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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사장님이 계약 끝나고 따로 알려주신, 매도 잘하는 사람의 비밀

15시간 전

 

 

 

 

어제 1호기 매도 계약을 했습니다.


계약일 아침,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지고 들어가자. 그렇게 마음먹고 부동산으로 향했어요. 그 누가 그 어떤 트집을 잡으면 어떻게 응대해야할지 머릿속으로 시나리오를 몇 번이나 돌렸습니다.


그런데 부동산에 들어선 순간, 저는 깨달았습니다.
그 자리에서 가장 나쁜 사람은 저였다는 사실을요.
 

 

 

매수자 부부가 도장 대신 지장을 꺼낸 순간
 

부동산 문을 열고 들어가니, 매수자 부부와 사장님이 환하게 반겨주셨습니다. 신혼부부 같았어요. 첫 집인 것 같았고요.
 

집을 너무 깨끗하게 써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연거푸 하셨습니다. 사실 깨끗하게 쓴 건 제가 아니라 임차인분인데,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난감해서 그저 웃기만 했습니다.


도장을 깜빡 잊고 안 가져오셨다고 하더라고요. 사장님이 싸인으로 해도 된다고 안내해드렸는데, 남편분이 굳이 지장으로 찍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엄지손가락에 인주를 묻혀가며, 한 칸 한 칸 정성스럽게 찍는 모습을 보고 있는데 마음이 이상했습니다.


저는 그동안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만 봤는데, 이분들에게 이 집은 도장보다 지장이 더 어울리는 첫 보금자리였구나. 그게 한 번에 들어왔어요.

 

 


부동산 사장님이 미뤄둔 한마디


계약을 시작하기 전, 사장님이 어렵게 말씀을 꺼내셨습니다.
쇼파 밑에 살짝 찍힌 자국이 있는데, 임차인분께서 그걸 계약 당일 아침에야 사장님께 말해주셨다 하시더라구요. 사장님 입장에서는 난감하셨을 텐데, 매수자분께 양해를 구해주셨습니다. 매수자분은 괜찮다고, 살다 보면 그런 거 다 있다고 웃어넘기셨고요.


계약이 마무리되고 다른 분들이 먼저 일어나신 뒤, 사장님이 저를 잠깐 남으라고 하셨습니다. 따님이 하시는 호두과자라며 봉지 하나를 손에 쥐어주시더라고요. 그러면서 마지막에 한마디 더 해주셨습니다.


쇼파 밑 자국, 사실 미리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걸 미리 말하면 매수자분이 같은 가격대 다른 매물 보러 갈까봐, 일부러 계약 당일에 알려드린 거예요.
같은 가격에 더 좋은 층, 공실 매물도 있었다고 하셨습니다. 세입자가 있어서 이사 날짜 맞추는 것도 까다로운 제 매물을, 사장님이 가장 적극적으로 미셨던 거예요. 매수자분이 이 집을 선택하면서 물품 보관 비용까지 따로 들어가게 됐는데, 그럼에도 이 집을 고르신 데에는 사장님의 노력이 가장 컸습니다.
그날 부동산 문을 나서면서, 호두과자 봉지를 들고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세입자분께 들었던 진짜 이야기
 

매수 부동산, 전세 부동산을 차례로 인사드리러 갔습니다. 두 분 다 축하한다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세입자를 너무 좋은 분 만나서 복이라고 하시더라고요. 무슨 말씀인지 잘 몰라 여쭤봤더니, 곰팡이 하나 안 들고 청소를 틈날 때마다 하셨던 분이셨다고요. 컨디션만 보면 같은 단지에서 1등이라고 하셨습니다. 부동산 사장님이 청소 노하우를 따로 물어보실 정도였대요.


집 보여주는 것도 그렇게 흔쾌히 해주셨다고 합니다. 언제든지 오시라는 말과 함께, 하루에 여러 번 보여주신 적도 있었고, 다른 부동산에서 와도 항상 환하게 맞이해주셨다고요.


저는 대화한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보일러가 고장 났을 때,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싸게 고칠 수 있을지 견적부터 알아봤어요. 중문 설치, 등 교체 요청이 들어왔을 때는 속으로 투덜거렸고요. 매도하겠다고 결정한 것도 제 일정이 우선이었습니다. 잦은 수리 요청에 돈 아깝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그런데 그분은 제 집을 자기 집처럼 아껴주셨고, 부동산 사장님 부탁에 한 번도 짜증을 내지 않으셨고, 결국 제 매도 컨디션을 1등으로 만들어주신 분이었습니다.

 

 


부끄러움이 가르쳐준 것
 

집에 돌아오는 길에, 1호기를 처음 매수했을 때가 떠올랐습니다.


내 집을 처음 가졌다는 그 설렘.

도장을 찍던 손이 떨렸던 기억.

 

그게 어느새 매매가와 전세가가 오르락내리락 하는 숫자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보일러 수리비 십몇만 원에 마음이 쪼그라들었고, 등 교체 요청에 한숨을 쉬었습니다.

