떻게든 완강을 했다. 물론 본격적으로 임보를 쓰기 시작하며 늘어난 과제 양에 흠칫하기도 하였으나, 그래도 할만했다.
그리고 2주차, 자모님을 처음으로 화면에서 뵈었다. 그리고 나는 자모님 표현대로 '압도당했다'.
‘와…조졌다. 이분만큼 해야 투자할 수 있는 거구나. 나 월부 들어온 거….잘한거 맞지?’라는 생각이 강의가 무르익을수록 커져만 갔다. 심지어 방대한 동시에, 도저히 필사로는 따라갈 수 없는 교안 속 내용들의 등장으로 인해 기존에 강의 내용을 공책에 쓰며 강의를 듣는 것이 어려워져서 그것 또한 멘붕이었다.
그래서 교안파일을 태블릿에 담아서 필기하며 듣는 것으로 부랴부랴 방식을 바꿨다. 하지만 그건 학습 방식의 문제였지, 그렇다고 해서 강의 내용이 쉬워진 건 아니었다. 진짜 머리 감싸쥐고 ‘억지로 들었다’.
심지어 몸에 좋은 약이 입에는 쓰다는 것을 알면서도 괜히 자모님이 밉게 느껴지기도 했다. 아 이 얼마나 삐뚤어진 수강생이란 말인가? 때마침 처음으로 조장을 맡아 조원들과 함께 하고 있었는데, 조장이 되어가지고 ‘와 님들 이번 강의 너무 힘들지 않았음? 엉엉엉 나 좀 살려주셈’ 이렇게 징징댈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에 진정 멘붕에 빠졌다.
근데 뭐, 누구나 처음은 힘들기에 그 당시의 내가 이제는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기도 한다. 아무튼 그래서 당시 10월에 잘한 점을 꼽으라면, 그래도 엉덩이 붙이고 끝까지 (압도된 채로) 강의를 다 들었다는 것.
하지만 아쉬운 점을 꼽으라면, 그렇게 몸에 좋은 약을 떠먹여주려고 자모님이 악을 쓰셨는데도 그걸 그 당시 임보, 그 이후 임보에 똑바로 BM하지 않고 그냥 남들이 임보피드백 나올 때 쓰는 멋있어 보이는 임보 틀만 찾아다니며 수박 겉핥기 임보만 써왔다는 것.
After
그렇게 25년 1월이 되었고, 나는 이번 달 목표로 서대문구를 뽀개기로 마음먹었다. 이번엔 자모님 강의가 3주차로 내려가 있었다. 그 덕분인지, 서대문구 단지임장까지 마친 뒤에 자모님을 강의로 뵙게 되었다.
차근차근 단임을 하다가 조원들이, 자모님께서 이 근처에 서식(?)하신다는 이야기를 해주셔서 깜짝 놀랐다. 앗 세상에! 전혀 몰랐다. 아무튼 자모님의 서식 단지로 추정되는 곳을 임장하며 뭔가 내적 친밀감이 더 생기는 느낌이었다. 혹시라도 베란다에서 임장하는 우리들을 보며 흐뭇해하셨을지도?
‘자모님…그 곳에선 행복하시죠? 아 물론 베란다요.’
(아무튼 쌉소리는 여기까지 하고)강의를 듣고 난 뒤, 지난 번 강의에 비해서 큰 틀이 달라지진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지난 10월에는 자모님이 꼭꼭 씹어서 떠멕여주기까지 하셨음에도 그걸 내가 뱉었지만, 이번에는 그래도 오물오물 씹어서 조금씩 삼킬 수는 있게 되었다.
특히 자모님께서 ‘하나 더’ ‘하나 더’ 하실 때마다 옛날에 초딩 때 교장선생님께서 '에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더' 하시면서 30분을 더 얘기하셨던 아찔한 학창시절이 떠올랐지만, 아무튼 그 내용들을 모두 꼼꼼히 정리해두었다.
지난 10월과 현재 쓰고 있는 임보에서 제일 큰 차이점은 당연히 내용의 양과 질(…과연 성장했을지는 모르겠지만)이지만 ‘임보 BM 리스트’ 항목을 추가한 것이다. 거기에 자모님께서 강의하신 기본 교안 내용에서 현재 내가 추가해야 하는 내용들 및 ‘하나 더’ 내용들을 모두 추가했다. (그리고 BM 리스트 항목이 PPT 슬라이드 규격을 한참 넘어섰다 쿨럭….)
그치만 압도되었다는 생각은 많이 사그라들었다. 오히려 앞으로 발전해야 할 내용과 방향이 차곡차곡 정돈이 된 느낌이어서 마음이 차분해졌다.
그럼 이제 앞으로 무엇을?
강의를 듣고 추가된 무수히 많은 BM 목록을 한 달에 3개씩만 적용해가며 뽀개어 나가자. 뽀갤 때마다 자모님의 웃음소리 ‘깍깍깍’을 따라해보며 성취를 즐기자.
독서를 놓지 말자. 이번 강의에서 내용보다 더 기억에 많이 남았던 건 자모님께서 일곱 번 넘어져도 여덟 번 일어나는 성장 과정의 이야기였다. 물론 임보 쓰고 강의 듣느라 독서 시간이 압도적으로 줄었지만, 지하철로 임장지를 오며 가며 책을 부여잡고 있자. 아내랑 카페 가서는 책을 많이 읽자.
확언을 끊임없이 하며 마음을 다잡고, 그냥 하루하루 해야 할 일을 해내자. 작년 10월에 ‘이 분만큼 해야 투자할 수 있는 거구나’라는 생각은 틀린 것임을 깨달았지만, 그럼에도 ‘이 분의 발끝만큼 비슷한 실력을 가져야만 잃지 않는 투자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되기 위해 그냥 매일매일 노력하자.
강의 내용을 최대한 잘 소화하기 위해 자모님과 동기화(?)를 하고자 공감 포인트를 열심히 찾았는데, 생각보다 비슷한 점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아직도 아내는 농담이겠지만서도 ‘여보 부동산 투기공부 언제까지 할거야?’라고 가끔 물어봅니다.
저는 뭔가 딱히 잘 하는 게 없습니다. 일이건 인간관계건 영 서투릅니다. 돌아보면 어떻게 지금까지 왔나 싶을 정도로…
그렇다고 머리가 디게 좋아서 주식으로 재테크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보니, 저도 지금은 이 길만이 나같은 녀석도 걸어갈만한 길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10억 벌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은 마음에 충만하지만, 서서히 그 근거들을 찾아서 채워넣기 위해 그냥 묵묵히 할 일을 하는 것 같습니다.
아직 1호기 투자도 못 한 허접이지만서도,
다시 강의에서 뵈었을 때 조금은 알아듣게 된 내용들이 많아졌다는 것만으로도 나름 뿌듯한 마음이 듭니다.
온전히 가르침을 BM해서, 다음에 뵈었을 때는 떠먹여주시는 걸 차근차근 소화해내는 실력을 가진 투자자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