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상담을 받으면 꼭 이 질문을 듣게 됩니다.
"고정으로 하실래요, 변동으로 하실래요?"
대부분 여기서 멈칫합니다.
당장 금리가 낮은 쪽을 고르고 싶은데, 왠지 그게 함정일 것 같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이 질문이 더 무거워졌습니다.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넉 달 연속 올라, 9월 말 발표 기준 연 4.66%를 찍었습니다.
3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그런데 새로 대출받는 분 10명 중 7명 가까이는 변동금리를 골랐습니다.
변동금리 비중이 68% 정도로, 2014년 2월 이후 가장 높습니다.
금리는 오르는데, 사람들은 금리가 따라 움직이는 쪽을 고르고 있는 겁니다.
왜 그럴까요.
그리고 나는 어느 쪽을 골라야 할까요.
오늘은 계산기 하나로 이 질문을 같이 풀어보겠습니다.
지금 금리, 딱 세 줄로 정리하면
첫째, 기준금리가 두 달 연속 올랐습니다.
한국은행은 7월에 이어 8월에도 기준금리를 올려 연 3.00%가 됐습니다.
한은 총재는 앞으로 한 번 더 오를 수 있다는 신호도 줬습니다.
금통위원들이 예상한 6개월 뒤 금리의 중간값이 3.25%라고 직접 설명했거든요.
둘째, 지금은 변동이 더 쌉니다.
9월 중순 5대 은행 기준으로 변동형은 연 4.25~6.46%, 5년 고정형은 연 4.89~7.29%였습니다.
가장 낮은 금리끼리 비교하면 변동이 0.64%포인트 낮습니다.
사람들이 변동을 많이 고르는 이유가 바로 이겁니다. 오늘 내는 이자가 적으니까요.
셋째, 변동금리도 곧 따라 오를 가능성이 큽니다.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지표(코픽스)는 8월에 잠깐 멈췄습니다.
하지만 은행들이 9월 들어 예금 금리를 올렸기 때문에, 이 지표도 다시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시장에서는 10월 금통위에서는 일단 쉬고, 11월에 한 번 더 올릴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물론 이건 전망입니다.
저는 금리 방향을 맞히는 사람이 아닙니다. 맞히려고 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오를까, 내릴까" 대신 다른 질문을 드리려고 합니다.
"금리가 오르면, 나는 한 달에 얼마를 더 내야 할까?"
3억을 30년 빌리면, 한 달에 얼마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지금은 변동이 한 달에 약 11만 원 쌉니다.
하지만 변동금리가 0.64%포인트만 올라도 그 차이는 사라집니다.
3억 원을 30년 동안 매달 같은 금액으로 갚는다고 가정하고 계산해봤습니다.
금리는 위에서 본 은행 금리의 가장 낮은 값을 썼습니다.
| 경우 | 금리(연) | 한 달 상환액 | 고정형과 차이 |
|---|---|---|---|
| 변동형, 지금 | 4.25% | 약 147.6만 원 | 11.4만 원 덜 냄 |
| 변동형, 0.5%포인트 오르면 | 4.75% | 약 156.5만 원 | 2.5만 원 덜 냄 |
| 5년 고정형 | 4.89% | 약 159.0만 원 | 기준 |
| 변동형, 1%포인트 오르면 | 5.25% | 약 165.7만 원 | 6.7만 원 더 냄 |
이 표에서 보셔야 할 건 딱 하나입니다.
지금 아끼는 11만 원은, 금리가 조금만 올라도 사라지는 할인입니다.
반대로 금리가 그대로거나 내려가면, 변동을 고른 분이 계속 이득입니다.
그러니까 이건 정답을 고르는 문제가 아닙니다.
"나는 어느 쪽 위험을 견딜 수 있나"를 고르는 문제입니다.
참고로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은행의 5년 고정형은 보통 5년 동안만 금리가 고정되고, 그 뒤에는 다시 금리가 바뀌는 상품이 많습니다.
30년 내내 같은 금리가 아니라는 점, 상담받을 때 꼭 확인해보세요.
※ 실제 금리는 신용점수와 우대 조건에 따라 달라집니다. 실제 대출 조건은 은행 상담을 통해 꼭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내 상황에 맞게 고르는 기준 3가지
금리 뉴스를 매일 볼 필요는 없습니다.
아래 세 가지 중 내 상황에 가까운 걸 찾으시면 됩니다.
1. 한 달 상환액이 이미 빠듯하다면, 고정 쪽으로 기울어도 괜찮습니다.
월급에서 대출 상환액을 빼고 나면 생활비가 아슬아슬한 분이 계십니다.
이런 분께 한 달 6~7만 원이 갑자기 늘어나는 건 숫자 이상의 부담입니다.
지금 조금 더 내더라도, 내년 예산이 흔들리지 않는 게 더 큰 이득입니다.
2. 몇 년 안에 갚거나 갈아탈 계획이 있다면, 변동도 충분히 고려할 만합니다.
2~3년 안에 큰돈이 들어올 예정이거나, 더 좋은 집으로 옮길 계획이 있는 분들이요.
대출을 오래 들고 있지 않을 거라면, 지금 싼 금리의 이득을 챙기는 게 합리적일 수 있습니다.
다만 이때는 일찍 갚을 때 내는 수수료(중도상환수수료)가 얼마인지 꼭 같이 보셔야 합니다.
3. 금리가 1%포인트 올라도 버틸 여유가 있다면, 변동을 골라도 됩니다.
위 표 기준으로 3억을 빌렸을 때, 변동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한 달에 약 18만 원이 늘어납니다.
이 18만 원을 "그래도 괜찮다"고 말할 수 있다면, 변동의 위험을 감당할 수 있는 분입니다.
이 세 가지를 관통하는 기준은 하나입니다.
"금리가 가장 나쁘게 움직였을 때도, 나는 이 집을 지킬 수 있는가."
대출은 집을 사는 수단이지, 내 일상을 걸 만한 도박이 아닙니다.
대출 상담 가기 전, 이것만 챙기세요
☑️ 은행 2~3곳의 변동·고정 금리를 같은 날 비교해보기
☑️ 변동금리라면 몇 개월마다 금리가 바뀌는지 확인하기
☑️ 고정금리라면 몇 년 동안 고정인지, 그 뒤엔 어떻게 바뀌는지 확인하기
☑️ 일찍 갚을 때 내는 수수료가 얼마인지, 언제부터 없어지는지 물어보기
☑️ 금리가 1%포인트 올랐을 때 내 한 달 상환액을 미리 계산해두기
하나 더 있습니다.
올해 남은 기간에는 대출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5대 은행이 올해 늘릴 수 있는 가계대출 한도가 거의 바닥났고, 10~11월 이사철에 대출 창구가 막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연말에 잔금이 있으시다면, 고정이냐 변동이냐보다 먼저 대출이 나오는지부터 이번 달 안에 확인해두세요.
금리는 우리가 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금리가 움직일 때 내가 얼마나 흔들릴지는, 미리 계산해볼 수 있습니다.
오늘 표 하나만 기억하셔도 충분합니다.
지금의 11만 원이 할인인지, 함정인지는 내 상황이 정합니다.
남들이 많이 고르는 쪽이 아니라, 내가 끝까지 버틸 수 있는 쪽을 고르세요.
그게 집을 오래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