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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는 매도자 vs 안 사는 매수자

26.10.30

요즘 부동산에 전화해보면 이런 말을 듣습니다. 

“매물은 많은데 집주인들이 가격을 안 내려요”

그리고 집주인들은 반대로 말합니다.

“보러는 오는데 다들 깎아달라고만 해요”

 

파는 쪽은 버티고 사는 쪽은 기다리는 사이, 거래만 멈춰 있습니다.

오늘은 숫자로 이 눈치싸움을 들여다보고 

지금과 같은 시장, 내 자리에서 할 일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지금 서울, 숫자 네 개로 보면

 

① 서울 전체 : 아직 오른다. 다만 천천히.

서울 아파트값은 90주 연속 올랐습니다. 다만 오르는 속도는 2주째 느려지고 있고, KB 월간 통계로 봐도 10월 상승률은 올해 들어 가장 낮았습니다.

 

② 구별 가격 : 내린 곳은 두 곳뿐, 상승은 중저가지역으로 갈수록 크다.

8.3 세제개편안 직전인 7월과 지금의 평당 매매가를 비교하면, 내린 곳은 서초와 강남뿐입니다. 압구정·반포·잠실 대단지에서 가격을 낮춘 매물이 나오지만, 같은 강남이라도 20평대는 여전히 거래가 이어집니다.

나머지 23개 구는 모두 올랐는데, 중저가 지역 상승률은 높아 성북·노원·중랑·강북 같은 외곽이 상위권을 차지했습니다. 대출 규제와 세금 부담에 밀린 실수요가 가격 부담이 덜한 곳으로 옮겨가며 키 맞추기가 일어나고 있는 셈입니다.

 

③ 매물 : 8.3 이후 30% 늘었다. 

8.3 이후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8만 건 가까이로 30% 넘게 늘었습니다. 

가격대로 나눠 보면 더 분명합니다. 가장 비싼 서초·강남·송파 세 구에서 늘어난 매물이 서울 전체 증가분의 40%에 달하고, 가장 저렴한 도봉·금천 같은 곳들은 거의 늘지 않았습니다. 비쌀수록 쌓이고, 덜 비쌀수록 버티는 구조입니다.

다만 증가율만 보고 오해하면 안 됩니다. 매물이 가장 많이 늘어난 성북도 지금 매물 수는 1년 전보다 여전히 30% 가까이 적습니다. 토지거래허가와 양도세 중과 때 매물이 크게 말랐던 곳이라, 늘어난 매물의 상당 부분은 ‘쌓였다’기보다 ‘돌아오는 중’에 가깝습니다.

 

서울 25개구 아파트 매매 매물 증가율 (2026.8.3 → 10.30 현재), 위에서부터 평당가격 높은 순

 

④ 거래 : 반의반으로 감소.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봄에 비해 4분의 1 수준까지 줄었습니다. 매물은 쌓이는데 손바뀜은 없는 셈입니다.

다만 서울을 하나의 평균으로 보면 중요한 차이를 놓칩니다. 지금 서울에는 두 개의 시장이 있습니다. 강남·서초는 거래가 줄고 매물이 쌓이면서 가격도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집주인이 먼저 가격을 낮추는 시장입니다. 반면 그 아래 지역은 매물이 늘어도 가격이 오릅니다. 거래는 줄고 매물은 쌓여도 집주인이 가격을 내리지 않는 곳, 이곳이 “버티는 시장”입니다.

 

강남·서초 가격이 먼저 내려가기 시작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의 절반 가까이가 강남·서초에 몰려 있습니다. 특히 서초는 하반기 반포·방배에 5천 세대 넘는 입주가 몰리며 봄부터 전세 매물이 두 배로 불었습니다. 세제개편안보다 먼저 시작된 일입니다. 골라 들어갈 전세가 있으면 매수 결정은 뒤로 밀리고, 사는 사람이 줄면 파는 쪽이 먼저 가격을 내리게 됩니다

 

서초구 아파트 전세 매물수 (2026년, 매월 1일 기준)

 

둘 다 틀리지 않았다

 

매도자가 버티는 이유

옆 단지 신고가 소식이 들리고, 중저가 단지에서도 최고가 거래가 이어집니다. 서울 입주 물량은 2028년까지 줄어들고, 전셋값은 서초를 뺀 모든 구에서 오르고 있습니다. 굳이 싸게 팔 이유가 없습니다.

 

매수자가 안 사는 이유

이미 많이 올랐고, 대출은 막혔고, 금리 부담은 커졌습니다. 토지거래허가제와 세제도 불확실합니다. 강남이 내린다는 뉴스, 상승세가 둔화되었다는 뉴스는 “조금만 기다리면 더 싸지겠지”라는 기대를 키웁니다.

 

매도자도 매수자도 이유가 있으니, 누가 이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힌트는 있습니다. 서울에서 집을 사기 어려워진 사람들이 경기도로 옮겨가면서, 요즘 경기 아파트값은 서울보다 빠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서울 안에서는 매물이 거의 늘지 않은 금천·도봉의 가격이 조금씩 오르는 중입니다. 결국 매물이 쌓이는 곳인지 아닌지를 보면, 시장의 방향이 보입니다.

