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사촌동생과 대화하다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형, 저는 지금 마흔인데요. 순자산이 4억이면.. 잘하고 있는 건가요?"
이 질문, 사실 굉장히 많이 받습니다. 표현만 조금씩 다를 뿐이에요.
"제 나이에 이 정도면 몇 등인가요?" "남들은 얼마나 모았나요?"
궁금하실 만합니다. 자산은 성적표처럼 등수가 공개되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이 질문 뒤에는 보통 이런 체념이 한 문장 따라붙습니다.
"어차피 월급쟁이는 한계가 있잖아요. 부자는 사업하는 사람들 얘기고요."
정말 그럴까요. 마침 이 통념에 데이터로 답할 수 있는 자료가 나왔습니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가 2026년 6월 발간한 '상위 1% 부자가구 보고서 Ⅱ(THE100리포트 125호)'입니다.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연령대별·지역별·직업별로 상위 1% 가구를 분석한 자료인데요.
결론 하나만 먼저 말씀드리면, 월급을 받는 근로자 가구도 상위 1%는 총자산 63억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이 보고서에서 가장 중요한 숫자는 63억이 아닙니다.
오늘 여러분이 반드시 가져가셔야 할 숫자 세 가지를 순서대로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실 숫자입니다. 연령대별 순자산 상위 컷라인입니다.
| 구분 | 39세 이하 | 40대 | 50대 | 60대 이상 |
|---|---|---|---|---|
| 상위 1% | 13.1억 | 32.0억 | 34.5억 | 44.9억 |
| 상위 5% | 7.6억 | 16.1억 | 17.9억 | 18.8억 |
| 상위 10% | 5.4억 | 11.2억 | 12.7억 | 12.3억 |
자료 출처는 2025 가계금융복지조사(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입니다.
39세 이하는 순자산 5.4억이면 상위 10%, 13.1억이면 상위 1%입니다.
40대는 기준이 확 올라갑니다. 상위 10%가 11.2억, 상위 1%는 32억이에요.
이 표를 보고 두 가지 반응이 나옵니다.
"생각보다 낮네? 해볼 만한데?" "와, 나는 아직 멀었구나…"
어느 쪽이든 괜찮습니다.
다만 이 표에서 정말 봐야 할 건 숫자 자체가 아니라 연령대 사이의 간격입니다.
39세 이하와 40대의 상위 1% 컷라인 차이, 약 19억.
자산이 30대에서 40대로 넘어가며 폭발적으로 벌어진다는 뜻입니다.
왜 그럴까요.
보고서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자산 형성이 단기간의 성과가 아니라 장기적인 소득 활동, 투자, 부동산 보유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라고요.
쉽게 말하면 이렇습니다.
30대에 만들어 둔 종잣돈과 자산이 40대에 '일하기 시작'하면서 격차가 벌어지는 겁니다.
1억이 2억 되는 것보다 5억이 10억 되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것.
복리를 아는 분이라면 익숙한 얘기죠.
그래서 지금 30대라면, 이 표는 좌절할 자료가 아니라 "지금 만드는 종잣돈의 가치가 가장 크다"는 증거 자료입니다.
이제 앞에서 예고한 그 숫자입니다.
"결국 부자는 사업하는 사람들 얘기 아닌가요?"
데이터를 보면 절반만 맞는 말입니다.
자영업자 상위 1% 가구의 총자산은 약 92.7억. 근로자 상위 1% 가구는 약 63.4억입니다.
자영업자가 더 크긴 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 63억이라는 숫자에 주목하셨으면 합니다.
월급을 받는 근로자 가구도, 상위 1%는 총자산 63억을 만들었습니다.
부채를 뺀 순자산 기준으로도 평균 56억입니다.
대출을 감안해도 '월급쟁이의 한계'라는 말과는 거리가 먼 숫자죠.
더 흥미로운 건 자산의 '구성'입니다.
자영업자 상위 1%는 자산의 74.3%가 거주 외 부동산입니다.
사업과 연계된 상가, 임대용 부동산 중심이죠. 이건 일반 직장인이 따라 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반면 근로자 상위 1%는 달랐습니다.
☑️ 거주 외 부동산 50.2%
☑️ 거주주택 29.0%
☑️ 금융자산 19.6%
투자용 부동산을 기반으로 하되, 내 집과 금융자산까지 고르게 가져가는 구조입니다.
어디서 많이 본 그림 아닌가요?
