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하나 빼는데 무려 4개월이 걸렸습니다…
‘경험’. 그 하나에 목을 매 매수했던 1호기(이하 1쪽이..)에 대한 스토리인데요,
처음 투자하시는 분들이 투자 환상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될까 싶어 카페와 닷컴에 각각 게시해봅니다.
“두려움을 가지고 투자하라! 손실 가능성에 대해 걱정하라! 당신이 모르는 무언가가 있음을 걱정하라! (...)불운이나 깜짝 놀랄 사건들 때문에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음을 걱정하라! (하워드 막스, <투자에 대한 생각>”
1. 타임라인
5월 08일 최초 부동산 광고 (설렘뿜뿜)
6월 03일 직접 방문, 굉장한 노답임을 확인.
6월 28일 세입자 퇴실
7월 13일 가성비 부분수리 → https://cafe.naver.com/wecando7/11568553
8월 16일 입주청소
8월 22일 보증금 -1000 조절, 부동산220곳 문자
8월 29일 시스템에어컨 설치 합의
9월 01일 전자계약서 작성
2. 내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들
2-1. 기숙사라고 오래 살지 않는다.
흔히 법인 전세의 장점이라고 꼽는 것이 '보증금을 높게 받을 수 있고, 오래 거주한다는' 점입니다. 제 물건은 직원 3명이 사는 기숙사로 법인 전세였고, 보증금이 높아 갭을 맞출 수 있어 양도받은 물건이었습니다. ‘어차피 4년 이상은 살테니, 그 사이 시세 오르면 높게 낀 전세로 팔면 되겠다^^’ 싶었죠.
그런데 1년 반만에 기숙사를 뺀다고 하십니다....T_T 지방에 더이상 젊은 싱글 남성이 없어 더 이상 기숙사가 필요없어졌대요. 그 사이에 전세시세는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았고, 저는 고스란히 역전세를 맞게 되었습니다.
▶ 복기 : 높게 낀 전세에 절대로, 절대로 혹하지 말자. 무조건 가격이 싼 것에 집중!
2-2. 집상태 확인하기
보통 임대를 주면 집주인이 직접 집상태를 확인할 일은 많이 없을 겁니다. 분명, 2년 전 매수를 하러 갔을 때만 해도 집 컨디션 괜찮았었습니다. 경험이 없는 초보라 그렇게 느낀 걸 수도 있지만, 여하튼 짐이 많지도 않았고, 최소한 냄새나 곰팡이 같이 불쾌감을 주는 요소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2년이 지난 후엔 달랐습니다. 거주자가 바뀐 건지 그 사이에 짐이 엄청 늘었고, 퀴퀴한 냄새에 타일은 더 벌어져 있었으며, 화장실 줄눈과 실리콘에 곰팡이가 엄청났습니다. 월패드며 후드며 여기저기 망가진 곳도 많았습니다.
약간의 충격을 받고 부동산을 마저 돌다가, 이대로 그냥 갈 수 없어 전세입자인 척 하고 같은 단지 내 경쟁물건을 보게 됩니다. 사장님들 말씀으로는 '비슷비슷하다'의 범주에 있었지만, 실제로 꼼꼼히 뜯어본 결과 제 것 보다 훨씬 깔끔했습니다. '시트지, 몰딩철거, 구조, 공실까지. 내거가 1등이 아니구나.' 제대로 메타인지 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이 매물마저 -1000만원 깎여 거래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 복기 : 전화임장으로는 부족함. 직접 집 상태를 두루두루 확인하고, 메타인지 하는 과정 꼭 필요! 내 손님이 붙었을 때 -1000만원을 깎아줄 걸 그랬다.
2-3. 사장님이 다 투명할 거라는 착각
전세를 보러 오기로 한 손님이 있었습니다. 같이 보면서 손님이 지적하는 게 있다면 다 수리해 줄 요량으로 부동산에 도넛 사들고 갑니다.
