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강후기

열반스쿨 중급반 3강 강의 후기 [열반스쿨 중급반 30기 72조 강철계란]

  • 23.09.19

나는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뭘 원하는지 모른다든지 아니면 욕심이 많아서 아무것도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인지 생각이 많아서인지 이유는 알 수 없다. 해야 할 일이 명확했던 힉생의 신분을 벗어나면서부터 나는 만성적인 불안에 시달려왔는데 아마도 뭘 해야 할지 몰라서 일것이다. 의사가 되고 싶어서 되긴 되었지만 현실 속 병원, 진료실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 뭔가 다르다고 느꼈고 하지만 그 안에서 그나마 내 이상과 가까운 현실을 찾고, 타협하려고 애를 썼다. 그 과정에서 어찌어찌 짜맞추어 지금의 전공과에서 수련을 받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갈증때문에 힘들었다. 그러다가 코로나 터지기 몇개월전 파이어족이라는 개념을 처음 접했고 관련 내용을 열심히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월부카페를 알게 됐고 이거다 싶었던 나는 전공의고 뭐고 다 필요없고 여기에 몰입하여 나의 삶을 찾아가고 싶었다. 그러다 받게 된 매물코칭을 통해 일단 이 과정을 끝내는데 집중하자고 결론지었고 당시 나의 계획은 일은 돈버는 용도로만, 진짜 인생은 퇴근 후 투자자로서 산다는 것이었다. 의사말고 투자자의 정체성으로 살아가자고 생각했다. 그리고 전문의로 배워야 할 건 다 배웠다고 생각해 이제 내 인생을 살아보자 라고 해서 월부강의수강을 드디어 시작했지만 그래도, 갈피가 잡히지 않아 많이 힘들었다.

언제 다시 혼란스러워질지 모르지만 이제 다시 조금씩 정리가 되고 있는데, 월부에서 뭘 하든 어쨌든 모든 건 나의 몫이라는 것, 나는 독립체로서 스스로 살아나가야하며 외로움을 견뎌내야 한다는 것을 이제는 받아들인다. 또 방황을 해결하는 답은 내 안에 있다. 여기저기 물어봤지만 결국 답은 내가 내리는 것이다.

나는 전공의 때 내가 하는 일이 너무너무 맘에 안 들었다. 평생 이것을 하고 살아야 한다는 것은 끔찍하고 끔찍해서 자꾸자꾸 다른 나의 모습을 상상하며 버텨내었다. 그래서 당시 결정해놓은 목표 자산액이 있었고 그걸로 뭘하고 살건지 만들어놓은 ppt도 있었다. 하지만 요새는 마음속에 의문이 생겼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게 얼마얼마 원 인가? 그럼, 그게 찐 목표라면 나는 여기서 봉직의를 하고 있을 게 아니라 개원해서 뭐라도 하고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지금이라도 피부미용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 재활치료, 통증치료를 배우러 당장 나가야 하는 게 아닌가? 그럴 거였으면 진작 돈 잘버는 과를 갔어야지 왜 이런 과에 들어왔을까. 내 성적이면 어디든지 갈 수 있었는데. 이런 생각이 계속 맴돌았고 특히 근무할 때 조금이라도 신경쓸 일이 생기거나 예상범주밖의 일이 생기면 걷잡을 수 없이 화가 났다. 나는 더이상 여기에 조금이라도 힘을 쏟고 싶지 않아, 5년이면 충분했잖아 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러면서 5년간 힘들었던 것, 힘들게 했던 사람들이 떠오르면서 불안과 분노 시작... 여기 못해먹겠으면 다른 일을 배워서 개원하자. 그런데.. 지금 일하는 유일한 이유가 돈인 것처럼 순전히 '돈' 때문에 개원을 한다면 과연 잘될까? 나는 즐겁게 환자를 볼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며 업무에 시달리며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그런데 어느날 문득, 깨달았다. 아, 나는 의사가 하고 싶구나. 정확히는 내가 어릴 때 꿈꿨던 모습의 의사가 하고 싶던 거구나. 내가 생각하던 이상적인 의사의 모습으로 원하는 진료를 하고 집에 와서는 안온한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는 삶을 사는 것이 진짜로 원하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경제적 자유를 얻고 나면 하고 싶은 여러가지 일 중에 영국 NHS 에 속한 공무원의사가 돼서 영국의사로 사는 선택지가 있었다. 이윤생각없이 진료할 수 있는 병원을 만들고 싶다고도 했다. 나는 내 정체성이 투자자가 되는 것이 진짜 내 인생을 사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는데 경제적 자유 그 이후에 원하는 나의 모습에 여전히 의사로 사는 삶이 있었다는 걸 문득 깨달았다.

