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응원

단팥빵 한 봉지

  • 25.07.18

 

단팥빵 한 봉지

 

손님 한 분이 단팥빵을 하나 건네고 가셨다.
마치 “오다 주웠어요” 하는 듯한, 
나는 “고맙습니다” 하고 인사를 드렸다.

 

그런데 단팥빵을 보는 순간,
문득 5~6년 전 자주 오시던 어느 할머니 손님이 떠올랐다.

 

한동안 보이지 않으시기에, 나는 조심스럽게 여쭈었다.
“그동안 무슨 일 있으셨어요?”
할머니는 살짝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남편이요, 그이가 그만… 떠났어요. 정신이 없었네요.”

 

나는 위로의 말을 전했고, 어떻게 돌아가셨는지를 여쭤보았다.
이야기는 그랬다.

 

할머니 부부에겐 자랑스러운 아드님이 있었다.
아들은 사회적으로는 성공한 분이지만, 워낙 바빠 부모님 곁엔 자주 오지 못했다고 했다.
그래도 짬을 내 
주말에 가까운 산에 아버지와 함께 등산을 하기로 약속만 겨우 잡았다고.

 

그 약속을 얼마나 기다리셨을까.
당일 아침, 할아버지는 평소보다 훨씬 일찍 일어나 목욕탕에 다녀오시고,
아들과 나눠 먹을 단팥빵도 사 오셨단다.
무척 들뜨고 기뻐하셨다고.

 

그리고 약속한 대로, 아들과 함께 작은 산에 올랐다.
무사히 정상을 찍고, 하산하던 길.
벤치에 잠깐 앉아 쉬자며 한마디 하시고는,
편안히 눈을 감으셨단다.

 

그분을 한 번도 뵌 적 없지만, 나는 그 장면을 종종 상상해 본다.
얼마나 마음속으로 기다리셨을까.
며칠, 아니 몇 주 동안
‘아들과 나란히 걷는 산길’, ‘함께 먹는 단팥빵’,
‘그동안 못 나눈 이야기들’을
혼자서 조용히, 천천히 그려보셨겠지.

 

그 단팥빵은 아들이 좋아하던 것이었을까.
지금은 취향이 달라졌을지도 모르지만,
아버지 마음속에 아들은 여전히
“단팥빵을 좋아하던 아이”였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나는 가끔 단팥빵을 볼 때마다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새벽길을 걷는
인자한 할아버지의 뒷모습이 떠오른다.
누구보다 설레는 걸음으로
아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걷고 계셨을 그 장면이.

 

오늘은 나도,
아버지에게 전화 한 통 드려야겠다.

 


댓글


월부지기user-level-chip
25. 07. 19. 12:18

🥹월부지기도 집에 전화 한 통 드려야겠어요. 따뜻한 이야기를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더플산님!!

따스해user-level-chip
25. 07. 21. 13:29

저도 부모님께 전화드려야겠어요 더플산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