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꿈꾸는사피엔스입니다.
월부라는 좋은 환경 속에서 열정적인 동료들과 함께 달리다 보면,
문득 나 자신이 한없이 작아 보일 때가 있습니다.
누군가는 임보도 척척 써 내려가고, 임장도 능숙하게 해내며,
매물도 기가 막히게 찾아내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남과 나를 비교하게 되죠.
'왜 나만 이렇게 느리고 부족할까?' 하는 자책감에 마음이 조급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 서투른 과정조차도 내 실력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순자(荀子)의 권학(勸學) 편에는 이런 말이 나옵니다.
騏驥一躍 不能十步 (기기일약 불능십보)
駑馬十駕 功在不舍 (노마십가 공재불사)
천리마도 한 번 뛰어 열 걸음을 가지 못하고,
둔한 말도 열흘 동안 꾸준히 가면 천 리에 도달하니
그 공은 멈추지 않음에 있다는 뜻입니다.
지금 당장 남들보다 빠르게 치고 나가는 재능보다 더 위대한 힘은,
바로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힘'입니다.
오늘은 이 노마십가(駑馬十駕)를 평생 삶으로 증명해 낸
청나라 말기의 인물, '증국번(曾國藩)'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어떻게 조급함을 내려놓고 성장해 나갈 수 있을지 이야기 나눠보려고 합니다.

1. 도둑에게조차 비웃음당했던 둔재, 증국번
증국번은 청나라 말기,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떨쳤던 역사적 인물입니다.
문인으로서는 학문의 일가를 이루었고, 정치인으로서는 최고의 관직에 올랐으며,
평생 글만 읽던 서생의 몸으로 군대를 구축해 당대 최대의 반란이었던 태평천국의 난을 평정한 인물입니다.
훗날 모택동조차 "내가 근대 역사 인물 중 유일하게 존경하는 사람은 증국번뿐이다"라고 말했을 정도였죠.
이 정도면 하늘이 내린 천재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증국번은 천재와는 거리가 아주 먼 둔재였습니다.
증국번이 어릴 때 그의 집에 도둑이 든 적이 있었습니다.
천장 들보 위에 숨어 있던 도둑은 증국번이 잠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소년이 밤이 깊도록 책 한 구절을 못 외워서 쩔쩔매며 도통 잠을 자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참다못한 도둑이 들보에서 펄쩍 뛰어 내려와 이렇게 소리쳤다고 합니다.
"이 사람아, 너처럼 둔한 머리로 무슨 공부를 하겠느냐!"
그리고는 자기가 들보 위에서 듣다가 저절로 외워버린 그 글을 줄줄 암송해 보인 뒤 어이없다는 듯 사라졌습니다.
한 번만 듣고도 글을 외웠던 총명한 도둑은 평생 도둑으로 남았지만,
밤새 그 글귀 하나 외우지 못해 끙끙대던 둔한 소년은 훗날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거인이 되었습니다.
그 차이는 뭐였을까요?
2. "오늘 나는 어제보다 나아졌는가?"
증국번이 위대해질 수 있었던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자신의 부족함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는 평생 '근(勤, 부지런할 근)'이라는 글자 하나만 붙잡고 살았습니다.
근능보졸(勤能補拙). 부지런함으로 자신의 부족함과 서투름을 보완한다는 뜻입니다.
그의 공부법은 지독하리만큼 우직했습니다.
한 구절을 완전히 내 것으로 익힐 때까지 절대 다음 구절로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남들이 열 페이지를 읽을 때, 그는 단 한 줄이라도 제대로 이해할 때까지 끝없이 반복했습니다.
또한 그는 평생 일기를 쓰며 자신의 욕심과 교만을 경계하고 스스로를 엄격히 점검했습니다.
매일 밤 일기장을 펼치며 그가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은 남과의 비교가 아니었습니다.
오직 이 질문 하나였습니다.
"오늘 나는 어제보다 나아졌는가?"
