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신청 가능한 독서모임
26년 2월 돈버는 독서모임 - <돈의 대폭발>
독서멘토, 독서리더


<본>
죽음 자체보다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의 의식, 그리고 죽음 이후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떠올리게 하는 책이다. 자연스럽게 생각이 그쪽으로 흘렀다. “내가 죽으면 누가 진심으로 슬퍼할까? 오히려 속으로 안도하는 사람은 없을까?”
그런데… 막상 생각해보면 나는 가진 게 많지 않아 누가 좋아할 것도 없을 것 같다는 웃픈 생각까지 든다^^;;
이반 일리치는 잘나가는 고등법원 판사였다. 사교계 인맥도 있고, 귀족 출신 아내와 결혼해 자녀도 있었다.
중간에 인사승진에서 삐끗하고(컴플레인하다가 오히려 승진 라인에서 제거됨^^;;) 새로운 곳으로 이사해 연봉도 올리고 빠르게 승진도 하며 다시 궤도에 오른다.
그 과정에서 ‘남부럽지 않은 집’을 사고 화려하게 인테리어를 하다가, 커튼 설치를 직접 보여주겠다고 올라간 사다리에서 떨어져 옆구리를 다친다.
그 작은 고통이 점점 퍼져 결국 45살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다.
아픈 와중에도 체면을 차리는 이반, 남편이 죽어가는 와중에도 파티에 가는 아내, 병문안 와서 회사 이야기하는 동료들…
죽은 뒤 아내, 동료들의 가장 현실적인 고민은
“장례식 귀찮다… 위로는 뭐라고 하지?” “자리 승계는 누구?” “남편은 연금 나오나?”
학창시절부터의 친구조차 ‘도의적인 의례’만 할 뿐, 정작 진심은 느껴지지 않아 이반과의 우정을 나중엔 잊어버릴 정도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인간관계에 대한 아주 현실적인 질문들이 따라왔다.
겉으로 어떤 자리에 있는지가 아니라, 나는 사람들에게 어떤 자리로 남고 싶었나?
그 질문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깨>
‘어쩌겠어, 죽었는걸. 하지만 나는 아니잖아.’ - 10p
→ 이 태도는 죽음뿐 아니라 삶 전반에도 적용된다. 다른 사람들은 결국 자기 인생을 먼저 살고, 남의 고통을 깊게 끌어안지 않는다. 직장에서 겪는 피로, 투자에서 부딪히는 불안, 인간관계에서 오는 번아웃… 결국 다 내 몫이다. 대신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에게 털어놓으며 내 마음을 정리하는 용도로 쓰는 게 현실적으로 가장 맞다. 누군가가 완전히 대신해주길 기대하는 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걸 이 책이 명확하게 보여준다.
모두 다 건강했다. 가끔 이반 일리치가 입속에서 이상한 맛을 느끼고 어쩐지 왼쪽 배가 좀 불편하다고 얘기하는 것을 두고 건강하지 않다고는 할 수 없다. - 44p
→ 이반 일리치는 겉보기엔, 남들 보기엔 남 부러울 것 없는 삶이었다. 판사로의 커리어도 살짝 삐끗한 게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꽤 괜찮았고, 아내도 귀족집 자녀에 사교계에서 유명했던 여자에 자녀들도 건강하게 있었다. 집도 좋은 집으로 이사 가서 화려하게 장식도 잘 해놓고 집에 딱 들어가면 하인이 문 열어주는, 남들이 보면 부자였다.
그러나 그 정도의 부자는 아니었다고 나온다. 또한, 아내와의 관계도 썩 좋지 못 했다. 초반에만 괜찮았고 아내의 히스테리한 성격, 그 성격을 못 받아주는 이반은 아내와의 관계는 회피하고 일에 더 전념했고 그럴수록 직장에서 보람을 느꼈다.
남들이 보는 시선과 실제로 이반의 삶을 보면 건강과 비슷하다. 겉보기엔 괜찮으나 점점 퍼지는 옆구리 통증이 생각난
다. 내 삶 중에 이런 옆구리 통증이 없나? 무시하고 싶지만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퍼져가는 공포감.
‘그러니까 내가 나에게 주어진 모든 것을 망쳤다는 의식을 지닌 채 삶을 떠난다면, 그걸 바로잡을 수조차 없다면 그때는 뭐지?’ - 97p
→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으로 인해서 고통 받는 이반은 끝끝내 자신의 무언가.. 잘못된 삶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된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도 모른 채로.
이 부분에서 당장 지금이 아닌 며칠 안 남은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지금이야 언제 죽는지 모르고 살지만 이반이 카이사르를 두고 3단 논법을 펼친 게 자신에게 적용된다고 말한 것처럼.. 나도 언젠간 죽게 되는데 그게 이렇게 서서히 찾아오고 강렬한 고통과 함께 온다면, 그것도 젊은 나이에 온다면? 내 삶에는 뭐가 남게 되는 것일까.
<적>
다른 사람들의 눈치만 보고 살기에는 죽음은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다가올 수 있다.
이반 일리치는 남들이 생각하는 성공과 부자의 삶에 치중했다. 그것이 정말로 자기가 원하는 삶인지 생각해볼 겨를이 없었다. 집안에서 아내와의 불화로 밖에서 성공하는 것에 더 얽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