그 이후 시작된 다른 고민은 그럼 나는 투자공부를 할 게 아니라 당장 진료실로 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어디 허드렛일이라도 하면서 진료와 그 비슷한 일이라도 해야하는 것이 아닌가 (왜냐면 지금 하는 전공은 환자 보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라는 고민을 하기 시작했는데, 이번주에! 상담선생님과 이야기를 하면서 다시 한번 깨달았다. 어차피 둘 다 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어차피 둘 다 하게 될 일이다. 지금 뭐 하나를 한다고 다른 걸 못하게 되는 게 아니고 결국에는 둘 다 하게 될 테니 무슨 선택을 먼저 한다고 해서 인생이 큰일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먼저는 부동산투자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20-30년 하시는 분들이 내가 이걸 '먼저'하겠다고 하면 비웃으실지 모르겠지만.. 내가 그 분들처럼 고수는 못 되더라도 5년정도 구르면 그래도 인이 박히지 않을까? 대신 제대로 하려면 시간계획을 짜고 d-day를 만들어서 해야할 것이다. 돈.. 때문이라면 다른 걸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많이 했다. 사업구상을 해보기도 하고. 그런데 어찌됐든 그걸 해도 결국 부동산 투자는 해야 할 것 같기 때문에 그냥 이걸 하기로 했다. 다른 걸 다 떠나서 궁금하다. 스스로가 답답하지 않게 좀 알고 싶다는 욕구가 있다. 그래서 일단은 그 지적욕구 비슷한 것을 채우기로 했다. 그냥.. 내 식대로 살지 뭐 하는 생각을.

그리고 이런 깨달음 + 3강을 들으면서 생각한 건 나의 근무시간이 지옥이 되면 안 되겠다는 것이다. 이 일을 하는 이유가 100% 돈밖에 없으면 내가 너무나도 지치고 닳는다. 나는 이 일에 내 정체성을 1도 주기 싫었는데 이제 조금은 주어도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다른 과를 갔으면 더 좋았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그건 일어나지 않은 일이고 내가 스스로 한 선택이었다. 나의 선택에 책임을 진다는 건 그냥 참고 견디는 것이 다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냥 현실에 충실한 것이 책임지는 자세 아닐까. 감정적으로도 말이다. 그래서 좀 더 즐겁게 해보자는 생각을 했다. 이 일이 '진짜 나'를 방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정말 너무너무 힘이 든다. 그래서 이 일을 하는 나도 진짜 나로 인정을 해야한다. 그 선택을 한 나도 나다. 그리고 나는 소중하고 좋은 사람이며 잘났다. 그러니까 받아들여주자.

나름의 결론이 계획대로 실행되어 행복하게 살길 바란다. 흔들리더라도 다시 길을 찾을 것이다. 반드시.


아 까먹을 뻔했네

<나를 행복하게 하는 10가지>

  1. 좋아하는 사람들과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맛있는 음식을 먹는 여유로운 시간
  2. 따뜻한 날씨에 쨍한 햇살을 맞으며 여유롭게 차를 마시는 시간
  3. 깨끗하고 넓은 적당한 온도의 쾌적한 공간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책 읽는 시간
  4. 덥고 맑은 날씨에 잔잔한 바다에 둥둥 떠있기
  5. 좋아하는 사람들과 새로운 경험을 하며 신기해하고 즐거워하기
  6. 나만의 공간에서 음악을 들으며 술 한잔하면서 일기쓰기
  7. 새로운 것 배우기
  8. 선선한 바람맞으며 좋아하는 사람과 산책하며 이야기하기
  9. 충분히 자기
  10. 빗소리 들으면서 창밖을 쳐다보며 멍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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