논어(論語)에는 '일지소무(日知所無)'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日知其所亡 (일지기소무 : 날마다 자신에게 없는 것을 알고)
月無忘其所能 (월무망기소능 : 달마다 이미 익힌 것을 잊지 않는다면)
可謂好學也已矣 (가위호학야이의 : 배움을 좋아한다고 할 수 있다)
증국번에게 배움이란 남보다 앞서가는 것이 아니라,
매일 나에게 없는 부족한 점을 찾아내어 비우고 다시 채워 넣는 일이었습니다.
지루하리만큼 이 과정을 반복하자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성취가 뒤따랐습니다.
우리의 투자 공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옆에서 달리는 동료의 속도와 나를 비교할 필요가 없습니다.
어제 몰랐던 단지 하나를 오늘 알게 되었고,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현장의 분위기를 이해하게 되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3. 천리마를 흉내 내지 않은 둔한 말의 승리
그의 이런 태도는 절체절명의 위기였던 '태평천국의 난'에서 가장 빛을 발합니다.
전쟁 경험이 전무한 전형적인 문관이었던 증국번에게 황제는 군대를 만들어 반란을 진압하라는 명을 내립니다.
전쟁터에 나선 그는 처음부터 뛰어난 지략가가 아니었습니다.
초반에는 전투에서 대패하고 힘들게 만든 수군이 하루아침에 붕괴하는 등,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을 정도로 깊은 절망을 맛보았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부족함을 너무나 잘 알던 증국번은,
전쟁에 능한 다른 천재 장수들의 화려한 전술을 어설프게 흉내 내지 않았습니다.
대신 가장 자기다운 방식으로 전쟁을 처음부터 학습하기 시작했습니다.
병사를 선발하는 기준부터 훈련 방식, 군율 제정, 심지어 무기와 배를 제작하는 과정까지 하나하나 묻고, 시험하고, 실패할 때마다 하나하나를 고쳐 나갔습니다.
그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과정을 무려 십여 년 동안 우직하게 반복한 끝에,
그가 이끄는 '상군(湘軍)'은 당대 최강의 군대로 거듭났고 마침내 1864년 적의 수도인 천경을 함락하며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증국번은 결코 타고난 무장이 아니었습니다.
그의 승리는 "모르는 것은 솔직히 인정하고, 부족한 것은 끝까지 배우고 개선하는 태도"가 만들어낸 승리였습니다.
스스로 천리마가 아닌 둔한 말(駑馬, 노마)임을 알았기에, 그는 단 하루도 걸음을 멈추지 않았던 것입니다.

4. 쌓음(적, 積)의 힘을 믿으세요
순자의 권학 편은 이렇게 쌓아 나가는 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積土成山 風雨興焉 (적토성산 풍우흥언)
積水成淵 蛟龍生焉 (적수성연 교룡생언)
積善成德 而神明自得 聖心備焉 (적선성덕 이신명자득 성심비언)
흙이 쌓이면 산이 되고 그곳에서 비바람이 일어나며,
물이 쌓이면 깊은 못이 되고 그곳에 교룡이 깃든다.
작은 선행이 쌓이면 덕이 되고 마침내 성인의 마음이 갖추어진다는 뜻입니다.
세상에 처음부터 거대한 산인 것은 없습니다.
초라해 보이는 흙 한 줌, 한 줌이 쌓여 비바람을 일으키는 큰 산이 되고,
작은 물줄기가 모여 깊은 연못이 됩니다.
우리가 매일 밤 졸린 눈을 비비며 쓰는 임보 한 장,
떨리는 마음으로 거는 전임 한 통,
주말마다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걷는 임장의 시간들이 지금 당장은 너무 작고 느려 보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남과 비교하며 조급해하기보다, 매일 밤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나는 어제보다 나아졌는가?"
천 리에 이르는 것은 빠른 발굽이 아니라, 끝까지 걷는 힘입니다.
지금 당장 내 실력이 부족해 보일지라도,
어제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오늘 하루에 만족하며 묵묵히 쌓아 나가다 보면
어느덧 우리가 꿈꾸던 목표에 성큼 다가서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오늘도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걸음을 옮기고 계신 모든 동료분들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