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임장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버스를 타고 목적지에 도착해 내리려는데
한 할머니께서 무거운 짐카트를 끌고 불편하게 내리시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제가 도와드려야 하나 고민하는 순간
뒤에 계시던 한 할아버님께서 자연스럽게 짐카트의
뒷부분을 들어 올려 할머니께서 편하게 내릴 수 있도록 도와드렸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아, 서로를 아껴주시는 황혼의 부부시구나. 참 훈훈하다.'
하지만 1초 뒤, 예상과는 전혀 다른 일이 벌어졌습니다.
알고 보니 두 분은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고
할머니께서는 원치 않는 도움이었는지
버스 정류장이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며 격분하셨습니다.
대수롭지 않게 호의를 베풀었던 할아버님도 당황하셨고
두 분의 언성은 한참 동안 이어졌습니다.
저는 먼 발치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며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습니다.
'준비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선한 의도도 오해가 될 수 있구나.'
‘누구나 감사해할 것 같은 당연한 친절도, 누군가에게는 선을 넘는 불편함이 될 수 있겠구나.’
그 기묘한 풍경을 보는데, 문득 2024년 초 월부에 처음 들어왔던
제 모습이 거울처럼 투영되었습니다.
24년 4월, 내집마련 기초반 톡방에
처음 초대되었던 날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살면서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대가 없는 응원
뭐 하나라도 더 퍼주지 못해 안달이 난 듯한 사람들의 모습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감동보다 낯섦이 먼저였습니다.
오히려 거부감에 가까웠습니다.
당시의 저는 버스 정류장의 할머니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사회의 잣대로 가득 찬 방어기제를 켠 채
사람들의 진심을 끊임없이 필터링했습니다.
‘여기 다단계같은 데인가?’
'뒤로 뭔가 바라는 게 있나?'
'나한테 뭘 얻어가려고 이렇게까지 친절한 거지?'
저는 그분들의 행동보다 의도를 먼저 의심했고
순수한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압니다.
그분들이 저를 향해 보여주셨던 모든 행동이
어떤 꿍꿍이가 있었던 게 아니라
정말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 '진심' 이었다는 것을요.
이번 월학 과정을 해나가면서도
저는 매일같이 감동을 받습니다.
예전에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내 일도 바쁜데 왜 남이 잘되는 것에 저렇게까지 자기 시간과 에너지를 쏟을까?'
한때는 이해할 수 없었던 모습이였습니다.
하지만 튜터님과 반원분들을 보며 이제는
그 의문에 대한 답을 찾은 것 같습니다.
누군가의 성장을 돕는 일은 결국 우리 팀을 더 단단하게 만들고
그 과정 속에서 나라는 사람의 그릇 또한
함께 키워가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월부의 커리큘럼이 왜 단계별 자격요건을 두고
상위 과정으로 이어지는지 이해가 되는 것 같습니다.
나눔의 가치에 대한 이해가 밑바탕에 있어야
누군가의 친절을 오해 없이 받아들일 수 있고
받은 도움에 진심으로 감사할 수 있으며
그 감사함을 또 다른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흘려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일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아무리 좋은 마음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
비로소 그 의미를 알 수 있다는 것을요.
그래서 이번 경험을 계기로 저는 이제부터 이렇게 행동해보려 합니다.
돌이켜보면 월부에서 얻은 가장 큰 자산은
좋은 사람들과 함께 성장하는 경험
그리고 조건 없이 나누는 사람들의 진심을
알게 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도 제가 받은 진심을 기억하며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같은 진심을 건넬 수 있는 사람이 되어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함께 해주시는 튜터님과 동료분들 늘 감사랑합니다.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