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아니라 "입지"를 보는 것이 중요한 이유
옛날 많은 분들이 그러셨듯
우리 어머니도 결혼 후 시댁살이를 하며 신혼생활을 시작하셨다.
얼마 뒤 내가 태어났고,
결혼 안 한 동생 다섯, 부모님, 처자식 총 10명이서
(지금은 재개발된) 상도동 낡은 주택 방2개에서 지내기가 너무 비좁다보니 부모님은 어린 나를 데리고 과천 주공아파트로 분가해서 나가셨다.
아이가 커가고 둘째가 태어나다보니 주공아파트 10평대도 너무 좁더라며, 아버지 회사가 있는 서초구로 이사를 갔다. 상급지로 간 것은 좋았는데, 돈이 모자라다 보니 방 갯수를 늘리기 위해 빌라를 선택하셨다.
그마저도 잘 갖고 있었으면 지금은 아파트가 되었을 텐데, 나와 동생이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자 송파 외곽의 새 아파트를 분양받으셨다.
입지는 낮췄지만 그래도 송파이고 아파트라, 그것도 꾸준히 지켰으면 좋았을테지만 야속한 IMF는 그마저도 앗아갔다. 그 시절 많은 아버지들이 그러셨듯 우리 집도 아버지 퇴사 후 집을 팔아 마련한 돈으로 자영업을 시작했고, 불경기에 큰 손실을 보고 가게를 접었다. 과천/서초/송파... 콩나물값도 아끼며 모아 마련한 아파트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애들은 커가는데 이대로는 집도 절도 없이 살 수 없다는 절박한 마음에 엄마는 남은 돈을 박박 긁어모으고, 친정에서 돈을 꾸어오고, 잘 모르는 동네 부동산 문을 두드리고 다녔다. 찾다 찾다 경기도까지 내려가 겨우 1기신도시에 약간의 대출을 끼고 작은 집을 살 수 있었다.
그 집에 부모님은 20년 가까이 사셨고, 자녀들을 졸업, 취업, 결혼까지 시키셨다. 그 때 그거라도 사 뒀으니 전세금 올려줄 걱정 없이 노후를 보낸다고 웃으시는 부모님을 보니 "그래도 참 다행이다" 라는 생각을 하며 동시에 ... 집을 사고 파는 큰 결정이 한 가정에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내 집을 팔고 사는 일. 생에 몇 번 되지 않는 큰 결정. 기왕 사는 거, 좀 더 고민하고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