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고1 학생이 부모님의 강요로 자퇴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성실한 줄로만 알았던 그 학생은 사실 부모님 몰래 휴대폰을 두개씩 사용하면서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고, 엄마는 아이를 위해 자퇴라는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엄마가 너무 멋대로 결정한 것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계속 생각하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정말 저 엄마와 다를까?
나는 상대방을 위한다고 하면서
정작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있었을까?
내가 생각하는 ‘좋은 것’과 상대에게 필요한 것은 다를 수 있다
최근 나 역시 비슷한 경험을 했다.
내가 부족했던 부분에 대해서 복기하면서 사람을 대하는 방식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는 그동안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을 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으면 이야기를 들어주고,
더 이상 해나가기 어려워 보이는 사람에게는 무리하게 푸쉬하기보다 마음이 꺾이지 않도록 기다려주었다.
나는 그것이 상대를 배려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돌아보니,
내가 생각하는 ‘좋은 방법’을 상대에게 주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상대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충분히 살펴보지 않았던 것 같다.
누군가에게는 기다려주는 것이 필요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오히려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알려주고 한 번 더 밀어주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을 해주고 싶은가가 아니라,
지금 이 사람에게 무엇이 필요한가를 보는 것이었다.
공감한다고 해서 선호도를 아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투자 공부를 하며 배운 선호도라는 개념이 떠올랐다.
공감과 수용성도 앞서말한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공감은 상대의 감정과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고,
수용성은 나와 다른 생각이나 행동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라면,
선호도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이 사람이 왜 이렇게 생각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래서 이 사람은 무엇을 선택할까?’를 보는 것이다.
나는 이것이 투자에서 굉장히 중요한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투자도 결국 ‘타인의 선택’을 보는 일
앞선 논리대로 생각해본다면,
내가 좋아하는 아파트가 좋은 투자처일까?라는 질문에
꼭 그렇지는 않다는 결론이 지어진다.
내가 살고 싶은 집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집이어야 한다.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입지가 아니라
사람들이 편하다고 느끼고 선택하는 입지를 봐야 한다.
내가 보기에는 별것 아닌 요소가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일 수도 있고,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학군이
다른 사람에게는 출퇴근 거리보다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임장을 할 때도 이제는
‘나는 이 단지가 좋은데?’
에서 끝내지 않고,
‘실제로 이 동네 사람들은 어디를 더 선호할까?’
‘가격이 같다면 어디를 선택할까?’
‘전세입자라면 무엇 때문에 이 단지를 선택할까?’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어떤 요소에 돈을 더 지불할까?’
이런 질문을 해보려고 한다.
결국 투자자는 내 기준으로 집을 평가하는 사람이 아니라,
타인의 선택을 읽는 사람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를 위한 배려와 상대를 위한 배려는 다르다
이번 일을 복기하면서 또 하나 깨달은 것이 있다.
사람을 위하는 마음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마음이 상대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전달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아이를 위해 내린 결정이라도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결정인지는 따로 생각해봐야 하고,
동료를 위해 건넨 조언이라도
그 사람에게 지금 필요한 조언인지는 따로 생각해봐야 한다.
투자도 똑같다.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집을 사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왜 그 집을 선택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그래서 나는 공감과 수용성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선호도를 보는 눈’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상대를 이해하고,
다름을 받아들이고,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래서 이 사람은 무엇을 선택할까?’
를 생각하는 것.
그것이 좋은 동료가 되는 것과
좋은 투자자가 되는 것의 공통점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앞으로는..
사람을 만날 때는
‘내가 뭘 해주면 좋을까?’보다
‘이 사람에게 지금 필요한 게 뭘까?’
를 먼저 생각하기.
임장을 할 때는
‘나는 어디가 좋은가?’보다
‘사람들은 어디를 선택하는가?’
를 먼저 생각하기.
그리고 내가 가진 경험과 지식을 나누되,
움직이는 사람에게 더 많이 나누고,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방식으로 도움을 주기.
그리고 투자에서도 마찬가지로
내가 좋아하는 집이 아니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집을 찾는 연습을 해보려고 한다.
결국 좋은 투자자가 되는 과정은
내 기준으로 세상을 보는 것에서
타인의 기준으로 세상을 보는 것으로
조금씩 시선을 넓혀가는 과정이 아닐까.
이번 달은
타인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보기.
사람에게도, 투자에도.!
오늘도 이렇게 성장해나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