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지랖 때문에 한가할 수 없는 부동산 투자자 (안)한가해보이입니다.
627 대출 규제가 갑작스럽게 시행이 되고 한 달의 시간이 지나며,
부동산 시장은 많은 투자자들이 여전히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시장 상황에서 ‘나에게만 안 일어날 것’이라는 생각이 가져올 수 있는 위험에 대해서 이야기를 드리고자 합니다.
‘블랙스완’이라는 말을 들어보신 분도 계실거에요.
블랙스완은 말 그대로 검은 백조를 이야기 합니다.
백조는 흰색이라고만 생각하고 있는데, 검은색의 백조가 호수에 나타난 현상을 이야기하는데,
극히 희귀하지만 발생 시 매우 큰 충격을 주는 사건을 말하고 있어요.
30년 전 미국 금융시장에 하나의 사건이 발생하며 큰 충격을 주는 일이 있었습니다.
노벨경제학상을 공동으로 수상한 로버트 머트 교수와 마이런 숄즈 교수는
존메리워더라는 채권중개회사사장과 함께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라는 회사를 차려,
채권 장기물과 단기물의 일시적 금리차를 노린 차익거래를 통해 직접 투자를 시작했습니다.
이 방법은 "무위험 거래"로도 불릴만큼 손해보는 일이 발생하지 않았죠.
러시아 국채가 매우 싼 것을 발견한 이들은 이 국채를 대량으로 매입하고,
대신 상대적으로 비싼 미국 국채는 매도하는 방법으로 차익거래를 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터져버렸습니다.
러시아가 모라토리움(국가부도)을 선언한 것이었어요.
"국채는 절대적으로 안전하다"
라는 생각으로 엄청난 대출금을 통해 러시아 국채를 매입했던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는
하루아침에 파산해 버리고 맙니다.
확률적으로 위와 같은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는 제로에 가까운 것이지 절대 제로의 확률은 아닌 것이죠.
이 제로의 확률이 아닌 단 0.0001% 확률이 바로 지금 이순간,
나에게 발생하게 되면 0.0001%만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100% 망하게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대출 규제, 금리 인상, 급작스러운 경제상황 변동과 같은 변수는 예고 없이 찾아와
예상치 못한 상황, 블랙스완을 만들게 되죠.
최근 6.27 대출 규제로 인해 조건부 전세대출이 사실상 막혔습니다.
조건부 전세대출을 간단히 말씀드리면,
조건부 전세대출은 임대인 소유권 이전, 선순위채권(기존 주택담보대출 등으로 발생) 말소 등 특정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 전세자금 대출을 의미하는 것이에요.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매매 계약 이후, 신규 임차인의 전세금을 통해 부족한 매매금액의 잔금을 해결해야 하는데 이것이 어려워지게 된 것이죠.
이 상황에서,
A는 올해 7월 말, ㅇㅇ구의 한 아파트를 전세를 끼고 매수하려 했습니다.
대출 규제가 나오기 전에는 “조건부 전세대출로 잔금 맞추면 된다”는 생각으로 투자할 수 있는 매물을 찾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규제가 발표되면서 조건부 전세대출이 어려워졌죠.
그런데, 전세 대출이 아닌 현금으로 전세를 구할려고 하는 현금전세 대기자가 있다는 부동산 사장님의 이야기에
매매를 위한 가계약을 보내게 됩니다.
그런데, 몇 시간 뒤 그 현금전세 대기자가 다른 아파트에 전세 계약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이미 가계약금을 넣은 상황에서,
다른 방법을 찾았지만 잔금을 마련할 방법은 찾지 못했습니다
결국 계약금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죠.
사실, 이 사례는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확실하게 계약 조건을 주고받아 협의가 이루어졌고,
실제 계약 약정을 위한 금액을 주고 받지 않은 상황에서
‘괜찮다’, ‘거의 다 되었다’, ‘확실하다’는 말로만 이루어진 상황만을 가지고 계약을 진행하게 된 것이죠.
이 사례는 흑자 도산과 구조가 같습니다.
이 아파트를 살 수 있는 투자금을 보유하고 있어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가장 중요한 ‘잔금 리스크’를 간과했던 거죠.
내가 확인하고 확실한 상황을 만들어야 하는데,
다른 사람의 ‘말’만을 믿고 리스크가 사라졌다고 생각을 했고,
그 리스크가 다른 사람이 아닌 ‘나에게만 일어나게 된 것’이죠.
나에게도 블랙스완이 발생하게 된 것입니다.
투자의 핵심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리스크를 정확히 아는 것”입니다.
“설마 나한테 이런 일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확률 0.0001%의 리스크라도, 그 한 번이 나에게 나타난다면 치명적입니다.
최고의 매물보다, 내가 감당 가능한 범위에서 최선의 매물을 선택해야 합니다.
그리고 항상 내가 감당 가능한 상황인지를 살펴보고,
단 1%의 위험이 있다면 그 위험을 감당할 수 있는지 없는지까지 살펴보고,
반드시 위험을 감당할 수 있을 때 선택해야만 합니다.
부동산은 단타가 아닌 장기 게임입니다.
10년 이상 보유하며 시장을 지켜보고 이겨내면서 가치가 상승하는 시간을 가지면,
당장의 ‘최고 매물’보다 안전하게 매수한 ‘최선의 물건’이 더 큰 수익을 줍니다.
"나에게만 안 일어날 것"이야말로 블랙스완이 가장 좋아하는 먹잇감입니다.
내가 그 대상이 되어서는 절대 안 됩니다.
결국, 부동산 투자는 단순히 “좋은 물건을 싸게 사는 것”이 아니라,
리스크를 관리하면서 오래 버티는 게임입니다.
시장의 변동성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지만,
내가 어떤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은 온전히 나의 몫입니다.
블랙스완은 예고 없이 찾아오고, 준비되지 않은 투자자를 가차 없이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만은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믿음 대신,
항상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도 버틸 수 있는 선택을 해야 합니다.
결국, 부동산에서 살아남는 사람은
가장 높은 수익을 노린 사람이 아니라,
위기 속에서도 잔금을 치르고, 보유를 이어갈 수 있는 준비된 투자자입니다.
그 준비가 곧, 블랙스완을 피하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나에게만 안 일어날 것"이야말로 블랙스완이 가장 좋아하는 먹잇감입니다.
내가 그 대상이 되어서는 절대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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