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제보다 더 성장하고 싶은 하나엘스입니다.
요즘 임장을 다니면서 계속 마음에 걸리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저는 투자자라서 많은 아파트를 봅니다.
지금 당장 살 집이 아니어도 보고,
투자할 수 있는 가격이 아니어도 보고,
비교를 위해 보기도 하고,
언젠가 내가 살 집을 고르기 위해 미래의
내 집을 미리 보기도 합니다.
결국 많이 보고 많이 비교하는 것이 투자 공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매임을 많이 할수록 한편으로는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부사님께 미안한 마음이 생기는 이유
부사님들에게는 집을 보여주는 일이 생업인데 나는 여러 집을 보고 비교한 뒤 결국 매수로는 이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런 마음이 생긴 데에는 잊혀지지 않는 일이 하나 있습니다.
지난 추운 겨울 눈보라가 치던 날이었습니다.
동료와 함께 지방 임장을 가면서 운전해서 예약한 매임 장소로 가는데
길을 잘못 갔기도 했고 눈 때문에 길이 막혀 30분 이상 늦게 도착한 적이 있었습니다. 도착해서 보니 한 할아버지 부사님께서 추운 날씨에 밖에서 저희를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눈보라가 얼굴을 때리고, 길 위의 차들이 거북이처럼 움직이던 날이었습니다. 그런 날씨에 할아버지께서는 혹시 저희가 오지 않을까 봐, 혹시 길을 헤매고 있지는 않을까 봐 차가운 바람 속에 오래 서 계셨던 것 같습니다.
그때는 정신없이 집을 보고 돌아왔는데 시간이 지나도 그 장면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눈보라 속에서 꽁꽁 언 채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던 그 모습,
저희를 보자마자 아무렇지 않은 듯 집으로 안내하시던 표정, 걱정하니까 본인은 괜찮다고 웃으시던 모습,
추위보다 먼저 저희를 걱정하셨을 그 마음을 떠올리면 아직도 가슴 한쪽이 저려오고 미안한 마음에 눈물이 날 때가 있습니다.
그분에게 그날의 30분은 그저 흘러간 시간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생업을 위해 내어 놓은 귀한 시간이었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동안 감당해야 했던 추위였을 것입니다.
그 이후부터 였던 것 같습니다.
매임을 할 때마다 ‘내가 이분들의 시간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지난주에 또 다른 현실을 마주했습니다.
지난주 임장을 하면서 부사님들께서 ‘임장족 때문에 너무 힘들다’는 말씀을 하시는 것을 직접 들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더 복잡해졌습니다.
분명 투자자에게는 많이 보고 배우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부사님들의 생업과 시간을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나는 공부하는 사람이니까 괜찮아.’ 라고만 생각해도 되는 걸까?
그렇다고 투자자가 부사님께 미안한 마음 때문에 필요한 매임을 포기해야 하는 걸까?
이 두 마음 사이에서 저도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부사님께 거절 전화를 드렸습니다.
너무 친절하게 집을 보여주시고 시간을 내어 자세하게 설명해주셨던 부사님께
결국 매수하지 않겠다고 거절 전화를 드렸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니 부사님의 아쉬움과 실망감이 느껴지는 것 같아
또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나는 지금 살 사람도 아닌데 너무 많은 집을 보는 건 아닐까?’
‘부사님에게는 생계가 달린 일인데 나는 투자 공부라는 이유로 시간을 쓰게 하는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그런데 투자자는 많이 봐야 합니다.
오늘은 문득 이 고민을 조금 다르게 바라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투자자는 실제로 살 집만 볼 수 없습니다.
좋은 투자자가 되려면 내가 살 수 있는 물건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전체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왜 같은 생활권에서 어떤 단지가 더 비싼지,
왜 어떤 단지는 거래가 잘 되고
어떤 단지는 가격이 내려가도 거래가 안 되는지,
같은 가격이라면 사람들이 어떤 단지를 선택하는지,
호가와 실거래가는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현장에서 느껴지는 상품성과 선호도는 어떤지,
이런 것들은 직접 많은 집을 봐야 알 수 있습니다.
매임은 단순히 집을 사기 위한 과정이 아니라 시장을 읽는 훈련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금 당장 매수하지 않는 집을 보는 것도 투자 공부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 책임감 있게 임장하고 싶습니다.
다만 이제는
‘공부니까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임장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더 책임감 있게 임장하고 싶습니다.
정말 필요한 매물인지 한 번 더 생각하고,
예약한 시간은 반드시 지키고, 가능한 한 부사님의 시간을 존중하고,
집을 보여주신 것에 감사하고, 매수하지 않게 되었다면 솔직하게 말씀드리고.
그리고 내가 공부한 만큼 그 시간과 도움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 것.
투자 공부에도 책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투자자로써 내가 가져갈 마음
그래서 이제는
부사님께 미안한 마음 때문에 내가 해야 할 투자 공부까지 위축되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투자자는 모든 매물을 사는 사람이 아니라 수많은 매물 중에서 좋은 것을 골라낼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니까요.
그래서 이제는 미안해서 매임을 줄이는 투자자가 아니라,
예의를 지키면서 필요한 만큼 시장을 보는 투자자가 되고 싶습니다.
그때 눈보라 속에서 저희를 기다리셨던 할아버지 부사님께 느꼈던 미안함은 앞으로도 잊지 않겠습니다.
그분을 통해 배운 것은 ‘사람의 시간을 가볍게 여기지 말자’는 것이니까요.
그날의 눈보라는 제게 단순히 추웠던 날씨로 남아 있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시간과 노동, 그리고 기다림이 얼마나 무겁고 소중한 것인지 알려준 장면으로 남아 있습니다.
다만 그 미안함 때문에
내가 해야 할 투자 공부까지 위축되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감사는 충분히 하되, 죄책감까지 가져오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동시에 ‘나는 투자자니까 괜찮아’라는 마음으로
누군가의 시간과 생업을 당연하게 여기지도 않으려고 합니다.
투자자로서 해야 할 공부는 당당하게 하되,
그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시간과 마음은 소중하게 여기겠습니다.
동료분들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혹시 저처럼
매임 후 부사님께 미안한 마음 때문에 힘들었던 동료분 계신가요?
저는 아직도 마음이 쉽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사람에 대한 예의’와 ‘투자자로서의 원칙’을 함께 지킬 수 있을까요?
비슷한 경험이 있으셨다면
동료분들의 생각과 경험을 듣고 싶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