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블님, 투자하려면 집에 앉아있으면 안 돼요~~~!”
갖고 있던 집을 매도하고 투자를 하기로 마음먹은지 9개월차. 이제 앞마당(=아는 지역)이라는 게 뭔지 조금씩 알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지역을 정리해나가는 것은 여전히 어려웠다. 그래서 퇴근하면 새벽이 될 때까지 하루종일 임장보고서를 쓰고 또 썼다.
그런데 집에 앉아있지 말라니..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다. 저렇게 말씀해주시는 데는 다 이유가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일단 나갔다. 현장에서 놓친 것은 없는지 꼼꼼히 보기 시작했다. 때로는 연차를 쓰고 평일 낮의 풍경을 보기도 했고, 퇴근하고 달려가서 늦은 밤 시간의 고요함을 느끼기도 했다.

안 오르면 어떡하지?
현장에 자주 나가보니 조금 더 시야가 넓어졌다. 낮에는 고요했던 동네가 밤에는 시끌벅적 유흥가가 되어 있었다. 여기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없나..? 싶었던 곳들은, 아침 시간 출근하는 젊은 사람들이 꽤나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마음 한 켠에는 지방에 투자한다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남아 있었다.
“안 오르면 어떡하지..?”
내가 보는 모습은 깔끔한 택지, 연식 좋은 아파트, 아이들이 넘치는 학교와 학원가였다. 다시 말해 사람들이 충분히 살기 좋은 동네를 보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마음속의 의심을 떨칠 수 없었다. 단지 지방이라는 이유 하나였다.

게다가 가격은 몇년째 곤두박질 치고 있었다. 내 눈은 분명히 살기 좋은 동네, 살고 싶은 아파트를 보고 있었지만 머리는 곤두박질 치는 가격을 보며 ‘앞으로 더 떨어지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을 하고 있었다. 지난 몇 년동안 가격이 떨어졌으니, 앞으로도 떨어질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잃지 않는 선택
그렇다고 투자를 안 하기에는 나같은 초보가 봐도 너무 싼 가격이었다. 게다가 지금의 서울/수도권처럼 전세가 없어서 전세가가 조금씩 오를 기미가 보였다. ‘안 오르면 어떡하지’라는 내 뇌피셜보다는, 지금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서 무작정 현장으로 향했다.
어떤 날은 퇴근하고 내려가서 밤 10시가 다 되어서야 집 하나만 보고 올라오기도 했다. 어떤 날은 주말 이른 아침부터 내려가서 동네에 있는 모든 부동산을 돌며, 더 괜찮은 물건이 없는지 찾아보기도 했다. 초보였지만, 분위기 정도는 느낄 수 있었다. 사람들은 여전히 집을 사는 것에 대해 부담이 조금 있었고 그래서 전세를 찾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가고 있었다.
왜 그렇게까지 했을까? 돌아보면 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었다. 이제 막 공부를 시작한지 1년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인사이트도 없었고, 실력도 없었다. 할 수 있는 건 부딪히는 것 뿐이었다. 그리고 끝까지 배운 것을 되뇌었다. “덜 벌더라도, 잃지 않는 선택을 해야 한다.”
잃지 않는 선택이라는 말이 너무 어려웠다. 일단 배운대로 투자기준을 적용했을 때, 충분히 괜찮은 선택이었다. 그럼 잃지 않는 선택일까? 뭔가 확신이 없었다. 안 해본 영역이다보니 더더욱 그랬다. 그럼에도 어떻게 투자를 할 수 있었을까? 돌아보니 두 가지 정도가 중요했다.
1. 잃지 않는 선택이란 투자기준을 충족하는 것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는 곳이어야 한다.
2. 스스로 확신을 가질만큼 움직인다.

스스로 확신을 가진 순간, 누구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다. 아는 지역이 많이 없었기 때문에 최고의 선택을 할 수는 없었지만, 내가 아는 지역 내에서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당시 교대근무를 해서 밤 11시 퇴근이었지만, 주저없이 내려갈 수 있었다. 사우나에서 몸과 마음을 경건히하며 이 투자를 해도 되는 것인지 다시 한 번 점검할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평일 오전 8시, 남들이 출근하는 시간에 집을 봤고 매수할 수 있었다.
지방투자, 그 이후
내가 투자했던 지역은 앞으로 예정된 신규 입주물량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투자 이후 지속적으로 전세가가 상승했고,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가 줄어들수록 사람들은 ‘이 돈이면 차라리 집을 사는 게 낫지 않나?’라는 생각으로 매수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운이 좋게도 내가 매수한 아파트는 가격이 많이 올랐다. 4천만원 정도의 투자금으로 매수했던 이 단지는, 나에게 2배의 종잣돈이 되어 돌아왔고 다음 투자를 위한 소중한 발판이 되었다. 중요한 것은, 공급이 없던 이 지역은 내가 임장할 때 ‘이런 곳은 투자하기 어렵겠다..’ 라고 생각했던 아파트들까지 모두 다 올랐다는 것이다.(당시에는 이런 단지들도 싸다는 이유로 투자하려고 했었지만..)
"그럼 공급이 없으면, 투자기준을 충족한다는 가정 하에 아무곳이나 투자해도 되는 거 아니야?" 라고 생각할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왜냐하면 잃지 않는 투자가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잃지 않으려면 사람들이 좋아하는 동네, 좋아하는 아파트가 어디인지 알 수 있어야 한다. 가격이 오른다고 모두 좋은 아파트라는 명제는 항상 옳지 않을 수도 있다.
매수 이후 전세도 운용해야 하고, 매도할 때는 시장상황이 어떨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매수 이후 매도할 때까지 얼마나 걸릴지 모르지만, 그동안 내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것은 단 하나, 사람들의 ‘선호도’이다. 그래야 전세를 운용할 때도, 매도할 때도 조금 더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아무것도 모르고 했던 첫 투자는 저에게 많은 가르침과 결실을 주었습니다. 종잣돈이 부족해서,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만 같아 막막하신 분들께 조금이나마 힘을 드리고 싶어 오늘 이 글을 썼습니다. 지방에서도 충분히 돈을 벌 수 있습니다. 종잣돈이 적어도 충분히 시작해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음 글에서는 지방 투자를 통해 배운 것들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다른 분들이 함께 본 인기🏅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