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기업의 업무 곳곳을 대체하면서 자진 퇴사하거나 정리해고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3억 개의 일자리가 AI로 대체된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어요. 이와 관련한 국내외 기사는 너무 많아서 일일이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큰 흐름을 바꿀수는 없으니 우리는 해결책을 찾아야죠.
“퇴직금으로 치킨집”은 대한민국 퇴직자의 공식 출구 전략이었습니다. 그만큼 치킨 수요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독자생존법을 모른 채 정글에 나온 화이트 칼라에게는 별다른 대안이 없습니다. 목돈만 넣으면 치킨집이 뚝딱 나오는 신속정확 프렌차이즈 모델은, 치킨 주문 만큼이나 간단해서 매력적인 선택지였죠.
SNS가 대안을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피드를 올려보세요. 인스타그램이 소통의 도구에서 비즈니스 빌드업의 장으로 변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작년 2월 META가 알고리즘을 개편하면서 영향력 재분배가 일어났고 단기간에 많은 “벼락 인플루언서”가 양산되고 있습니다. SNS는 이제 단순 노출 채널이 아니라 그 자체로 직업’이 되었습니다. 부업은 실험이고, 퇴사는 실행입니다. 이를 기회로 삼은 많은 직장인들은 퇴사 전, N잡, 부업하며 독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예외없이 모든 사람은 적게 일하고 많이 버는 삶을 원하고 세상은 절대 다수가 원하는 방향으로 흐르기 마련, 이것이 큰 흐름이고 대세입니다.
전 세계는 지금, 콘텐츠를 자산으로 바꾸는 개인들의 시대에 들어섰습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베인앤컴퍼니는 "브랜딩, 콘텐츠, 엔터테인먼트 영역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셀러브리티들의 역할이 브랜드 앰배서더 이상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셀럽마케팅이 브랜드 엠버서더로, 다시 크리에이터로 진화해가고 있습니다.
수십 만 팔로워를 거느린 인플루언서는 이제 글로벌 브랜드의 광고판이 되길 거부하고 스스로 콘텐츠 제작, 유통, 수익화 구조를 갖춘 비즈니스 모델로의 독립을 선언했습니다. 2023년 현재, 전 세계의 크리에이터의 수는 3억 명 이상이며 이들이 한 해 창출하는 경제적 가치는 약 250조 원 규모이며, 2027년에는 48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출처: Goldman Sachs, 1달러=1,000원 환산 기준)됩니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는 메인 스트림입니다.
이 흐름 위에 올려진 주재료는 단연 “콘텐츠”입니다. 우리나라 사람의 하루 평균 콘텐츠 소비 시간은 4시간 32분입니다. 만약 하루에 잠을 4시간 정도밖에 못자고 있다면 가장 많은 시간을 콘텐츠 소비에 할애하고 있는 것입니다. 잠이 줄어든 이유도 쇼츠와 넷플릭스 콘텐츠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는 앞으로 누구나 콘텐츠 크리에이터 or 콘텐츠 프로바이더 둘 중 하나를 선택하고 살 것이라고 합니다. 거대 프로바이더인 넷플릭스와 유튜브를 이길 방도가 없는 99.9%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선택하거나 콘텐츠 소비자로 남을 것입니다.
AI와 SNS가 겉잡을수 없이 삶을 파고드는 지금, 비즈니스는 제품이 아니라 콘텐츠가 주도(Content Driven Business)합니다. 일례로, 뷰티 업계는 앞으로 화장품을 만들어서 홍보하지 않을 것입니다. 기존에는 제품을 만들고 팔았다면, 이제는 팔릴 것을 먼저 콘텐츠로 실험합니다. 어차피 만들고 해도 틱톡은 해야하는데 이제 앞서서 하는 것이죠. 잘 팔릴지 검증할수 있고, AI는 (거의)무료고, 재고와 마케팅 비용이 제로에 수렴하는데 안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게 무엇을 의미할까요. 예측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불필요한 비용 지출이 사라집니다. 재고가 없습니다. LTV가 높아집니다. 따라서 “수익률 높은 지속가능한 비즈니스”가 됩니다. 이것이 가능해진 이유가 SNS와 콘텐츠입니다.
문턱이 낮아진 만큼 경쟁 또한 이전보다 훨씬 격렬해졌습니다. 매일 쏟아지는 콘텐츠 속에서 눈길을 끌지 못하면 금방 잊혀지니까요. 결국 콘텐츠 크리에이터는 “내 이야기가 왜 특별한가?”를 콘텐츠로 증명해야 합니다.
단순히 해외에 있는 정보를 재가공해 올리는 것만으로는 매력이 부족합니다. 오히려 본인이 직접 겪은 경험, 실패담과 해결 과정, 그리고 그 지식이 실제로 어떻게 쓰였는지 등 진짜 이야기가 담겨야 사람들의 관심을 붙잡을 수 있죠. 그렇지 않으면 자본 없이도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을 누리기도 전에 무수한 경쟁자에게 밀리고 말 겁니다.
