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예전 회사 후배의 결혼식에 다녀왔습니다.
서울의 한 호텔 예식장이었습니다. 입장하는 순간 숨이 턱 막혔어요.
천장에서 떨어지는 생화 장식, 곡선으로 휘어지는 LED 버진로드, 코스 요리 5단 풀세팅까지 준비돼 있었습니다.
식이 끝나고 후배는 환하게 웃으며 신혼여행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발리에서 일주일, 풀빌라와 프라이빗 디너까지.
저는 진심으로 축하를 건넸습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한 가지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이 친구, 결혼식이 끝나고 통장에 얼마가 남아 있을까."
올해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최근 2년 이내 결혼한 신혼부부 1,000쌍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신혼부부의 평균 결혼 비용은 3억 8,113만 원.
이 중 신혼집 마련 비용만 3억 2,201만 원으로, 전년보다 약 2천만 원 상승했습니다.
서울 거주 부부의 신혼집 비용은 3억 8,464만 원까지 올라갑니다.
3억 8천.
이 숫자가 무서운 이유는 액수 자체가 아닙니다.
'평균'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예비부부의 머릿속에 새 기준선을 그어버리기 때문입니다.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체감은 더 크게 다가옵니다.
2025년 4월 기준 전국 결혼식장과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패키지 평균 계약금액은 2,101만 원, 서울 강남 지역은 3,409만 원으로 경상도(1,209만 원)의 3배에 달했습니다.
스튜디오 사진 한 번 찍는 데 평균 135만 원, 드레스는 155만 원, 메이크업은 76만 원입니다.
이 숫자를 처음 본 예비부부의 반응은 거의 비슷합니다.
"어, 우리 친구도 그 정도 썼다던데?"
그렇게 평균은 또 한 칸 올라갑니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가장 최신 신혼부부 통계(2024년 기준)에 답이 있습니다.
대출이 있는 초혼 신혼부부의 비중은 86.9%.
이들의 대출잔액 중앙값은 1억 7,900만 원입니다.
10쌍 중 8.69쌍이 평균 1억 8천에 가까운 빚을 안고 결혼이라는 출발선을 끊는다는 뜻입니다.
예식장, 스드메, 예물, 혼수, 신혼여행까지 5천만 원에서 8천만 원.
신혼집 보증금이나 매매 영끌까지 더하면 3억 원이 훌쩍 넘습니다.
축의금으로 일부 보전한다 해도, 식대와 답례품을 빼면 손에 남는 건 생각보다 적습니다.
그렇게 결혼 첫 달부터 이자를 갚는 부부가 됩니다.
월급 500만 원 외벌이도, 부부 합산 800만 원 맞벌이도, 매달 원리금 230만 원이 통장을 휩쓸고 나가면 남는 돈은 거기서 거기입니다.
종잣돈이 모일 자리가 없는 구조가 결혼 시작과 동시에 완성됩니다.
결혼 비용 평균은 왜 해마다 오를까요. 세 가지 작동 원리가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결혼식 사진은 평균이 아닙니다.
상위 10%의 결혼식입니다.
그런데 그 사진을 매일 보다 보면 뇌는 "저게 평균인가 보다"라고 학습합니다.
실제 평균은 그대로인데, 머릿속 평균만 자꾸 올라갑니다.
"인생에 한 번뿐인 날인데."
이 한 문장이 예식장 견적서, 드레스 추가 옵션, 부케 업그레이드, 본식 스냅 추가 컷에 평균 200만~300만 원씩을 더 얹습니다.
"옆집 누구는 어디서 했다더라." "네 친구는 신혼여행 어디로 갔대."
악의 없는 한마디가 결혼 예산서 마지막 줄에 0을 하나 더 붙입니다.
문제는 결혼식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신혼이 시작되면 또 다른 '평균'들이 줄지어 기다립니다.
분기마다 한 번 호캉스, 결혼기념일 오마카세, '결혼 선물'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되는 명품 가방, 안 사도 되는 가구를 '집들이용'으로 사는 신축 풀옵션 인테리어까지.
최근 백화점 업계에서는 명품 카테고리 매출 비중이 상위 점포 기준 40% 중후반대까지 올라왔고, 이 흐름을 2030세대가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자산이 없을수록, 자산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소비에 돈을 씁니다.
이 구조는 반복됩니다.
영끌해서 결혼 → 빚 갚느라 종잣돈 못 모음 → 박탈감 → 이 정도는 누려야지 → 카드 할부 → 다시 종잣돈 못 모음.
이 흐름을 5년만 돌면, 결혼 5년 차 부부의 통장은 결혼 직전과 거의 같습니다.
오히려 마이너스가 깊어진 채로요.
월부 커뮤니티에서 수년간 많은 분을 만나며 발견한 패턴이 있습니다.
