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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전) 정부 탓은 잘못 짚었다

26.10.26



10월 23일의 일이다.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 이성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은 3년 뒤 집값이 폭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국정감사에서 부동산 전망을 언급하는 것이 이채롭긴 하지만 내 눈길을 끄는 것은 다른 데 있었다.

 

이성훈 LH 사장이 3년 뒤 집값이 폭락할 것이라고 전망한 것은 현 정부가 열심히 해서 3년간 공급이 본격화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올해 들어 착공 물량이 드라마틱하게 늘어나고 있는 줄 알았다. 그러나 국토교통부 통계누리에서 데이터를 뽑아보니 드라마틱은 무슨.

 

2026년 8월까지 수도권 아파트 착공 물량은 7.8만호. 1년의 3분의 2에 다다른 시점에서 7.8만호의 착공 물량은 2024년 15.0만호, 2025년 15.3만호를 상회하기는 커녕 하회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알려주고 있다.

 

그럼에도 이성훈 LH 사장이 3년간 공급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이야기한 이유는 혹시 인허가를 크게 늘렸기 때문일까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인허가 데이터도 뽑아봤다. 역시는 역시였다.

 

2026년 8월까지 수도권 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8.4만호. 이 역시 1년의 3분의 2에 다다른 시점에서 8.4만호인데 참고로 2024년은 21.9만호, 2025년은 21.4만호가 인허가되었다. 과연 2026년 연말이 되었을 때 2024~25년 수준에 다다를 수 있을지 의심이 가는 수준이다.

 

그리고 예리하신 분들은 알아채셨겠지만 인허가가 능사는 아니다. 수도권 아파트 기준으로 2014~18년 인허가 물량은 113만호, 2년 뒤인 2016~20년 착공 물량은 110만호로, 인허가는 곧 착공으로 이어지는 확률이 매우 높았다. 그러나 그 이후 2020~23년 인허가 물량은 75만호였던데 비해, 2년 뒤인 2022~25년 착공 물량은 55만호에 불과해 인허가 ≒ 착공 공식이 무너졌다. 하물며 2026년 인허가가 지지부진한 수준인데 무슨 근거로 착공 물량이 급증할 것이라고 장담하는지 모르겠다.

 

호언장담의 근거도 부실하거니와 그동안 상승의 근거도 잘못 짚었다.

 

이성훈 LH 사장은 "집값이 오르고 전월세 가격이 오르는 것은 단연코 공급 부족 때문"이라면서 "지난 정부 3년 동안 수도권 착공 물량이 절반,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는데 이는 마치 공사 기간이 3년인데 3년 짜리 집값 폭등의 시한폭탄을 설치한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이다.

 

기본적으로 문재인 정부때 착공 물량이 많았던 것은 그전 정부인 박근혜 정부때 인허가 물량이 많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문재인 정부때 인허가 물량이 많았기 때문에 그 다음 정부인 윤석열 정부때 착공 물량이 많았어야 했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그 이유는 모두 아시다시피 코로나19 이슈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글로벌 인플레이션 심화로 자재비가 급등하면서 인허가가 착공으로 이어지지 못했던 탓이 크다.

 

물론 윤석열 정부때 착공 물량이 급감한 것은 사실이고 이것이 부동산 시장에 상방 압력으로 작용한 것은 맞다. 그러나 착공 물량 급감, 즉 공급 감소만이 현재의 시장을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위 그래프는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 추이를 나타낸 것이다. 빨간 선은 2005년부터 2025년까지 연 평균 입주 물량을 나타낸 것으로 15.6만호였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발견된다. 2017년부터 2024년까지 입주 물량이 중장기 평균을 훌쩍 넘어서는 것이다. 그런데 집값은 반대로 움직였다. 입주 물량이 적었던 2010~14년에는 지지부진했던 집값이 오히려 입주 물량이 많았던 2017년 이후에 더 오른 것이다.

 

이는 곧 공급만이 전체 시장의 흐름을 결정하지 못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즉, 이성훈 LH 사장은 앞으로 3년간 공급이 본격화되기 때문에(실제 본격화될 것 같지도 않지만) 집값이 3년 후 폭락한다고 전망하지만 실제 공급이 본격화되어도 집값 폭락 여부는 단정지을 수 없는 영역이란 이야기다.

 

그렇다면 왜 수도권 매매 시장은 공급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을까. 그 가장 큰 해답은 바로 "유동성"에 있다.

 

M2는 2010~14년 5개년 동안 +39% 증가한 반면, 2017~21년 5개년 동안은 +51% 증가했다. 같은 5년간에도 후자가 전자보다 유동성이 많이 늘어났고 이것이 공급 증가를 상쇄했다고 볼 수 있다.

 

정부 예산도 이를 뒷받침했다.

 

2014년 +4.0%, 2015년 +5.5%, 2016년 +2.9%, 2017년 +3.6%에 불과했던 정부 예산 증가율은 문재인 정부로 정권 교체 이후 2018년 +7.1%, 2019년 +9.5%, 2020년 +9.1%, 2021년 +8.9%로 급증을 거듭했다. 정부도 시중 유동성 공급에 한몫 했고 이것이 부동산 상승에도 힘을 보탠 것을 부인할 수 없는 셈이다.

 

그런데 정권 교체 이후 다시 변침이 시작되었다. 윤석열 정부로 정권 교체 이후 2023년 +5.1%, 2024년 +2.8%, 2025년 +2.5%로 잠잠해지던 정부 예산 증가율은 이재명 정부로 정권 교체 이후 2026년 +8.1%로 다시 뛰어오르더니 2027년은 +12.8%로 역대급 상승폭을 기록할 태세다. 반도체발 유동성 공급에다 정부발 유동성 공급까지 더해지는 셈이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집값 상승을 전정부 탓으로 치부하는 것은 유감스럽다.

 

공급도 물론 중요하다. 공급의 증감은 전월세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이는 시차를 두고 매매가에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것이 유동성이다. 부동산이라는 고차방정식에 공급 하나만을 가지고 폭락 운운할 게 아니라 차라리 공급 확대라는 본연의 임무에 치중하시기 바란다. 그리고 정말 폭락을 원한다면 정부의 확대 재정을 비판하는 게 맞다. 마침 시중금리가 상승을 거듭하여 유동성의 힘이 점차 약화되어가는 모습이 보이는 상황에서 정부의 확대 재정은 오히려 유동성의 버팀목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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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토시
전문 분야부동산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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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9

해바라기v
26.10.26 07:35

정확한 시야, 이성적으로 시장을 바라볼 수 있는 뾰족한 글 감사합니다

비싼붕어빵
26.10.26 07:41

오늘도 깊은 인사이트 감사합니다

원과장
26.10.26 07:41

한가지 원인이 아니라 여러 상황들이 더해져서 부동산 가격을 움직인다는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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