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맹맹입니다.
오랜만에 글을 쓰네요.
투자 공부를 시작하고 선배님들의 10억 달성기를 보며 "와, 저런 날이 나에게도 올까?" 막연하게만 생각했었습니다. 그리고 종종 선배들에게 듣던 “10억이 달성 돼도 아무런 감흥이 없다” 라는 말을 들을 때면 솔직히 잘 믿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제 엑셀 파일의 순자산 숫자가 10을 넘기게 되었습니다.

선배님들의 말씀처럼, 10억이 되었다고 당장 회사를 그만둘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여전히 현금흐름은 빠듯하여 종잣돈을 치열하게 모아야하고, 회사에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고민하는 직장인일 뿐입니다. 하지만 '막연한 불안감'이 '할 수 있다는 확신'으로 바뀌었다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도 지난 5년의 시간은 헛되지 않았음을 기록으로 남겨봅니다.
2019년, 동생이 창업을 했습니다. 동생의 도전을 지켜보며 저의 삶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회사에서 인정받는 직장인이었고, 맡은 일은 어떻게든 해내는 사람이었지만 문득 무서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갈고 닦은 이 시간들이, 회사라는 지붕이 사라지는 순간 먹고사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
당시 저는 빌라에 살고 있었습니다. 2015년, 그 좋은 시기에 아파트가 아닌 빌라를 내집마련으로 선택한 대가로 누수, 소음 등 온갖 주거 문제를 겪어야 했습니다.
[원문 링크 : https://weolbu.com/community/233090/)
문제 인식이 되자마자 슈퍼 T인 저는 해결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만난 곳이 월부였습니다. 너바나님의 강의를 들으며 제가 막연히 느꼈던 불안감이 노후 준비라는 구체적인 단어로 정의되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투자자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본격적인 상승장 꼭대기, 저는 직장인 '이OO'를 잠시 내려놓고 투자자 '맹맹'으로 살기로 결심했습니다. 물론 저보다 훨씬 더 치열하게 사신 분들이 많아 부끄럽지만, 저 나름대로는 제 인생에서 가장 밀도 높은 몰입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루 4시간만 자던 시기
하루에 8-11시간을 기본적으로 투자에 밀어넣으며 지냈습니다. 침대에 누우면 바로 잠들 것 같아, 딱딱한 바닥에 앉아 임장보고서를 썼습니다. 쓰다가 그대로 바닥에서 잠들어 찌뿌둥한 몸으로 출근하기를 반복했습니다. (허리 건강과 맞바꾼 내 임장보고서)
운동화를 두 켤레나 찢어버렸다
전국을 내 앞마당으로 만들겠다는 객기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걸었습니다. 그렇게 걸어댔더니 “월부 운동화”라 불리는 호카 운동화를 두 번이나 찢어먹었습니다.
1분 1초가 아까웠던, 시간 테트리스
밥 먹는 시간이 아까워 "이것만 더 보고, 저 단지만 더 보고" 하다가 점심을 건너뛰고 하루 종일 임장지에서 돌아다녔습니다. 1시간 단위, 30분 단위, 10분 단위로 할 일을 쪼개서 출근시간, 퇴근시간, 점심시간, 엘레베이터 기다리는 시간까지 테트리스 하듯이 꽉꽉 채웠습니다. 버리는 시간이 없는지 강박적으로 점검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건, 그때 기억이 고생으로만 남아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몸은 정말 힘들었는데, 정신적으로는 꽤 즐거웠던 것 같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막막했던 지역이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려질 때 느껴지는 성취감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어 버틸 수 있었습니다.
땡볕에서 편의점에 잠깐 들러 음료를 제조해서 정수리에 올려놓고 깔깔대고, 부동산 사장님께 문전박대당하고 나와서도 저녁을 같이 먹으며 털어놓는 수다로 툭 털어버릴 수 있었습니다. 혼자였다면 서러웠을 상황들이 동료들과 함께하니 별일 아닌 에피소드가 되었습니다.

물론 회사 일과 병행하느라 징계도 받고 해고 위기까지 겪으며 (그땐 정말 아찔했습니다) 잠시 숨을 골라야 했지만, 그때 임장지에서 동료들과 쌓았던 시간들이 투자를 지속하게 하는 힘이 된 건 분명합니다.
[원문 링크 : https://weolbu.com/community/702627/)
돌이켜보면 제 인생에서 가장 단순하게, 그리고 치열하게 무언가에 몰입했던 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요즘도 함께 임장 다니던 곳을 지나갈 때면 아련해지기도 합니다.
저는 외벌이 싱글 투자자였고, 종잣돈 모이는 속도가 현저히 느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떻게든 투자금을 줄여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복기해보면 모든 선택에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투자금을 조금 더 쓰더라도 더 좋은 물건을 샀더라면" 하는 후회도 있고, “서울 투자는 저게 베스트였을까” 생각도 하지만 월부 선배님들이 말씀하시던 “N호기까지는 경험이다”라는 말의 뜻을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소액 투자를 하며 치열하게 고민했던 경험, 지방과 서울을 오가며 겪은 시행착오들이 쌓여 나에게 맞는 투자 기준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어느덧 순자산 10억을 달성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정말 아무 감흥이 없습니다. (선배님들 말씀이 진짜였네요ㅎㅎ) 갑자기 부자가 된 것도 아니고, 여전히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달라진 것이 있습니다.
첫 번째 마일스톤의 달성: 멀게만 느껴졌던 1차 목표를 찍어보니, "이대로만 하면 30억 달성도, 노후 준비도 꿈이 아니다"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투자는 평생 취미: 투자는 한탕으로 끝나는 게임이 아니라, 계속 해나가는 평생 취미임을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요즘도 틈틈이 시세를 봅니다. 다음 종잣돈이 모이면 어디를 살지 상상하는 것이 즐겁습니다. 지난 3-4년처럼 미친 듯이 몰입하지는 못하더라도, 끈을 놓지 않고 꾸준히 해나가는 힘이 생겼습니다.
월부가 없었다면, 저는 여전히 빌라에 살며 집값 걱정에 불안해하고, 회사에서 짤릴까 전전긍긍하며 불평만 하고 있었을 겁니다. 여기까지 끌어준 것은 제 의지가 아니라 환경이었습니다. 함께 임장하고, 서로의 멍청한(?) 질문도 받아주며 응원해 준 월부 동료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스티커 붙여 놓으니 좀 무서워진 사진들 … )
투자는 평생 하는 거라고 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사람들과 좋은 기억 쌓으면서, 괴롭지 않고 즐겁게 이 길을 오랫동안 걸어가고 싶습니다.
지금도 현장에서 땀 흘리고 계실 모든 직장인 투자자분들을 응원합니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