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부터 저는 아침 7시에 딱 한 가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히 대단한 건 아니고요.
출근 하기 전에 책상에 앉아 책을 펴고 딱 두 페이지를 읽는 것이었습니다.
챕터도 아니고 두 페이지입니다. 시간으로 치면 5분 정도인것 같아요.
나는 책을 그렇게 못 읽는데,
나는 아침에 그럴 시간이 없는데
이런 생각이 드셨다면 잠깐만 더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왜냐면 저도 똑같이 그런 사람이었거든요. 저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부동산 공부를 해야겠다고 큰맘 먹고 두꺼운 책을 산 적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그런데 늘 앞부분 몇십 페이지를 넘기다 덮었습니다. (마치 수학의 정석 집합파트 처럼요)
주말에 몰아서 읽겠다고 다짐했지만 아시다시피 주말이 오면 피곤하다는 이유로 조금도 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산 책이 책장에 그냥 꽂혀만 있었습니다.
의지가 부족한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자주 탓했습니다.

그 무렵 우연히 읽기 시작한 책에서 한 문장을 만났습니다.
매일 1퍼센트씩 나아진다면 1년 후에는 37배 더 나아져 있을 것이다.
이 문장보다 그 책이 알려준 한 가지 사실이 저를 바꿨습니다.
습관을 못 이어가는 건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시작을 너무 크게 잡았기 때문이었습니다.
한 권을 다 읽겠다는 목표는 바쁜 날 하루만 무너져도 포기로 이어집니다.
그런데 두 페이지는 다르더라고요.
아무리 피곤한 날도, 아무리 정신없는 아침도 두 페이지는 읽을 수 있습니다.
너무 작아서 실패할 수가 없는 크기. 그게 제가 목표한 핵심이었어요.
제가 해보니까 이런 차이가 있었던 것 같아요.
| 한 권 완독을 목표로 할 때 | 하루 두 페이지를 목표로 할 때 |
|---|---|---|
바쁜 날 | 오늘은 건너뛰자가 됨 | 그래도 두 페이지는 읽음 |
하루 거른 다음 | 죄책감에 더 멀어짐 | 다음 날 다시 두 페이지 |
한 달 뒤 | 책장에 다시 꽂아둠 | 여전히 읽고 있음 |
1년 뒤 | 작심삼일의 반복 | 1년치 지식이 쌓임 |
저는 그날로 목표를 두 페이지로 줄였습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습니다.
두 페이지를 읽는다고 아는 게 늘어나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어제 읽은 두 페이지와 오늘 읽은 두 페이지 사이에 달라진 건 없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만두지는 않았습니다. 두 페이지는 그만둘 이유를 찾기에도 너무 작은 분량이었거든요.
한 달쯤 지났을 때 첫 변화를 느꼈습니다.
전세가율, 입주 물량, 미분양 같은 처음엔 외계어처럼 들리던 단어들이 어느새 익숙해져 있었습니다.
3개월쯤 지나자 부동산 뉴스 기사가 읽히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는 제목만 봐도 어렵게 느껴져 넘기던 기사를 끝까지 읽고 무슨 말인지 이해하게 됐습니다.
6개월쯤 지나자 더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부동산이라는 분야 자체가 더 이상 무섭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읽은 것을 머릿속에만 두지 않게 됐습니다.
책에서 임장 이야기를 읽은 주에는 주말에 한 동네를 직접 걸어봤습니다.
책에서 손품 이야기를 읽은 날에는 관심 지역의 시세를 직접 찾아봤습니다.
두 페이지가 행동을 끌고 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거창한 결심으로 임장을 나간 게 아니라 아침에 읽은 두 페이지가 저를 자연스럽게 움직였습니다.
1년쯤 지났을 때 저는 더 이상 부동산 공부를 의지로 하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아침에 책을 펴는 건 양치질처럼 당연한 일이 됐고 그 사이 제 안에는 1년치 지식이 쌓여 있었습니다.
당연히 아닙니다.
책 두 페이지가 종잣돈을 모아주지 않잖아요.
대출을 대신 알아봐 주지도 않고 계약서에 도장을 대신 찍어주지도 않습니다.
모아둔 돈이 있어야 하고 가족과 수없이 상의해야 하고 직접 발품을 팔아야 합니다.
1년간의 아침 독서가 이 모든 걸 해결해 준 건 아닙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해줬습니다.
기회가 왔을 때 제가 그 앞에서 도망치지 않게 해줬습니다.
이전의 저였다면 이걸 해야하는지 아닌지도 몰랐을 겁니다.
설령 싸다는 걸 알았더라도 무서워서 며칠을 고민하다 놓쳤을 겁니다.
그런데 그때의 저는 그 매물이 왜 그 가격에 나왔는지 이 정도면 감당할 수 있는지 판단할 최소한의 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눈은 1년동안 두 페이지의 아침이 만들어 준거라 생각했습니다.
물론 그 뒤로도 할 일은 많았습니다. 가족과 며칠을 더 이야기했고 직접 집을 보러 다녔습니다.
그 과정은 여전히 떨렸습니다.
하지만 막막하지는 않았습니다. 1년 동안 읽어둔 것들이 무엇을 확인하고 무엇을 따져봐야 하는지 알려줬으니까요.
며칠 뒤 저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습니다.
여기까지 읽고도 나는 그래도 못 할 것 같다고 생각하는 분이 계실 겁니다.
이전의 제가 그랬기 때문에 그 마음을 압니다.
그래서 제가 책을 읽으며 지금까지도 노력하고 있는 3가지를 정리해봤습니다.
한 권도 아니고 한 챕터도 아닙니다. 하루 두 페이지입니다.
너무 작아서 오히려 안 할 핑계가 안 생기는 크기. 그게 습관을 오래 이어가게 하는 비결입니다.
다 읽겠다는 목표는 버리셔도 됩니다.
저는 매일 밤 자기 전에 다음 날 읽을 책을 식탁 위에 펼쳐 두었습니다.
아침에 그 자리에 앉으면 펼쳐진 책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의지로 책을 찾아 펴는 게 아니라 이미 펴져 있는 책을 그냥 읽는 겁니다.
사람은 의지보다 환경에 훨씬 잘 움직입니다.
하루는 빠질 수 있습니다. 늦잠 잘 수도 있고 깜빡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두 번 연속으로는 거르지 않는 것 이거 하나만 지키면 됩니다.
한 번 거른 것은 실수지만 두 번 거른 것은 그만두는 습관의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내 집 마련은 대단한 사람만 하는 일이 아닙니다.
저는 의지가 강한 사람도 아니었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다만 한 가지를 바꿨습니다.
크게 시작해서 빨리 포기하는 대신 우습게 작게 시작해서 오래 이어갔습니다.
지금 부동산이 어렵게 느껴지고 나는 못할 것 같다고 느끼는 분이 있다면
내일 아침 부동산 책 한 권을 펴고 딱 두 페이지만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그 두 페이지는 내일도 의미 없어 보일 겁니다. 모레도 그럴 겁니다.
그런데 그 두 페이지가 반년, 1년쯤 쌓이면 어느 날 부동산이 더 이상 무섭지 않은 자신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기회가 왔을 때 그것이 기회인 줄 알아보고 손을 뻗을 수 있게 됩니다.
내 집 마련의 시작은 대단한 결심이 아니라 아침의 두 페이지일 수 있습니다.
못 하는 게 아닙니다. 아직 충분히 작게 시작해보지 않았을 뿐입니다.
이 글이 그 두 페이지를 시작하는 작은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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