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정부에서 집값이 오른다는 주장은 게으른 관찰?
지난 6월 24일, 관훈토론회에서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진보 정부에서 집값이 오른다"는 세간의 말에 대해 "게으른 관찰"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는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때 부동산이 올랐다면서, 노무현 정부때는 김대중 정부 시절 외환위기로 주택 수급이 안되었고 수요가 폭발하면서 지금과 비슷한 상황이었다고 진단했고, 문재인 정부때는 연간 주택 공급이 가장 많이 된 정부인데 코로나 상황이 오면서 유동성이 팽창하여 부동산이 급등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은 묘하게 소위 개혁 정부가 들어서면 올라간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과 그 궤를 함께 한다. "묘하게" 라는 단어 선택에서 진보 정부때 집값이 오르는 것에 대한 책임 의식의 부재를 느끼게 된다.
그렇다면 진보 정부때 집값이 오르는 것은 과연 우연의 일치인가?
문재인 정부때 유동성이 팽창한 건 맞다. M2 통화량 증가율은 문재인 정부때 +51%로 크게 늘었다. 그런데 유동성 확대 수준이 문재인 정부때와 유사한 시기가 있었으니 바로 이명박 정부때다. 이명박 정부때 M2 통화량 증가율은 +52%에 달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집값 상승률이다. 이명박 정부와 문재인 정부는 M2 통화량 증가율이 엇비슷했는데 집값 상승률은 판이하게 나타난 것이다. KB부동산 기준으로 이명박 정부때 서울은 -3% 하락, 광역시는 +32% 상승했는데 문재인 정부때 서울은 +62%, 광역시는 +32% 상승했다. 이상하지 않은가. 시중에 풀린 돈의 증가율이 비슷한데 한쪽은 집값이 덜 올랐고 한쪽은 유독 서울만 급등한 것이.
게다가 김용범 정책실장 언급처럼 문재인 정부때는 주택 공급이 역대 가장 많이 이뤄졌는데 비슷한 유동성 증가율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더 급등했다면 원인을 더 깊게 따져봐야 하는 것이 "올바른 관찰"이 아닌가 싶다.
유사한 사례는 또 있다.
박근혜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M2 통화량 증가율을 보면 각각 +33%와 +34%로 비슷했다. 그런데 집값 상승률은 박근혜 정부때 서울은 +10%, 광역시는 +14% 상승한 반면, 노무현 정부때 서울은 +57%, 광역시는 +17% 상승했다. 이 비교군도 마찬가지다. 시중에 풀린 돈의 증가율이 비슷한데 한쪽은 집값이 덜 올랐고 한쪽은 유독 서울만 급등한 것이.
수도권 부동산은 유동성, 지방 부동산은 수급이 중요하다는 분석 결과를 여러 기관에서 내놓은 바 있는데, 유동성 증가폭이 비슷한 두 시기 사이에서 집값 상승률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면 과연 이것이 우연의 소산일까.
집값 상승을 "게으른 관찰"로 치부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유동성 증가폭이 비슷했는데도 "유독" 진보 정부에서 집값이 오른 것을 두고 "게으른 관찰"로 치부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분명 어떠한 요소가 개입했기 때문에 다른 결과가 나왔다고 보는 게 타당한 추정이다. 요(要)는 그것이 어떤 요소냐는 것이다.
이미 글로써 여러 차례 밝혀온 바지만, 나는 그 요소가 바로 "유통 매물을 축소시키는 규제" 탓이라고 본다. 다주택자 양도세를 중과시킨 2006년과 2018년에 집값이 폭등한 것은 매매 유통 매물 축소가 초래한 시장 반응의 대표적 사례라고 봐도 무방하다. 임대차3법 시행으로 역대 최대 입주 물량이 몰린 2020년에 전세값이 폭등한 것 역시 전세 유통 매물 축소가 초래한 시장 반응의 대표적 사례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민주당 정부 시절 발생한 사례들이다.
이러한 규제 영향을 제외하고서는 돈이 비슷한 수준으로 풀렸는데 유독 민주당 정부 시절 집값이 많이 오른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공급? 앞서 언급했듯이 김용범 정책시장 말대로 문재인 정부때는 역대 최대 입주 물량이 몰린 해였다. 수도권 기준 입주 물량은 문재인 정부 시절 연 평균 19.4만호가 입주했는데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시절은 각각 연 평균 13.4만호와 11.9만호가 입주했다. 문재인 정부때 공급이 훨씬 많았는데도 집값도 훨씬 오른 것이다. 달리 무슨 말이 필요할까.
책임 회피는 "비겁한 관찰"일 뿐이다
정부는 7월말 세제개편안 발표를 예고하고 있다. 이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부활시키면서 매매 매물 감소를 초래하고 있는 정부는 보유세와 양도세를 함께 끌어올릴 태세다. 그리고 다주택자뿐 아니라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증세도 임대 유통 매물을 감소시킬 것이다. 모든 유통 매물을 조이는 "문재인 정부 시즌2"를 결행하겠다는 것이다.
대통령 및 정부 고위 관계자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그동안 민주당 정부의 정책 방향이 틀린 게 아니라 정책 강도가 약했기 때문에 시장이 급등한 것으로 보는 것 같다. 그래서 나온 결론이 정책 방향은 유지하되, 규제 강도를 더욱 높이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규제의 강도를 높인다고 해서 시장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오산이다. 양도세 중과로 퇴로가 끊긴 다주택자에게 보유세를 증세시킨다면 세입자에게 보유세 전가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 유가가 오른다고 추경, GPU가 모자른다고 추경과 같은 식으로 돈을 풀고 싶어 안달이 난 정부에게는 유동성 확대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 국민연금의 기금 투입까지 확대시키면서 이재명 정부의 치적으로 자랑스러워하는 코스피 급등도 유동성 확대라는 부메랑의 힘을 더욱 키울 것이다.
시장 메커니즘을 무시하면서 과도한 규제를 일삼은 결과 초래한 집값 폭등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비겁한 관찰"이다.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가 왜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는지 성찰하기 바란다. 유통 매물은 조이고 돈 풀기에는 여념이 없으면서 부동산 상승을 막겠다는 커다란 논리 모순을 안고 있는 정부에게 성찰을 기대하기란 어불성설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찰 요구는 필요하다. 이러한 정책들이 그동안 국민들에게 큰 고통을 안겨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