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천 서구의 새 명칭을 두고 주민 간 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리고 있다.
‘청라구’라는 이름이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정작 청라국제도시 주민들은 이 명칭을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이 사건은 단순한 이름 바꾸기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름은 단순한 명칭이 아니다.
지역의 역사, 문화, 상징성을 함축하는 공동체의 얼굴이다.
그렇기에 단순히 더 세련된 이름, 더 유명한 브랜드를 따온다고 해서 모두가 공감하는 명칭이 되지는 않는다.
예컨대 이번 인천 서구의 사례처럼, 행정구 명칭을 '청라구'로 바꾸자는 제안은 인지도가 높은 청라국제도시의 브랜드 파워를 행정 전반에 확산시키려는 시도일 수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청라 주민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이 ‘희석될 것’이라는 우려를 보이며 반발하고 있다.
이는 우리가 이름을 정할 때 고려해야 할 것이 단순한 ‘인지도’나 ‘선호도’ 이상이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명칭 변경, 왜 쉬워 보이지만 어려운가?
많은 사람들이 “이름 하나 바꾸는 게 뭐 그리 어렵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름 변경은 사회적, 행정적, 정서적 비용을 동반한다.
새로운 간판, 서류, 시스템, 웹사이트 등 모든 행정적 구조의 변경이 필요하고,
지역 주민들과 외부인의 인지도 격차에 따른 혼란도 발생한다.
나아가 공동체 내부의 이해관계 충돌까지 초래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명칭 변경이 일방향적인 추진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번 조사의 응답자 수(약 2000명)는 서구 전체 인구 대비 대표성이 낮다는 지적도 있고, 전화 방식이라는 조사 방식 또한 참여의 공정성과 접근성에서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그렇다면 좋은 지역 이름이란 무엇인가?
지역 이름은 단순히 ‘멋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공감과 미래를 동시에 담아야 한다.
청라의 인지도를 살리면서도, 서구 전체를 아우르는 포용력 있는 이름.
예를 들면, ‘청라’는 하위 지역 브랜드로 유지하면서도 구 전체는 역사성, 자연, 비전을 담은 중립적 명칭을 선택하는 방식도 있다.
또는 기존 ‘서(西)’를 ‘서(瑞, 상서로울 서)’ 같은 긍정적 의미의 한자로 바꾸는 것도 흥미로운 대안이다.
단순히 방위에서 유래한 ‘서’보다, 서구가 지향하는 도시 비전을 담는 이름이 더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
이제는 명칭을 정하는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우리는 지금, 지역 이름 하나를 정하는 데에도
공감, 데이터, 스토리, 미래지향성이 요구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지역주민들이 이름을 들었을 때 ‘멋있다’보다 ‘이건 나의 이야기야’라고 느낄 수 있어야 하고,
외부인은 그 이름을 들었을 때 ‘가보고 싶다’고 느껴야 한다.
이 두 축을 동시에 잡는 것이 지역 브랜딩의 핵심이자, 성공의 출발점이다.
행정도 이름을 짓는 감각이 필요하다
이제는 단순히 관할구역을 나누는 차원을 넘어서,
지역이 어떤 스토리를 쓰고 싶은지, 그 첫 문장이 무엇일지를 함께 고민해야 할 때다.
좋은 이름 하나는 그 자체로 도시의 매력이 되기도 하고,
공감받지 못한 이름은 오히려 지역 분열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
이름을 정하는 일은 행정이지만, 그 이름으로 살아가는 건 사람들이다.
그래서 행정보다 앞서야 하는 것은 ‘공감’이고,
행정보다 오래 가는 것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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