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세 반년후..(자중)

화마와 같은 시간이 어느덧 6개월이 흘렀다.

그날들을 생각하면 솔직히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하루의 충격이 아닌 6개월 이상의 지속적인 스트레스로

내 몸에 방어기전이 작동하여 망각의 호르몬을 마구 생산

해 낸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작년 8월 3개의 역전세를 처리하고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일단 빚이 더 늘어났다. 빚이 늘어나면서 원리금으로 상환

해야할 월 고정지출이 늘어났고 그로 인해 내심 자랑스러워

하던 신용등급 점수도 50점 이상 하락하였다.

그리고 와이프는 다시 일을 하게 되었다.

와이프는 상황을 보고 재빠르게 긴축을 시작함과 동시에 운좋게

집앞 시립어린이집 일자리도 뚝딱 합격을 하였다.

어린이집 규칙상 같은 아파트 내 거주민은

채용을 안하는게 내규였으나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일을

잘하는 와이프 였기에 당당히 합격을 하였다.

나도 부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과거 경력을 살려 동네 주변

새로 생긴 PT샵에 프리랜서로 취직을 하였다.

처음에 많은 걱정을 했는데 오랜시간 현장 경험이

없어 수업을 잘 해낼지도 의문이었고 몸상태도

예전의 10분의1도 안되기에

오로지 예전 감을 살려 수업을 진행 할 수 밖에 없었다.

취직을 하고 1달반동안 회원이 없다가 첫회원을 맞이하고

지금은 3명의 회원을 오전시간에 관리하고 있다.

그리고 오전시간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수영을 3개월간 한번도 빠지지 않고

월~금을 나갔다. 역전세를 맞기 전인 22년에는 절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나는 아침 잠이 많고 잠을 안자면 생활이 안되는 사람이었다.

그런 내가 새벽6시에 수영을 나간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일이었다.

아마도 역전세의 충격이 나를 변화시켰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가장 큰 변화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책을 읽으면서 공부를 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고 생각이 난 찰나

바로 강의등록을 해버렸다. 빚이 늘고 지출이 많아진 시점에서

강의 등록은 나에게 엄청난 실천이었다.

그 실천이 3개월차에 접어 들고 있다.

현재 아직 아무런 결과도 나에게 돌아온 것이 없다. 나는 그냥 지속적으로

루틴을 만들고 실천을 하고 있다. 오히려 안좋은 상황들이 겹쳐 오며 나를

더욱 힘들게 하였다. 강의는 하루의 시간을 결코 헛되이 보내지 않게 타이트

하였으며 오히려 밤잠을 더 줄여야 할 판이었고 와이프와의 관계나 아이들과

의 관계도 점차 소원해지고 그로인한 불만이 터져 나와 나조차도 감당이 안되

는 지경에 이르렀으며 빚의 압박은 시간이 흐를수록 수면위로 올라와 한달한달

나를 옥죄여 오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일하고 있는 내 근무지에서도 예전만큼의 열정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나는 노력하고 있으나 쇠퇴하고 있는 상황이 지금 내 현실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다음날이 되면 나는 또 그렇게 하고 있고 감사일기를 쓰면서

그날의 힘든 상황을 복기한다. 그리고 가장 힘들었던 상황을 역설적이게 감사

하다고 표현하고 있다.

어려운 상황을 자책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조금 좋은 방향으로 만들수

있을까를 생각하고 소소하게 실천을 하고 있다. 와이프의 표정변화 아이들의

웃음 포인트 짜증이 날때 대처법 상대방이 화가 났을때 대처법 등을 나름 공식

화 하고 대입하고 있다. 무언가 변화 하고 있음은 확실하지만 뭔지는 모르는

그런 시점이다. 좋은 방향 이겠거니 생각한다.^^

오늘 새벽 억지로 웃으며 힘든 몸을 이끌고 수업을 하러 엘레베이터 앞 벽에

몸을 기대고 서 있는데 문득 10년 후 나는 어떨까? 생각을 했다.

수염을 기른 사내가 포르쉐를 타고 어딘지 모를 해변로를 따라 운전을 하고 있다.

진짜 그냥 든 생각이다..평상시 포르쉐를 생각한 적도 없고 수염을 기를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 짧지만 재미있는 상상 이었다.

그래서 오늘도 난 반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