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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사슴11] < 쓸모를 증명하지 않는 삶에 관하여 > 독서후기

26.04.16

 

의미를 찾으라고 한다.

어떤 행동을 하던 간에 그 안에서 얻는 것, 느낀 것, 앞으로의 삶의 방향을 찾아야

장기레이스가 가능하다고 한다.

 

30대 중반이라는 어엿한 어른이 되면서 가장 많이 느끼는 것은,

동료에게 정보를 나눔에서 오는 기쁨,

팀원을 성장시키고 좋은 평가받게 하고서 오는 보람

이런 것들이다.

 

의미를 찾고 있었다.

그래야 벗어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불안감에.

거창한 이유와 목적이 있어야만 지속해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런데, 세상 만사가 꼭 의미가 있어야만 굴러가는건 아니라고

어쩌면 의미가 필요 없기에 더 가치 있는 것도 있다고

허무맹랑하면서도 해방과 자유를 주는 듯한 신기하고 특이한 철학이었다.

 

 

그는 세상 모든 것을 행복과 건강 같은 이득을 재는 저울로만 측정해서는 안 되며,

이득 여부와 관계없이 우리가 해야만 하는 일들이 있다고 말합니다.

모두 쓸모없는 일을 하세요. 쓸모없음이야말로 최고의 선입니다!

1장, 손익만 따지는 삶은 빈곤하다_아리스토텔레스의 선

: 누군가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 성취하도록 돕는 것, 외롭지 않도록 챙기는 것들은 분명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일이다. 스터디에서도, 조장을 맡아 조원들 과제독려하고 궁금한거 Q&A 물어다 주면서 "나 스스로도 성장을 하니까" "나에게도 나중에 복으로 돌아올거니까(?)" 등의 의미를 찾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 모든 이유들은 이유가 되지 않는다. 친절을 도구화 해서는 안 된다. 합리적인 이유, 상호 윈윈하는, 나에게 돌아올 복주머니가 일절 없다고 해도, 그냥 그 행동 자체가 가치 있는 것이라고 한다. 예의범절을 '선'이란 그런 것이다. 선한 행동은 그 자체로 목적이라는 그의 말은, 우리가 구태여 의미부여를 하고 어떠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지 않더라도 지속할 수 있는 힘을 주었다. 모순적이고 허무맹랑하지만, 오히려 내 마음속 무언가가 꿈틀 하는 것이, 아무래도 이 철학자랑 나의 스타일이 맞는 것 같기도....

 

자유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할 때가 아니라, 우리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함으로써 얻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진정으로 자유롭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 바깥의 무언가와 관계하면서 자아를 '형성'해야 합니다. 진정한 자유는 자아와 내적 욕망 사이를 끊임없이 맴도는데 있지 않고, 우리가 어디에서 왔으며 무엇의 일부인지를 깊게 생각 하는 데 있습니다.

9장, 책임의 무게를 느낄 때 삶은 가벼워진다_카뮈의 자유

: 자유라 함은 바글바글 거리는 사람들, 가족들, 친구들로부터 벗어나 아무도 나를 억압하지 않는 모습, 자고 싶을 때, 걷고 싶을 때, 먹고 싶을 때 시간과 장소를 구애 받지 않는 모습을 떠올린다.

 

 

그러나 카뮈는 우리가 알고 있는 '내맘대로' 자유와 정 반대의 의미로 접근한다. 자유를 '책임과 의무' 와 연결시키고, 욕망이나 충동을 억압하는 '자기통제'가 가능할 때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려면 외부/공동체와의 관계가 필수라고 한다. 이 얼마나... 거북한 이야기인지!? 앞서 자유를 떠올리면서 줄줄 서술했던 것들은 대개 욕망과 연결됐었다. 욕망을 참지 않는 것이 자유인가? '자유여행'에서의 '자유'가 바로 그 욕망해소 자체 아니었던가? '언론의 자유'란 필터 없이 원하는대로 표현하고 소리치던 그림 아니었던가? 그러면 동물과 다른 점이 무엇일까... 우리는 동물이 되기 위해 자유를 갈망했던가?

뒷파트에서는 또 이렇게 말한다. 자유를 도구화 하지 말라. 자유는, 특별한 이유가 있어 갈망하는 것이 아니고 그냥 그 자체로 좋은 것이라고.. 내가 행복하거나 국가증진에 보탬이 되지 않더라도 가치 있는 것이라고.

어렵다. 어려운데...자유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자유의 형태와 의미와 이유를 찾지 않으려고 하니까 단순해졌다.

 

"네가 용서를 구하고 앞으로 달라지겠다고 하면 널 용서할게"라는 식의 조건이 붙는 용서는 진정한 용서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8장, 용서는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다_데리다의 용서

: 조건과 이유는 필요 없다. 용서는 내 마음에서 모든 쇠사슬과 연결고리를 끊어 버리고 자유로 나아가는 힘이다. 나에게 무릎을 꿇으면, 각서를 쓰면, 돈을 주면,... 이런 것들은 용서를 도구로 삼는 행위이고 본질에서 벗어난다. 상대를 제압하려는 또 다른 욕망의 산물일 뿐, 진정한 해방으로서의 용서가 아니라고 말한다. 사랑과 연결시키면 쉬운 것 같다. 네가 운동을 하면 사랑할게, 반지와 함께 프로포즈하면 사랑해볼게, 돈을 많이 가지고 오면 사랑해줄게... 가짜 사랑이라는 게 바로 느껴진다. 무조건적인 사랑, 무조건적인 용서. 용서의 쓸모란 없는 것이었다. 앞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과도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은, 선한 것을 돌려받으리라는 기대로 선한 일을 해서는 안 된다라는 점이다. 오직 그 자체로 의미가 있기에......

 

우리가 유한한 시간을 산다는 사실 때문에, 우리의 경험과 행동은 비로소 의미와 가치를 지니게 됩니다.

삶의 유한성을 마주하게 될 때, 우리는 비로소 가치 있는 것을 찾을 수 있고 궁극적으로 삶 그 자체에도 매달리게 됩니다.

10장, 끝이 있기에 모든 순간이 소중하다_몽테뉴의 죽음

: <필멸성>이 우리 삶을 형성한다고 한다. 의미를 찾을 필요가 없고, 도구화하지 말라고 했던 내용들과 달리, 마지막 10장에는 순간 순간이 의미있고 행복하려면 죽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한다. 죽음은 두려운 존재이지만, 두렵게 존재하기에 우리 삶이 가치있고 귀한 것이다. 죽음은 삶을 의미있게 만들어주는 필수 조건이라고 한다.

시한부의 인생은 하루하루가 의미있고 행복할 것이다 라는 그림은 쉽게 떠올리지만, 삶의 한계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개개인은 죽음에 대한 의미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을까? 나의 인생의 모토는 '눈을 감을 때 여한이 없는 삶'이기에 하루하루 정성을 다해 사는 편이고, 어찌보면 죽음 앞에 가장 바람직한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과연 죽음을 도구로 삼지는 않았는지 떠올려올 필요가 있다. 이 책에 따르면, 죽음은 그저 죽음일 뿐인데 '죽을 때 후회 안하려고' 열심히 사는 것은 진정한 자유와 충돌이 생기는 듯 하다. 그냥 어떠한 이유 없이 하루하루 정성을 다해 사는 것 자체가 가치 있는 것이고, 그러다가 나에게 주어진 죽음을 책임감 있게 (?) 받아들이는 것이 진짜 자유이지 않을까... 어렵고 재밌는 토픽이다.


 

 

 

허무한 책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이 가뿐해지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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