같은 월급, 같은 나이, 같은 출발선이었는데도 10년 뒤 자산이 5배 이상 벌어진 부부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특히 결혼식이라는 첫 단추에서 하지 않은 것 3가지가 분명했습니다.
"스드메는 평균 2천만 원이래"라는 정보를 봐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대신 묻습니다. "그 2천만 원으로 5년 안에 만들 수 있는 자산 규모는 얼마지?"
연 6% 복리로 굴리면 5년 뒤 약 2,676만 원, 10년이면 3,582만 원이 됩니다.
스튜디오 사진 한 장의 기회비용을 자산 가격으로 환산해 보는 습관, 이것이 첫 번째 차이입니다.
결혼식은 하루입니다. 신혼은 평생입니다.
하루에 몇천만 원을 쓰는 대신, 평생을 좌우할 신혼집 입지에 그 돈을 보탭니다.
직주근접, 학군, 환금성. 이 세 가지가 결혼 후 10년의 자산 곡선을 결정합니다.
결혼식이 끝난 다음 달, 가장 먼저 한 일이 다른 부부와 달랐습니다.
☑️ 부부 공동 통장과 개인 통장 분리
☑️ 고정지출·변동지출·저축·투자 4개 계좌 시스템 구축
☑️ 월 저축률 50% 이상 자동이체 세팅
이걸 결혼 5년 차에 시작한 부부와 결혼 1개월 차에 시작한 부부의 자산 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따라잡기 어려워집니다.
부부 A와 부부 B를 놓고 보겠습니다.
둘 다 30대 초반, 합산 월 소득 800만 원, 같은 시기에 결혼했습니다.
부부 A.
평균을 따라갔습니다.
결혼 비용 6천만 원, 신혼집 영끌, 분기 호캉스, 명품 가방 두 개.
5년 뒤 신혼집 대출 잔액 2.4억, 종잣돈 약 1,500만 원.
부부 B.
평균에서 한 발 뺐습니다.
결혼 비용 2천만 원, 입지 좋은 구축으로 신혼집 다운사이즈, 호캉스 대신 가족 여행 1회.
5년 뒤 첫 집 자산 가치 상승분 1억, 종잣돈 5,000만 원, 두 번째 투자처 진입.
두 부부의 차이는 능력이 아니었습니다.
결혼식 첫날, 어떤 평균을 자기 기준으로 받아들였느냐였습니다.
식장 견적서를 한 번 더 들여다보세요.
3년 뒤, 5년 뒤, 10년 뒤 부부의 통장이 이 견적서를 견뎌낼 수 있을지 계산해 보시기 바랍니다.
오늘 신혼인 분이라면, 다음 호캉스 예약 버튼을 누르기 전 잠시 멈춰 보시기 바랍니다.
그 50만 원이 아이의 첫 입학식 때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저는 아이가 잠든 밤에 지출 정리한 내역을 봅니다.
처음에는 부끄러웠습니다. 이 정도 모았다고 어디 가서 말도 못 할 액수였으니까요.
그런데 5년, 10년이 지나며 깨달았습니다.
부의 본질은 얼마를 버느냐가 아니라 얼마를 안 쓰고 자산으로 옮겼느냐에 있습니다.
자산은 시간이 일하게 만드는 도구이고, 그 도구를 갖추기 전까지는 평균을 따라갈 자격이 없습니다.
세상의 평균은 SNS가 만든 신기루이고, 그 신기루를 따라가는 동안 진짜 평균은 점점 멀어집니다.
평균이 자기 기준이 되는 순간, 자기 인생은 더 이상 자기 것이 아닙니다.
저는 오늘도 한가해 보이는 부모이고 싶습니다.
자산이 알아서 일하고 있어서, 굳이 평균을 따라가지 않아도 되는 삶.
그 시작은 결혼식 견적서, 호캉스 예약 버튼, 명품 결제창에서 한 발 빼는 작은 용기입니다.

댓글
BEST | 감사합니다. 요즘 규제로인해 속아픈 하루에 저의 선택들에대해서 돌아보면서 어떤 선택을 했어야 더 나은 오늘이 되었을지 되물어보고 버티기위한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오늘의 글은 저의 선택들을 스스로 의심하던 저에게 큰힘이 되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코로나때 폴디브는 취소되고 어쩔수 없이 제주도로 신행을 갔지만 인스타그램의 연예인들이나 유명인들이 하는 프리미엄 200만원짜리 추가 스드메는 사진첩에 넣어두고 ^^50?만원정도로 원하는 드레스를 선택도하고 결혼하자마자 통장을합쳤고 50%가까이 저축도 했고 도움을 받아서 청약도 ,투자도 했습니다. 청약 후 선택도 투자할때의 선택도 100%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스스로에게 그래도 잘해왔다고 다독여주는 글이 되었습니다. 마음에 울림과 용기와 반성의 기회는 주는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