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경험담

8살 딸을 둔 40대 엄마는 집을 이렇게 봅니다. (feat. 타인의 니즈를 읽는 과정)

  • 24.04.08


이런 것도 나눔글이 될지 사실 모르겠습니다.

자모님 강의에서 "빌라와 섞이면 엄마들이 싫어해요"라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학군에 대한 설명을 하시면서 광명의 아파트들에 대한 선호도를 설명해주시는 부분이었어요.

저는 너무 당연하게 그 설명이 이해가 되었는데 솔로이신 분들이나, 주택에서 지내시는 분들, 혹은

남자분들은 좀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놀이터의 질문들을 보면서 처음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 상황이 나눔이 될 수도 있겠다 싶어서 짧은 글을 적어봅니다.


마침 어제 딸 친구 집에 놀러갔습니다. (이건 실화입니다.)

저희 집은 동네의 03년식 주차장 연결이 안된 구축이구요.

딸 친구 집은 걸어서 15분 옆에 있는 2018년식 신축입니다.


저는 사실 생활조건과 환경이 구축이 더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베란다도 널찍하고

-동간거리도 넓고

-벗꽃도 활짝 펴고

-동네 엄마들도 유난스럽지 않고

-집 앞에 가게들도 소소하게 잘 되어 있고

-햇빛도 잘 듭니다.


하지만 그 신축안에 들어가는 순간 전 자괴감(?)이 들더라구요. 아. 똑같이 맞벌이하는데 왜 난 이런데 못살지?

-노란 물때하나 없이 깨끗하고

-수납공간 빵빵하고

-세련되어 보이는 그 집에서 저는 내 아이를 여기서 키우고 싶다!!!!! 는 엄청난 갈등과 씨름했습니다.

-놀이터에는 젊은 엄마아빠들이 가득했고

-아이들은 우리 동네 처럼 꼬질거리지 않고 다 말끔하고, 부모님과 다 같이 나왔습니다.

-단지 내에 쓰레기도 없고,

-단지에 차도 없고,

-단지에서 담배피는 사람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집을 보고 우리집을 보니

천지에 담배피는 노인들, 어르신들의 사륜구동차, 깨진 보도블럭들이더라구요.

우리집 베란다 바깥유리는 뿌애서 날이 좋든 안좋든 전망이 안개껴있고,

집 구석은 닦아도 닦아도 청소한 태가 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알았습니다. 아!!! 내가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 해도 사람들은 신축을 좋아하는구나.


어디선가 읽었던 글귀가 생각납니다.

부동산은 내 필요가 아닌 타인의 니즈를 읽는 과정이다.


그리고나니 이해되는 것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제가 애엄마가 되니

우리 아이가 빌라촌 아이들이 아닌 아파트 아이들과 같이 다녔으면 좋겠습니다.

임대나 주공단지 아이들과도 다른 곳을 다녔으면 좋겠습니다.

저 신축에는 못 살아도 이 아파트 단지 아이들만 학교에 다녔으면 좋겠더라구요.

중학교야 지가 알아서 다닌다고 해도 중간 이상되는 학교였으면 좋겠고,

초등학교 가는 길이 좀 험하지 않았으면, 길 안 건너면 진짜 좋겠습니다.

이건 도덕적으로 맞다 틀리다의 문제가 아니더라구요. 내 자식은 그랬으면 좋겠다는.


이런 시각을 아이가 없던 신혼 때 알았더라면

지금보다 더 좋은 집을 구매할 수 있었을텐데요.


지금의 집이 저희 가족의 소중한 보금자리이고 너무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공간임을 압니다.

하지만 저는 나의 만족, 필요나 내가 보는 시각이 아닌 타인,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의 니즈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거을 배웁니다.

우리가 직장, 교통, 학군, 환경 등을 통해 입지를 분석하는 것도 어쩌면 나의 눈을 타인의 니즈에 맞추는 과정이 아닐까요. 그리고 나의 눈은 저처럼 상황에 따라 변하기도 하더라구요.


사실 어제 놀러갔던 그 신축은 제가 이 동네에 이사왔을 때 동간거리가 너무 좁다고

비슷한 가격에 가지 않았던 곳이거든요.


월부에서 자식에게 떳떳한 엄마가 되기를 꿈꾸며.

저는 앞으로 아이들에게 지금은 구축에서 차를 조심하며 살지만

미래를 선물하고자 합니다.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월부의 모든 엄마들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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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젊은우리creator badge
24. 04. 08. 14:08

쿳쥐님 너무 소중한 경험을 나누어주셨네요!!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마음으로 부동산을 바라본다면 정말 이해가 쉬워지더라구요!! 그래서 여성 분들이 더 유리하다는 말도^^ 너무 소중한 경험담 나누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소소럽마셀
24. 04. 08. 14:35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저도 많이 공감되어용~ 경험 나눔 해주셔서, 타인의 니즈에 대해 절실히 느껴보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쿳쥐님!

화채
24. 04. 08. 16:01

쿠생아님 넘 멋진 나눔글이네요 ^^ 저는 아이는 없지만 고양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조금이나마 공감이 됩니다 도덕적이 아니라 내 아이는 그랬으면 하는 부분이 정말 와닿았습니다 소중한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