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매물 임장 과제가 주어졌을 때 처음엔 사실 이걸 과연 할 수 있을까 싶었다.
전화로 혹은 오다가다 부동산에 쓰윽 들어가서 부동산 사장님께 이것저것 물어보는 것까지야 얼마든지 할 수 있겠지만, 나는 아직 매수를 위한 준비가 완벽하게 다 되지 않았는데, 실제 매물을 문의하고 예약을 잡아서 집까지 보러 가는 것이 괜찮을지, 괜히 당장 사지도 못하는데 부사님과 집주인/세입자들을 모두 귀찮게 만드는게 아닐까 싶기도 했고, 혹은 반대로 견물생심이라고 막상 보고 나서 너무 마음에 들면 놓칠까봐 조급만 마음만 들지 않을까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았다.
하지만 집을 시뮬레이션 만으로 살 수는 없는 일인데, 부동산과 친해지지 않고서는 매수에 가까이 갈 수 없을 것 같았고, 이 집 저 집 최대한 많이 보고 정리하고 계산기를 두드려보는 연습이 평소에 충분히 쌓여 있어야, 더 좋은 집을 골라내는 안목도 생기고, 내집으로 만들고 싶은 집을 만났을 때 주저하지 않고 빨리 행동으로 옮길 수 있겠구나 생각하니 이건 필수불가결한 단계구나 싶어 전화기를 들 수 있게 되었다.
부동산 몇 군데에 전화를 돌려보니 부사님들마다 특징이 보이고 친절하고 일 잘하는 부사님과 아닌 분들이 빠르게 구분되었다. 놀랍게도 어떤 부사님은 할 말만 딱 하고 끊으시기도 했고, 또 어떤 분은 초짜이신가 싶은 분도 있었고, 그런가 하면 어떤 부사님은 말투만 친절한 것이 아니라 내 의도를 잘 캐치하고 내가 질문한 것 이외에 그 일대 단지 및 입지의 특징, 장단점을 묻지도 않았는데 빠르게 설명해주기도 하셨다. 일을 효율적으로 잘하시는 분들은 회신도 스케줄링도 빠르고 간결하게 잘 하셔서 내 입장에서도 편했다.
처음엔 네이버부동산에서 특정 매물을 보고 그 집에 대해서만 질문하고 볼 수 있는지 확인했다. 그러다가 그 다음에는 "이 집을 보고 연락드리긴 했는데요, 저는 갭투자를 할 생각이라, 혹시 비슷한 매물이 있으면 같이 볼 수 있을까요?" 여쭤봤더니 예산 가격대를 확인하고는 다양한 단지를 볼 수 있도록 예약해 주셨다. 내가 검색했을 땐 걸리지 않아 몰랐던 단지들도 보여주셔서 좋았는데, 대신 내가 선호하지 않는 세대수 적은 단지나 저층 물건도 함께 끼워서 보여주셨다. 물론 보고나니 꽤 괜찮은 집도 있긴 했지만 그렇다고 가격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연습으로는 나쁘지 않았지만, 다음부터는 내가 선호하는 조건을 좀 더 구체적으로 전달하거나, 가급적 미리 동호수를 요청해서 미리 확인하는 방식으로 가격이 정말 싸지 않은 한 비선호 조건을 가진 집은 처음부터 거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이버부동산에서 매물정보에 기재된 중개사무소 정보를 보고 연락을 하고 예약을 잡았더니,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지역 부동산이 아니라 좀 떨어져 있는 다른 지역 부동산이었다. 어떻게 이 매물을 중개하시냐고 여쭸더니 지인의 집이라서 그렇다고 하셨다. 그 정도로 친분이 돈독하다면 그 집은 내가 마음에 들어도 협상에서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내기는 힘들겠다 싶었다. 그리고 중개인 정보를 확인할 때 부동산이 단지 근처인지도 한 번 더 확인하면 좋을 듯하다 (물론 이렇게 해도 집주인과 친분이 돈독한 중개인은 어디나 있긴 하겠지만)
3강에서 배운대로 매물 임장 30분 전에 부동산에 찾아갈 생각이었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아 대신 일찍 가서 방문 예정인 단지 주변 임장을 꼼꼼히 해봤다. 일부러 지하철을 타고 가서 지하철역에서 내가 볼 아파트 단지까지 어떤 길로 얼마나 걸어가야 하는지 확인하고, 단지 주변 버스정류장, 학교, 시장/상가, 공원 등도 둘러봤는데 이것도 매물 임장 기록을 정리할 때 참고자료로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나처럼 갭투자를 할 사람은 세입자를 구해야 하는데, 세입자가 이미 있는 집이라면 상관 없지만 집주인이 거주하고 있다면 올수리가 되어 있는 집이 세입자를 바로 받을 수 있어 비용 및 시간 측면에서 유리하고, 수리가 필요한 집은 인테리어 비용 및 기간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점도 집 상태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었다. 게다가 현재 집주인이 살고 있어 전세를 새로 놔야 하는 집이라면 매매계약과 전세계약시 모두 중개수수료를 챙길 수 있어서 부사님 입장에서도 좋은 조건이겠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부동산에 전화를 하고 매물로 나온 집들을 방문하여 매물 임장까지 해보니, 이걸 준비하고 가서 직접 보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것이 너무 많아서 왜 너나위님이 이 과정을 반드시 꼭 해보라고 그토록 강조하셨는지 알고도 남음이 있었다. 3강의 필수과제가 몸도 무겁고 실행력도 떨어지는 나를 처음 가 본 낯선 동네의 매물임장으로까지 이끌어주었는데, 이렇게 물꼬를 튼 덕분에 앞으로 전임도 매임도 두려움 없이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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