"아이고.. 뭘 이런걸 사들고 왔어... 그 손님은 갑자기 급한일이 생겼다고 해서 오늘 못온대요"
"아 그래요...? 에고.. 그래서 다른날 보기로 한건가요?"
"뭐.. 볼라믄 연락이 오겠죠? 다른곳도 보긴 했는데... 개인적으로 일이 생겼다고 마악 갑자기 가드라구.."
"(못 온다더니?) 그럼 다시 오시겠죠? 월요일날에 다시 한 번 연락좀 부탁 드려요!"
"뭐.. 전화는 드려볼 수 있는데.. 본인이 연락을 할텐데... (??) 알았어요"
그렇게 허탈함을 안고 일단 동네 다른 부동산을 더 돌아보는데, 이웃 부동산에서 제 물건을 아시는겁니다.
"아 XX단지 8층? 알죠~"
"어맛 제 물건 아세요? 이 일대에서 유명한가요? (ㅎㅎ)"
"아니 그게 아니라~ 오늘 12시에 거기 사장님이랑 나랑 같이 쭉 돌다가 신축 YY 단지에 바로 가계약금 쐈잖아~"
"엇.. 무슨 급한일 있다고 가셨다 하던데 아니에요?"
"(아차)....아닌데... 말씀드리기가 조금 죄송스러우셨나 보네"
......... 급한일이 있어 간 게 아니라 공동중개 하시던 다른 신축 단지를 계약한 거더라구요. 솔직하게 말씀해주셨으면 제가 더 현실을 직시했을텐데 조금 아쉬웠고 앞으로 이 사장님이 하시는 말씀을 100% 믿진 못하겠다 싶었어요.ㅠ
▶ 복기 : 사장님 원망할 필요 하나도 없다! 팩트는 신축을 좋아한다는 것, 아니면 최소한 신축 컨디션이라도 되어야 한다는 것.
2-4. 임대차 시장 속 반려동물이란...
전세 내놓은지 몇 일 지나지 않았을 때, 고양이 1마리를 키우는 집, 강아지 1마리를 키우는 집들의 콜이 있었습니다. 골똘히 생각에 빠졌습니다. 이 일대에 전세가 꼴랑 3개다?… 반려동물은 거의 가족과 같을테고.. 어차피 돌려받을 돈이니 세입자한테 부담되는 돈도 아닐테고? 사장님께 '키워도 되는데, 보증금 500만원이라도 더 받아야할 것 같다'고 말씀을 드렸고, 거래는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1달의 시간이 흐른 어느 날, 같은 단지 안에 2천만원이 높은 가격에 거래가 찍힙니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 10x동 2.7억에 나간거는 뭐예요? 혹시 올수리였나요?"
"그건 갱신건인데, 세입자가 고양이를 키우나봐. 근데 집주인이 나가달라고 하니깐 고양이 데리고 갈만한 데가 없어서 세입자가 먼저 2천만원 올릴테니 살게 해달라 그랬대."
"와...................... 그래도.... 집이 좀 예쁜가보죠?"
"댁네랑 똑같애~ 완전 기본이야"
"와아아ㅏㅏㅏㅏㅏㅏ.........."
이후로 고양이 2마리 키우는 집이 또 연락이 왔었고, 냉큼 들어오시라고 보증금도 올리지 않는다고 했습니다만 거래는 되지 않았습니다.
▶ 복기 : 반려동물은 무조건 피해야 하는 요소가 아님. 나중에라도 올려 받을 무기가 될 수도 있는 것.
2-5. 내 꺼 빼고 다 나가는 경험
"대선 앞두고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아요."
"수리하고 나니까 딱 휴가철이 겹쳐서 사람이 안 돌아요"
"대출이 까다로워져서 전세보단 월세를 찾아요"
"가격을 내린다고 될 문제가 아닌데... 조금만 더 기다려 봐요~ 9월 되면 손님 많이 도니까"
5월~8월까지 사실 전세거래가 안 되는 것은 사실이었다지만, 정말 애석하게도 제 집만 붕 떠 있었습니다.
