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연? 필연?
다가온 월말과 월초. 항상 이 시기에는 재정비를 하면서 정찰기 트래킹도 하고, 자료 업데이트도 하고, 자산 상황도 체크한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얼레벌레 마주한 숫자 하나가 마음을 뒤숭숭하게 했다.
또 하나의 목표를 달성했다는 뿌듯함과 왠지 모를 불안함. 그리고 이 시점에 도달하면 꼭 써봐야지 했던 글을 지금 쓰려고 한다.
시작은 방구석 갬돌이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답답하고 어리석은 모습이었지만, 당시에는 신혼집으로 조그마한 빌라 하나를 대출 없이 장만했다는 우쭐함이 있었다. 여기에 ‘나는 아등바등 살지 않겠어’라는 안일함, 나밖에 모르는 나태함, ‘난 절대 할 수 없을 거야’라는 무력감, 마지막으로 자기 생각을 꺾지 않는 고집까지. 정말 내가 생각해도 ‘노답’이지 않았나 싶다.
‘무엇이 그렇게 나를 자본주의 시장에서 멀어지게 했을까?’라는 질문을 되짚어보면, 결국 어려서부터 듣고 보고 생각했던 ‘선입견’이라는 무서운 존재가 “너는 부자가 될 수 없어. 너는 그냥 평범한 월급쟁이야”라고 머리에 각인시킨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찌 보면 ‘아직은 젊다’라는 거짓말을 미래를 회피하기 위한 방패로 삼고 있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
현명한 반려자
가끔 임장하는 동료가 나에게 부동산 투자를 시작한 계기가 무엇이냐고 물어볼 때면, 나는 매번 똑같이 얘기했다.
“배우자가 사이비 종교에 빠진 줄 알아서 시작했다.”
정말이지 그랬다. 배우자는 평소 나에게 자본주의와 부동산, 주식 시장 등에 대해 지나가듯이 얘기하곤 했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현재에 충실하다는 생각으로 그냥저냥 살아가는, 현실 제일주의의 뻔한 월급쟁이에 지나지 않았다.
먼저 실천에 옮긴 것은 배우자였다. 갑자기 주말에 나가질 않나, 발도장을 찍질 않나, 밤에 온라인 모임을 하질 않나. 모르는 사람이 보면 일상에서의 갑작스러운 일탈이자, 정말 이상해 보이는 행동이지 않았을까 싶다.
배우자와의 심도 있는 토론(?) 끝에 ‘부동산’, ‘임장’ 등 생소한 단어들이 줄줄이 튀어나왔다. 그때도 지금도 변하지 않는 내 소신은 ‘해보지 않고 비판하지 말자’다. 그래서 ‘그럼 내가 해보자’로 입장이 바뀌었고, 지금까지 쭉 이어온 것 같다.
지금도 배우자는 “당신이라면 끝까지 할 것 같았다”라고 말한다. 내 끈기를 믿어준 그 한마디가 지금까지도 힘이 되는 것 같다.
질보단 양
2023년 여름부터 시작한 이 끝없는 여정은 지금까지도 쭉 이어지고 있다. 그래도 하나 자부하는 것은 매달 쉬지 않고 하나씩 ‘앞마당’을 늘려갔다는 점이다. 그렇게 알고 있는 지역이 많아졌고, 그만큼 시야와 생각도 많이 넓어지지 않았나 싶다.
그 와중에 늘어나는, 소위 말하는 ‘임장템’들은 또 하나의 ‘소확행’이었다. 어느덧 ‘임장’이라는 행위는 하나의 나들이이자 힐링, 그리고 습관이 되어버렸다. 무슨 일이 있어 하루 쉬게 되면 찝찝함이 남고, 빠진 일정을 보충해야 한다는 마음이 뒤따르는 것도 일종의 후유증처럼 느껴진다.
제목에서도 언급했지만, 항상 질보단 양으로 승부하다 보니 질적인 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많아지지 않았나 싶다. 이제는 그동안 쌓아온 양을 바탕으로 질을 높이는 데 집중하는 것이 지금 시점의 과제인 것 같다.
시스템 그리고 나눔
내가 항상 추구하는 것은 ‘쓸데없는 시간을 줄이자’다. 이왕이면 생각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손품’을 줄이고자 여러 프로그램을 만들기 시작했다.
혼자 쓰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과 나누기도 하면서 많은 작업을 줄여봤지만, 결국 깨달은 것은 실제로 소모하는 ‘시간’은 생각보다 줄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초반에는 손품을 줄였다고 생각했지만, 그에 따라 새로운 관점이 생기고 또 다른 손품이 생겨났다. 그 일이 점점 늘어나다 보니 어느새 나 자신도 시스템의 일부처럼 움직이며 매너리즘에 빠진 듯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금 시점의 첫 도전은 많은 것을 ‘덜어내기’다. 그동안 쌓아온 손품과 경험, 생각들은 결코 헛되지 않았고 결국 내 안에 녹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믿음을 바탕으로 많은 것을 덜어내고 필요한 것만 가져가는 일이, 현시점의 터닝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다.
작업 환경
내 작업방 앞쪽에는 쓰고 지울 수 있는 보드형 일정 캘린더가 있고, 뒤쪽에는 커다란 족자형 수도권 지도와 전국 지도가 붙어 있다. 지도에는 내가 다녀온 지역에 투명 포스트잇으로 동그라미를 붙여 표시한다. 동그라미가 많아지면 왠지 모를 뿌듯함과 만족감이 동시에 든다.
앞쪽의 일정 캘린더는 매달 말이나 월초에 재정비하며, 다음 달에 투자자로서 가볼 임장지와 그에 필요한 일정을 적어놓는다. 그리고 최상단에는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적어놓았다.
처음 시작할 때는 ‘1호기’였고, 그다음에는 ‘서울 2호기’였다. 그렇게 지속적으로 목표를 고쳐 쓰다 보니, 어느덧 ‘순자산 10억 달성’이라는 목표도 고쳐 써야 할 시기가 도래한 듯하다.
가족의 소중함
지금까지 쭉 이어올 수 있었던 데에는 개인의 역량도 중요했겠지만, 그보다 가족의 든든한 뒷받침이 큰 원동력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항상 묵묵히 주말의 빈자리를 메워준 배우자가 있었기에 임장지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가족의 일상을 전반적으로 챙겨준 배우자의 협조와 희생이 더할 나위 없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고, 덕분에 나도 꾸준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의 첫 번째 꿈이자, 지금까지 변함없는 1순위는 ‘배우자 은퇴시키기’다.
앞으로의 과제
처음 시작할 때는 ‘무조건 1호기!’였고, 그것이 시작인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해보면, 결국 지금이 시작점이지 않을까 싶다.
아직도 투자자로서 가야 할 길은 까마득하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경험을 쌓아야 단단하고 흔들림 없는 투자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좀 더 뾰족하고 날카로운 시각을 갖추고, 시장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살아남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한곳에 머물러 있지 않고 지속적으로 공부하고 경험하며 성장하는 투자자가 되는 것. 그것이 앞으로의 과제이며, 그렇게 더욱 성장해 나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