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낳은 나의 첫 임장보고서

눈을 뜨면 내사랑 임장보고서와 인사를 한다.

서툰 내 솜씨에도 그냥 웃어준다.

학창시절 지리공부를 하듯 지도로 그 곳을 찾아 헤맨다.

한번도 해보지 못한 경험이다.

신기하다.

땅이 이렇게도 보인다고…

내 친구 컴퓨터가 내게 친절하게 그곳으로 나를 안내한다.

이 동네는 산이 너무 많네. 

길 위에 지상도로가 있었네.

와아 이 동네는 이렇게 아파트가 많구나.

이렇게 내 친구와 놀면서 조사한 것들이 내 임장보고서의 지역분석이라고!

할 수 있을것 같다.

 

시세를 알아야한단다.

300세대이상 모든 단지를 하란다.

너무 많다. 

그래도 모든 단지를 다 해야한다니까 한다.

이틀 꼬박 꾸역꾸역 시세를 알아간다. 

 

눈이 뿌옇게 된다.

창 너머 멀리 산을 내다본다. 

시세장표 사이로 내 꿈의 아파트가 보인다.

 

임장.

한번도 제대로 해보지 못한 것을 미래의나를 조장님이 이끌고 간다. 

루트를 짜라고 한다. 

남들은 1시간이면 할 것을 더듬거리며 오전 내내 주물럭거리며 루트를 그려서 제출한다. 

그래도 잘했다고 칭찬해주신다. 

이렇게 걸음마도 서툰 나를 달리기시킨다. 

멋진 우리 미래조장님.

쭈그러드는 나를 표시내지 않으려고 애써 씩씩한 척한다.

아침 7시30분 시작.

정말 전투에 나서는 기분이다.

설렌다. 

지도에서 만났던 그곳을 간다.

한번도 가보지 않은 낯선 곳에 대한 기대.

아, 그래서 김정호는 이렇게 전국방방곡곡을 돌며 대동여지도를 그렸나보다.

이렇게 산 꼭대기에도 아파트가 있구나!

지도에서 보지 못한 것을 보게 된다.

SUV차가 올라가다가 미끄러지는 이런 곳에도 아파트가 있네.

이런 열악한 아파트가 꿈일 그 근처 빌라를 지나면서 맘에 비가 내린다.

이다음 나는 좋은 집주인이 되어 그들을 어루만져줘야지하고 다짐해본다.

산 정상 아파트.

폭풍우와 번개가 내리친다.

무섭다

무섭다

마을버스를 타고 도망치듯 내려온다.

지하철역이다. 

비가 멎었다. 

누구랄것도 없이 또다시 우리는 못한 임장을 다시 한다. 

야무진 조장님의 지시대로 오늘 본 단지를 복기한다.

이렇게 나는 조장님에게서 또 배운다.

키가 쑥쑥 자라는 느낌이다.

12시간이 흘렀다.

다리가 저린다. 

젊은 언니들따라 아무렇지도 않은 듯 씩씩하게 …

그래도 64살 나에겐 ….

눈물이 핑 돈다.

그래도 난 괜찮아. 

집에 가면 내 사랑 임장보고서가 날 반겨줄 테니.

 

임장보고서와 다시 만난다.

너무 기쁘다.

이제 너를 제대로 사랑할 수 있구나.

너를 이렇게 깊이 알아왔으니.

 

가슴이 벅차 오른다.

다리의 뻐근한 고통이 쾌감으로 와 닿는다.

서툴게 서툴게 임장보고서를 하나하나 채워 나간다.

 

또 날이 어김없이 밝아 오르고 나는 또 집을 나선다. 

무슨 도를 깨달으러 떠나는 성자들처럼.

 

그리고 매물임장

정말 환상적이다. 

정말 사는 모습도 다양하다. 

그들의 모습에서 인생을 배운다.

 

남의 삶을 들여다본 그 집은.

내 기억에 너무나 선명하여 왜 그렇게 매임을 강조했는지 알 것 같다.

 

가만히 누워서

마치 김정호가 된 것처럼

서대문일주를 한다.

오늘은 북아현부터

내일은 홍제부터

그 다음날은 저 산꼭대기가는 길에 만났던 80년대 시장 같은 포방터시장을 다시 만난다.

 

그렇게 서대문이 나의 품에 들어온다.

 

한달동안 함께했던 나의 조원들이 나의 전우처럼. 

나의 가족처럼.

이제 내 가슴에 내려앉는다.

여전사처럼 멋진 전투복을 입고 있지만 그 가슴에 품은 4살배기 딸이 보여 나를 맘저리게 만드는 미래의나를 조장님.

임장하다말고 근무하러 가는 조원들.

근무하다 뛰어와 임장하는 조원들.

 

멋진 슈퍼우먼즈처럼 가장하고 있지만 발목을 붙잡는 것들을 뿌리치고 집을 나서는 우리 슈퍼우먼즈 조원들.

 

그들이 나의 전우가 되어 서로 등을 두드리며 앞으로 나선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나아가자 다짐해본다.

 

34년전 내게 희망으로 다가왔던 내 첫 아이처럼

나에게 또다시 이런 꿈 같은 아이가 생겼다.

 

나의 첫 임장보고서

 

남은 내 생의 희망 같은 아이

34년전 서툰 엄마처럼 나는 그 예쁜 아이를 안고 나의 내일을 키워볼 것이다.

이제 이 아이가 내게 가져다 줄 내 미래를 감히 꿈꾸어 본다.

 

나는 벚꽃 휘날리는 꽃길을 거닐며 또 멋진 한달을 보냈다.

수고했어 찌야유나맘.


댓글


디아이랑user-level-chip
25. 04. 30. 21:41

으앙😭😭😭😭 찌나유나맘님♡ 50개가 넘던 단지분석도 감동이였는데,,, 수강후기도 더더~ 감동적입니다. 수강후기가 소설같고 시 같은 문학작품이에요^^ 내사랑임장보고서라니~♡ 노력, 열정, 시간을 얼마나 들이시고 아껴주셨을지..... 늘 배웁니다. 훌륭한 미래의나를 조장님과 열정가득한 찌나유나맘님과 그리고 멋진 슈퍼우먼즈 조원분들과 4월 한달 서대문을 누빌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아💕

삶은일기user-level-chip
25. 04. 30. 21:41

지난번 내집마련 성공기를 읽을 때도 눈물핑~ 감동주셨던 찌야유나맘님❤❤❤ 무릎은, 허리는, 발목은 어떠실까요? 서대문구 단지들이 은근 언덕 위에 있는데 ㅠㅠ 그 단지들 어찌 다 다녀오셨을지! ㅠㅠ 너무너무 고생하셨습니다~!! 찌야유나맘님 응원하는 동료들 엄청 많습니다!! 빠이팅입니다!!!!!

에이미제주user-level-chip
25. 04. 30. 21:43

멋찐 아이를 마음으로 낳으셨군요 👏🏻👏🏻👏🏻 그 아이를 키워내가는 모습도 지켜보고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