상태가 안좋아도 더 싸니까 나가고,
비싸도 상태가 좋으니까 나가고,
초등학교는 멀지만 구조가 좋으니까 나가고.
그렇더라구요.
▶ 복기 : 뜯어보면 1등 같아 보여도, '압도적인 1등' 이라 하긴 애매했다.
2-6. 입주청소와 비상벨 소동
입주청소 하는 날, 현장 확인 차 다시 지방으로 내려갔습니다. 청소상태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더불어 세입자가 고쳐놨다던 월패드를 테스트해보려 했는데요, 꺼져있는 월패드를 켜보니 온 집안에 울려퍼지는..
"비상사태 발생🚨"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삐용삐용!!🚨"
관리실에서는 경비실로 전화를 해라, 경비실에서는 사람이 곧 간다면서 30분 넘게 오질 않고... 월패드 고객센터는 주말이라 연락이 되지 않고, 월패드 기사님 번호를 받아보니 자신은 퇴사했으니 연락하지 말아라, 식사 맛나게 하고 오신 경비아저씨는 입사한지 3일 되어서 모르겠다고 떠나가셨습니다.
이 때, 역전세에, 청소를 해도 촌스러운 인테리어, 뭐하나 멀쩡하게 작동을 안하는 집, 그걸 좋다고 매수하며 감격했던 2년 전의 나. 여러모로 약간 멘탈도 나가고 할 말도 잃어버렸던 것 같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입주청소를 했던 업체에 전화를 드려봅니다.
"혹시 청소하시는 도중에 월패드에서 비상벨 울렸나요?"
"네"
"청소하기 전엔 안울렸는데 청소중에 울린거예요?"
"아 네... 그래서 시끄러워서 월패드를 꺼놨어요"
"(하 아니그럼 말을 해야 될 거 아니냐고........ㅡㅡ) ...지금 월패드 계속 울리는데 이거 어디 물이 들어가서 그런것 같아요"
"아 네..."
"월패드 고객센터 부르면 아마 출장비 나올거고 조치하는데 비용 들어갈것 같은데요. 처리해주셔야 될 것 같아요."
원인은 안방 화장실의 인터폰에 물을 끼얹는 바람에 발생한 것이었고, 청소 담당자는 그걸 묵인하고 유유히 떠난 것이었습니다. 다행히 다음날 직접 다시 와서 물을 닦아내고 선을 뺐다 끼니 해결이 되었다고 합니다만, 참… 다들 어쩜 이렇게 하나도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을까요?ㅠㅠ
▶ 복기 : 입주청소나 인테리어를 할 때에는 '특이사항 없었는지' 꼭 구두로라도 문의하기.
2-7. 시스템에어컨 설치 안되는 집?
드디어 전세입자를 잡았습니다. 시스템에어컨 + 예쁜 주방등 + 시트지 + 대출안나오면 계약파기 까지 바라는 게 굉장히 많은 세입자였습니다. 어떻게든 손님을 잡아야 하고, 어떻게든 비용을 아껴야 하는 나!
"세입자님, 거실에 스탠딩 에어컨은 제가 양도 받아서 사용할 수 있게 드릴게요.
안방에도 이미 벽걸이 타공이 되어 있으니 기계만 설치하면 될 거고, 작은 방에 2개 더 설치해드릴게요!"
"아................근데 저는 시스템에어컨 4개로 알고 집을 보러 온 건데요?"
"^_^ 세입자님 근데 임차를 하시는 동안, 여름철에 덥지 않게 시원하기만 거주 할 수 있으면 되지 않을까요..?"