텍스트는 콘텐츠 중 유일하게, 비용 제로로 깊이를 구축할 수 있는 무기입니다.
대형 영상 제작비나 화려한 편집 없이도, 시간과 창의력만 있으면 충분히 깊이 있는 글을 꾸준히 발행할 수 있기 때문이죠. 잘 쓴 글은 검색 엔진과 SNS에서 오랫동안 노출되고, 독자가 천천히 찾아와 읽고 피드백을 주면서 크리에이터는 시장 요구를 더 섬세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텍스트 콘텐츠야말로 ‘무자본 창업’의 표본입니다.
자본이라는 물리적 장벽이 크게 낮아지면서, 콘텐츠 크리에이터는 ‘전 세계 무대’로 뻗어나갈 길을 얻게 됐습니다. 하지만 “쉽게 시작할 수 있다”가 “누구나 성공한다”는 뜻은 아니죠. 폭발적으로 늘어난 콘텐츠 속에서 어떻게 독창적인 서사와 통찰을 담아낼지가 승부처가 됩니다. 결국 “시장이 원하는 지식을 얼마나 내 식대로 구현했는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퀴즈를 하나 내볼게요. 의료지식이 2배가 되는 데 걸린 기간이, 1950년에는 50년이었어요. 지금은 얼마나 걸릴까요? 정답은 73일, 고작 0.2년입니다. 75년만에 250배 빨라진 것인데 이 조차도 2-3년내 30일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합니다.
잘하는 거 하나 있으면 대학가고 먹고 산다는 말, 들어보셨나요? 저는 잘 하는 거 하나로 먹고 살줄 알았던, 단군이래 최저 학력이라는 이해찬 1세대입니다. 이는 실패한 교육제도의 상징이 되었으나 제도가 실패한 것이지 시대정신은 잘 읽었다고 생각합니다.
베이비 부머 세대는 전체가 한 가지를 잘하도록 길러졌다면, X세대는 사회 구성원 개개인이 한 가지를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 것이죠. 사회 다양성이 증가했지만 개인 수준에서는 결국 “한 가지”를 잘하면 되었던 건 매 한가지. 베이비 부머든 X세대든 하나 잘 배우면-시험 잘치면-평생(80세) 써먹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당시 누구도 의문을 품지 않았습니다.
반면 지금은 사회 문제의 복잡성과 기술 발전속도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죽을 때(120세)까지, 새로운 걸, 계속, 배워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누가 시험 잘치는가가 아니라 누가 지식을 빠르게 “업데이트”하는가가 중요해진 것입니다.
지식 업데이트를 어떻게 할 것인가. 지식정보 생산의 최초 작업인 글쓰기에 답이 있습니다.
두 가지 전제를 할게요. 첫째,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도 업데이트지만 갖고 있던 것을 구조화해도 새로운 지식이 생산됩니다. 생각의 구조화가 글쓰기죠. 둘째, 글의 피드백을 자주 받을수록 지식이 업데이트 됩니다. 온라인의 실시간 피드백은 지식의 만듦새를 좋게 하며, 시의성 높은 주제가 무엇인지도 알게 합니다.
지식을 글로 쓰는 게 아니라, 써서 지식을 업데이트 한다니 생소합니다. 왜 전후가 바꼈을까요? 페러다임 쉬프트는 글쓰기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방위에서 일어납니다. 앞서 뷰티 업계 사례에서 보듯, 기술 발전으로 생산 비용이 제로를 향해 가면서 뒤에 해야 했던 일이 점점 앞으로 옮겨 갑니다.
온라인에 각잡고 글을 쓴지 딱 1년이 지났습니다. 100만자 쯤 쓴 것 같습니다. 깨달은 게 있습니다. 전문성(지식)이 있어야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글로 꺼내 놔야 전문성이 쌓입니다. 그간 제 전문성의 키워드는 5번 업데이트 되었는데요. 내가 무엇을 배워야 하고 무엇을 글로 풀어내야 할지는 독자가 알려줍니다. 정확히는 독자가 원하는 지식을 업데이트 하는 것이죠.
그러니, 지식을 글로 꺼내 놓으세요.
그래야, 전문성이 쌓일 것입니다.
“생성형 인공지능의 등장에 1인 창업자도 기업가치 10억달러의 유니콘을 만들 수 있게 됐습니다.” OpenAI창업자 샘 올트먼의 말입니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는 작게 돈버는 다수의 회사가 만드는 경제가 아닙니다. 적게 일하고 스타트업처럼 버는, 거인이된 개인의 시대를 일컫습니다. "미래는 이미 와있다. 단지 널리 퍼져있지 않을 뿐이다." SF 소설가 윌리엄 깁슨(William Gibson)의 말을 조금 바꿔야겠습니다.
“미래는 이미 와있고 받아들인 사람과 받아들일 생각이 없는 사람이 있습니다.”
댓글
"지식 업데이트"가 가장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는 것에 공감이 너무 많이 됩니다. 오늘도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컨텐츠에 대해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