내 집 마련 또는 전세 레버리지를 활용한 부동산 투자, 그리고 금융자산 적립.
월부에서 여러분이 배우고 계신 바로 그 경로입니다.
근로자 상위 1%의 포트폴리오는 특별한 비법이 아니라, 평범한 월급쟁이가 걸을 수 있는 길을 끝까지 걸어간 결과에 가깝습니다.
저도 지방의 소액 투자로 시작해 10년을 걸어온 사람으로서 말씀드리면, 이 구조는 재현 가능합니다.
다만 시간이 걸릴 뿐입니다.
이제 제가 이 보고서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숫자입니다.
보고서는 상위 1% 가구의 소득과 지출 구조를 분석했는데요.
연령, 지역, 직업이 달라도 하나의 공통점이 나왔습니다.
소득의 약 40%를 저축여력으로 남긴다는 것.
☑️ 39세 이하. 40.7%
☑️ 50대. 39.1%
☑️ 60대 이상. 42.0%
☑️ 수도권. 39.9% / 비수도권. 39.3%
☑️ 근로자. 39.1% / 자영업자. 40.8%
놀랍지 않으신가요. 소득 규모도, 사는 지역도, 직업도 다른데 남기는 비율은 40% 언저리에서 일치합니다.
심지어 60대 이상 가구는 소득이 줄어드는 시기임에도 저축여력이 42%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습니다.
은퇴 이후에도 자산이 줄지 않고 유지·확대되는 이유입니다.
딱 한 구간만 예외가 있었습니다.
40대입니다. 저축여력이 25%로 뚝 떨어져요.
자녀 교육비, 주거비, 세금. 소득은 늘었는데 나가는 돈이 더 크게 느는 시기라는 뜻이죠.
이 예외가 오히려 메시지를 선명하게 만듭니다.
40대의 지출 파도는 상위 1%도 피하지 못합니다.
그러니 그 파도가 오기 전, 30대의 저축률이 평생의 자산 궤도를 결정합니다.
부자가 되는 데 필요한 건 높은 소득만이 아니라, 소득이 얼마든 40%를 남겨 투자로 보내는 구조라는 것.
이게 이 보고서가 데이터로 증명한 결론입니다.
여기까지 읽고 "좋은 얘기네" 하고 닫으시면 이 칼럼은 실패입니다.
세 가지만 해보시죠. 오늘요.
순자산(자산 − 부채)을 계산하고, 위 컷라인 표에서 내 연령대의 상위 10% 기준과 비교해 보세요.
목적은 좌절도 안도도 아닙니다. 현재 좌표를 알아야 목표까지의 거리가 나옵니다.
지난달 세후 소득에서 소비지출과 비소비지출(세금, 이자 등)을 뺀 금액. 그게 몇 %인가요?
20%라면, 40%까지 가는 로드맵이 필요합니다.
단번에는 어렵습니다. 분기마다 5%p씩 올린다는 식으로 구체적인 계단을 만드세요.
저축여력은 통장에 남아 있으면 그냥 예비 소비입니다.
월급날 자동이체로 투자 계좌에 먼저 보내고, 남은 돈으로 사는 구조를 만들어야 상위 1%의 '40% 구조'가 내 것이 됩니다.
투자처는 그다음 고민입니다.
저평가된 자산인지, 팔고 싶을 때 팔리는지(환금성), 수익이 나는 구조인지, 원금은 지켜지는지.
이 기준으로 하나씩 공부해 나가시면 됩니다.
"월급쟁이는 한계가 있다"는 말로 시작했죠.
상위 1%의 63억은 그 말이 틀렸다는 증거이고, 저축여력 40%는 그 증거를 만든 방법입니다.
이 숫자들은 오늘의 여러분과 비교하라고 있는 게 아닙니다.
10년, 20년 뒤의 여러분이 도달할 수 있는 구조의 결과물로 보셔야 합니다.
그리고 그 구조의 출발점은 생각보다 소박합니다.
이번 달 소득에서 40%를 남기려는 시도. 남긴 돈을 투자로 보내는 자동이체 하나.
저도 아이가 잠든 밤에 가계부를 열어보며 '이번 달은 몇 %를 남겼나'부터 시작했던 사람입니다.
부자의 숫자를 부러워하는 사람은 많지만, 부자의 비율을 따라 하는 사람은 적습니다.
여러분은 후자가 되시길 바랍니다.
오늘도 여러분의 자산이 일하게 만드는 하루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