 


매수자 부부가 지장을 찍던 그 손가락이 자꾸 떠올랐어요. 그러면서 그동안 제 집에 사셨던 분들의 얼굴을 떠올려보니 흐릿했습니다. 부동산 사장님 성함도 헷갈리는 분이 있었고요. 숫자만 또렷했지, 사람이 흐릿했습니다.
 

그런데 동료 한 분이 그날 저녁에 그러더라고요. 생각해보니 매도를 잘하는 것 같다고요.
저는 매도를 잘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 말을 곱씹어봤어요. 내가 왜 매도가 잘 됐던 걸까. 가격을 잘 잡아서? 단지를 잘 골라서? 시기를 잘 봐서?
다 아니었습니다. 전부 관계였어요.
 

 

 

매도가 잘 되는 사람들의 진짜 공통점


투자 잘하는 분들 책에 나오는 이야기 말고, 직접 매도하면서 몸으로 배운 걸 말씀드릴게요.
 

 

 

첫째, 내 관점이 아니라 그분 관점에서 응대합니다.
 

등이 고장났어요. 보일러가 안 돼요. 이런 연락이 오면, 저는 제가 매번 던지는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내가 지금 그 집에 살고 있다면 이게 불편한 일일까.
불편하다면 즉시 답을 합니다. 불편하시겠다고, 빨리 수리받으시고 영수증만 보내주시면 그날 안에 송금해드리겠다고, 불편함 드려서 죄송하다고요. 이 세 마디가 끝입니다. 견적 비교는 그다음 일이에요.
 

벽지에 못 두 개만 박아도 되냐고 물으셨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박지 못하게 하라는 조언이 절반, 박게 해주라는 조언이 절반이었어요. 저는 벽지 위 자리에만 박아주시라고 했습니다. 그분은 그 집에 사시는 분이고, 저는 가끔 보는 사람이니까요.
이렇게 했더니 그분이 제 집을 1등 컨디션으로 유지해주셨습니다. 결과적으로 가장 빠른 매도, 가장 좋은 가격으로 돌아왔어요. 손해처럼 보였던 작은 비용들이 사실 가장 큰 자산이었습니다.
 

 

 

둘째, 부동산 사장님과는 웃으면서 친구처럼 지냅니다.
 

저는 사장님께 제 사정을 솔직하게 말합니다. 자금이 어떻게 묶여있는지, 언제까지 매도가 됐으면 좋겠는지, 어디까지 가격 조정이 가능한지요. 부탁드릴 때도 웃으면서 드립니다. 너무 격식 차리지 않고, 너무 가볍지도 않게요.


사장님들도 사람이세요. 매물 열 개 중에 어떤 걸 먼저 보여드릴지는 결국 사장님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그 선택이 매도 속도를 결정해요. 호두과자를 챙겨주신 그 사장님이 제 매물을 가장 먼저 미신 건, 결국 그동안 쌓아온 시간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셋째, 내가 사고 파는 게 무엇인지 잊지 않습니다.
 

저는 가끔 제가 다루는 게 그래프와 숫자라고 착각합니다. 공급량, 미분양, 매매가, 전세가. 분석 자료를 보다 보면 거기에 사람이 사라져요.
 

그런데 계약하러가면 분명해집니다. 매수자는 첫 집을 사는 신혼부부이고, 임차인은 그 집에서 매일 살아가는  누군가의 아빠이고 엄마일테고, 부동산 사장님은 나의 거래를 도와주시는 분이더라구요. 이걸 잊지 않으면 행동이 달라집니다.
 

 

 

다음 매도까지 가져갈 다짐
 

이번 매도는 결과적으로 잘 됐지만, 과정에서 저는 부끄러운 게 너무 많았습니다.


매도가 끝났다고 끝이 아니더라고요. 다음에 또 어디서 마주칠지 모르는 분들이고, 무엇보다 제가 다음에 매수할 때마다 똑같은 자리에 서게 되니까요.
 

수익과 손해도 중요합니다. 그런데 그 안에서 살아가는 가족들과 그 거래를 도와주시는 사장님들께 더 친절해지는 것도, 결국 투자자의 실력입니다. 매도할 때 얼굴 보기 부끄럽지 않도록, 처음부터 잘해드리는 것. 이게 처음 또렷해진 다짐이에요.


 

 

 

호두과자 봉지를 받아 들고 부동산 문을 나서던 어제, 1호기 첫 매수 때 떨렸던 그 손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다음 매도일에는,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어있고 싶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멤님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있으니 어떻게 관계를 차곡차곡 쌓아가셨을지 눈에 그려지네유. 공급량이나 매매가 같은 숫자 이면에 있는 사람관계를 잘챙겨보겠습니다 소중한 경험 공유해주셔서 감사해요❤️

허씨허씨creator badge
15시간 전

매도에서 정말 중요한 포인트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멤님!!! 숫자로만 생각하지 않겠습니다.

해바라기v
15시간 전

관계의 중요성 많이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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