"아......................근데 그 거실에 있는건 되게 오래돼보이고. 어떤 상태인지 알 수도 없는 상태에서 사용하기 좀 그래요"
"^_^ 그렇군요... 거실 에어컨은 저도 여러번 가서 사용해봤지만 사용에 전혀 문제는 없으셔요. 작은 방에까지 2개 더 해드리면 저도 많이 해드리는 건데..."
"음............................근데 전 천장에 쏙 들어가는 천장형 시스템 에어컨으로 이해하고 있어서."
모르겠다. 결국, 시스템 에어컨 4대를 설치해드리는 조건으로 진행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그냥 넘어갈 1쪽이가 아니쥬?
세상이 나를 억까하나 싶었지만, 굴하지 않고 시공사례를 검색해보니 같은 단지, 같은 라인에 시공한 사례가 있었고,
기사님께서 현장 방문 후 일단은 설치 가능할것 같다는 OK 확인까지 받게 됩니다...
▶ 복기 : 세입자 분들 쾌적하게 살 수 있는 환경 만들어 드리고, 매도 때 잘 팔아보자…
3.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운 것들
솔직히 다 끝났다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에어컨 설치 중에 무슨 문제가 생길 지, 무슨 대출 문제가 생길 지, 또 직접 살다보니 뭐가 마음에 안든다고 할 지, 여러모로 긴장되는데요. 매수때부터 전세 하나 맞추기까지 정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많은 것을 배우게 해주는 물건인 것 같습니다.
잘한 것
▶ 전세빼기 일기를 작성하며 매일매일 복기해보기
▶ 전세 경험 많은 선배님들에게 주기적으로 연락하기
▶ 전세를 빼는 4개월동안 똑같이 강의,임장,임보,루틴 해내기
▶ 사장님들에게 얼굴도장 찍으러 부동산 순회 3회
▶ 미리 마이너스통장, 주담대 알아봐두기
▶ 그 누구와도 감정싸움 하지 않고 예의를 갖춘 것
아쉬운 것
▶ 조건이 들어올 때마다 어떻게든 보증금을 더 받으려고 잔머리와 꼼수를
▶ 가격과 상태가 전부라는 걸 알면서도 과감하게 실행하지 못함
▶ 5000으로 시작했던 투자금은 거의 2배가 됨
▶ 곰팡이같은 것은 세입자에게 책임을 물었어도 되지 않았나 (하지만 짐 먼저 빼주신게 너무 감사하니.. 20만원은 내가 감수..)
▶ 경쟁 입주장에는 더 적극적으로 전세입자모드 전화해보지 못함
배운 것
▶ 매수가 제일 쉽다. 진리.
▶ 내 생각대로 되는 것은 정말 단 하나도 없다는 것
▶ 돈을 많이 들이면 뭐든 해결은 된다
▶ 투자금이 아니라 매매가를 정말 싸게 샀어야 한다
▶ 공급장에 함부로 뛰어들지 말자
▶ 전세 높게 낀 물건 투자하지 말자
▶ 전세는 뭘 새로운걸 하기보다는 똑같은걸 계속 반복하는 것 (by자음과모음)
(자음과모음님 샤샤와함께튜터님 재이리튜터님 망구님 딩동댕2튜터님 후안리님 찡아찡님 태싸님 디온아님 염이드림님 내꿈은축구왕님 정쩡이님 네건님 도도찌님 그리고 월부 Q&A 답변 달아준 분들 모두 고마워요 ♥)
다음 편에는 제가 4개월동안 제안 받았던
가지각색의 ‘임대차 조건’들로 조금 더 유익한 나눔글을 작성해보겠습니다!
댓글
오모나 ㅠㅠ 꽃사슴님 엄청난 후기입니다!! 너무너무너무 고생하셨어요!! 그래도 해결이 잘되어 가시는 것 같아 너무 다행입니다!!! 고생하셨어요!
꽃사슴11 님 경험 나눠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래도 세입자 구하셨다니 정말 다행이네요!! 시스템에어컨도 갖췄으니 나중에 1등 매물 되실거 같습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