 

물론 반대 상황도 생각해야 합니다. 매물이 늘어나는 흐름이 서울 외곽까지 번지면, 지금 오르는 곳도 주춤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강남은 넉넉했던 전세가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전세를 구하기 어려워지면, 미뤄뒀던 사람들이 다시 집을 사러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니 “더 오른다”, “이제 꺾인다” 어느 한쪽 전망만 믿고 판단할 필요는 없습니다.

 

눈치싸움, 저도 양쪽에서 겪어봤습니다

 

오랫동안 시장에 있으면서, 저 역시 이 눈치싸움의 양쪽 자리에 모두 서 봤습니다.

 

팔 때는 버텨 본 적이 있습니다. 조건이 좋은 집이라 제값을 받고 싶었고, “조금만 조정해주면 결정할 분이 있어요”라는 말에도 가격을 지켰습니다. 그런데 매수세는 기다려주지 않았습니다. 대출과 정책, 입주 물량이 겹치며 분위기가 바뀌었고, 결국 처음보다 낮은 가격에 훨씬 긴 시간을 들여 팔았습니다. 그때 배운 건 매도는 가격보다 시기라는 것입니다. 계획한 때에 팔 수 있어야 갈아타기든 다음 단계든 시작할 수 있습니다.

 

살 때는 반대로, 조금 더 깎으려다 집을 놓쳐 본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집주인들이 그 가격엔 안 팔려고 해요”라는 말이 이미 시장이 바뀌었다는 신호였는데 말입니다. 그때 배운 건 시간이 지나면 얼마를 깎았는지보다 그 집을 가졌는지가 남는다는 것입니다.

 

두 경험이 알려준 건 같습니다. 판단의 기준은 시장 전망이 아니라, 내 계획과 그 집의 가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누가 이길지 말고, 내 자리에서 할 일

 

요즘 같은 시장에서 가장 흔한 실수는 “집주인이 결국 가격을 내릴 거야”, “매수자가 결국 못 참고 살 거야” 하고 한쪽을 미리 정해두는 것입니다. 그러면 시장이 어떻게 될지 맞히는 데만 매달리게 됩니다. 그보다 먼저, 지금 내가 어떤 상황에 있는지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무주택 매수 대기자라면

지금은 가격을 협상하기 좋은 때입니다

매물이 30% 늘었다는 건 고를 수 있는 집이 많아졌다는 뜻입니다. 관심 있는 단지를 정하고, 집주인이 부르는 가격이 아니라 최근에 실제로 거래된 가격과 급매 가격을 적어두십시오. 당장 사지 않더라도 “이 가격이면 사겠다”는 기준이 있어야, 좋은 기회가 왔을 때 알아볼 수 있습니다. 대출 규제는 집값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니, 서울 평균보다 내 돈으로 살 수 있는 가격대의 실제 거래를 보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갈아타기를 고민하는 1주택자라면

파는 집과 살 집을 함께 보십시오. 

내 집이 있는 동네는 매물이 늘고 있습니까, 그대로입니까? 가고 싶은 동네는 가격이 내려가고 있습니까, 그대로입니까? 그리고 두 집의 가격 차이가 이전보다 줄었는지 늘었는지 확인해 보십시오. 이것만 알아도 지금 갈아탈 만한 때인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집을 팔려는 분이라면

옆 단지 최고가가 곧 내 집 가격은 아닙니다.

최고가 거래 한두 건보다, 우리 단지에 매물이 몇 개 나와 있고 몇 달째 안 팔리고 있는지가 더 정확한 신호입니다. 요즘처럼 거래가 적을 때는 인기 있는 몇몇 단지의 거래만으로도 시세가 높아 보일 수 있습니다. 최고가 뉴스가 곧 동네 전체가 오른다는 뜻은 아닙니다. 꼭 팔아야 한다면, 처음 부른 가격만 고집하기보다 “이 정도면 팔겠다”는 가격을 미리 정해두십시오.

 

세 경우 모두 결론은 같습니다. 시장이 어디로 갈지는 몰라도, 내가 사고팔 기준 가격은 지금 정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눈치싸움은 언젠가, 예고 없이 끝납니다. 그때 기회를 잡는 사람은 결과를 맞힌 사람이 아니라, 기다리는 동안 자기 기준을 만들어둔 사람입니다. 이 글을 읽은 오늘, 관심 있는 집의 기준 가격 하나만 적어두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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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링
전문 분야내집마련 · 부동산투자 · 지역분석달성 인증30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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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0

fourseason
26.10.30 21:51

양파링님 안녕하세요 23년 코칭받고 실거주후 갈아타기 중이에요 선매도 후 매수중입니다 ^^매도자가 너무 버터서 원하는 단지 말고 다른곳을 매임중이에요 경기도 북쪽이라서 인지 지역별이 아닌 단지별 상승세가 달라서 결정이 넘 힘들어요 ㅠㅠ 담주내론 계약서를 써야해서 낼도 매임예정입니다 낼 보거 결정 잘할수 잇을지...잠이 오지 않앗는데 글알림보거 글을 씁니다 코칭덕분에 이렇게 갈아타기도 하고 넘 감사드립니다 ^^

꽁냥이엄마
26.10.30 22:08

매도는 가격보다는 시기! 계획한 때에 팔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매수는 결국 그 집을 가졌는지가 중요! 명심하겠습니다 양파링님💕

스테디킴
26.10.31 13:38

나의 상황을 점검하고 시장 분위기에 맞게 행동하는 기준이 필요한 것이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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