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협상이 끝난 날.
퇴근길 지하철에서 휴대폰을 열어.
월급 계산기 한 번.
그리고 자동차 견적 한 번.
올랐으니까.
이 정도는 괜찮잖아.
그동안 고생했으니까.
그 마음, 이상한 거 아니야.
열심히 일했고, 그 대가가 숫자로 찍혔어.
뭔가 달라진 걸 보여주고 싶은 게 당연해.
근데 이상하지.
작년보다 월급은 올랐는데 통장에 남는 돈은 비슷해.
재작년이랑 비교해도 비슷해.
분명 더 벌고 있는데.
왜 제자리일까.
오래 투자하면서 알게 된 게 하나 있어.
부자처럼 보이는 것과 부자가 되는 건
방향이 반대라는 거.
보이려면 써야 하고,
되려면 남겨야 하거든.
월급이 오르면 생활도 같이 커져.
차가 커지고, 외식 메뉴가 바뀌고, 사는 동네 욕심이 커지고.
그리고 한 번 커진 생활은 잘 안 줄어.
그러다 보면 오른 월급은 전부
'조금 더 나아진 생활'로 빠져나가.
남는 건 작년이랑 똑같고.
워런 버핏이 이런 얘기를 했어.
사람은 두 가지 점수표 중 하나로 산다고.
남이 매겨주는 점수표와, 내가 매기는 점수표.
남의 점수표에는 차, 옷, 동네 이름이 적혀.
내 점수표에는 다른 게 적혀.
지난달보다 모은 돈이 늘었나.
갚아야 할 돈이 줄었나.
갑자기 일이 터져도 버틸 비상금이 있나.
남의 점수표는 눈에 잘 띄어.
내 점수표는 나만 봐.
그래서 진짜 부자는 잘 안 보여.
조용히 자기 점수를 쌓고 있으니까.
내 집 마련도 똑같아.
집을 살 때 필요한 건 남들이 부러워하는 차가 아니라,
내가 모아둔 계약금이야.
거창한 걸 하자는 게 아니야.
월급이 오르면, 오른 만큼 먼저 떼어두기.
그것만.
10만 원 올랐으면 자동이체를 10만 원 올려.
월급날 바로 빠져나가게.
생활은 오르기 전이랑 똑같이.
이러면 생활은 하나도 안 줄어.
원래 없던 돈이니까 아쉽지도 않아.
전부가 어려우면 절반만.
5만 원이라도 괜찮아.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내 점수표 세 줄만 적어봐.
모은 돈, 줄인 빚, 비상금.
옆자리 동료가 새 차 뽑았다고 자랑해도 괜찮아.
네 점수표는 네가 매기는 거니까.
누가 진짜 여유로운지는
몇 년 뒤에 조용히 보일 거야.
월급 오른 10만 원.
쓰기 전에, 먼저 옮겨두자.
거기서부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