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를 스쳐 지나가던 돈이 내 집의 원리금으로 바뀐다는 얘기에,
청년들이 반가워할 거라 생각한 모양입니다."
8.13 대책으로 새로 나온 청년미래보금자리론을 두고, 한 30대 실수요자가 남긴 반응입니다.
정부는 청년의 내 집 마련을 돕겠다고 했는데, 정작 당사자들의 반응은 싸늘합니다.

어디서 본 것 같지 않으신가요
8.13 대책과 2020년 문재인 정부의 11.19 대책을 나란히 놓으면, 뼈대가 거의 그대로 겹칩니다.
| 2020년 11.19 대책 | 2026년 8.13 대책 |
|---|---|
| 수도권 공공분양 사전청약 확대 | 지분적립형·수익공유형 등 부담가능 공공분양 도입 |
| 공공 전세 주택 신규 도입 | 보편형 공공임대주택 신설 |
| 신축 매입약정 임대주택 공급 확대 및 품질 향상 | HUG 모기지 상품 등 공공지원 민간임대 확대 |
| 공공지원민간임대 전세 공급 유도 | 지식산업센터 주거용 전환 규제 완화 |
| 비주택 공실 리모델링 | - |
| 오피스텔 전세 공급 유도 | 청년 보편형 전세임대(오피스텔 등) 신설 |
당시에도 임대차3법 시행 이후 전셋값이 치솟자, 정부는 공공임대 공실 활용, 도심 청년주택·공공임대 공급,
공공지원 민간임대 전세 유도, 오피스텔 전세 유도, 신축 매입임대 확대를 대책으로 내놨습니다.
이 방식은 이미 한 번 검증됐습니다, 효과가 없다는 쪽으로
11.19 대책이 발표된 건 2020년 11월입니다.
이 대책은 갑자기 나온 게 아니라, 그해 7월 31일 전격 시행된 ‘임대차3법’이
전세 시장을 흔들어놓은 뒤에 나온 후속 대응이었습니다.
집주인들이 기존 세입자의 갱신 계약은 5% 상한 안에 묶어두는 대신,
새로 나오는 신규 매물은 그 상한만큼 미리 반영해 한꺼번에 올려 받으려 했습니다.
여기에 세입자들도 갱신청구권을 활용해 눌러앉는 경우가 늘면서,
시장에 나오는 전세 매물 자체가 급격히 줄었습니다.
매물이 줄어드니 가격은 더 뛰었고,
정부는 이 급한 불을 끄기 위해 공공임대 확대라는 카드를 11.19 대책에 담아 내놓은 것입니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이 처음 하락 전환한 건 그로부터도 한참 뒤인 2022년 2월,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되고 나서였습니다.
2019년 6월 이후 32개월 만의 첫 하락이었습니다.
대책은 발표됐지만, 전셋값을 실제로 꺾은 건 대책이 아니라 금리였습니다.
공공임대 확대라는 카드는 단기적으로 시장에 유의미한 하방 압력을 주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같은 카드를 6년 뒤 다시 꺼내 든 지금, 결과가 다를 거라 기대할 근거가 있는지는 따로 물어야 할 질문입니다.
그렇다면 2026년 지금은, 조건이 다를까요
2020년과 지금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두 시기는 전세난의 '원인'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 구분 | 2020년 | 2026년 |
|---|---|---|
| 전세난의 원인 | 임대차3법 시행이라는 단발성 제도 충격 | 실거주 세제개편·토지거래허가제 등 구조적 요인 |
| 충격의 성격 |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옅어질 여지가 있음(갱신 만료 도래) | 제도 자체가 계속 유지되는 한 지속될 가능성 |
| 정부 대응 | 공공임대 확대(11.19) | 공공임대 확대(8.13, 유사한 구성) |
2020년의 매물 잠김은 임대차3법이라는 특정 제도 변화가 만든 일회성 충격에 가까웠고,
시간이 지나며 어느 정도 자연 해소될 여지가 있었습니다.
반면 지금의 매물 감소는 실거주 의무나 토지거래허가제처럼 계속 유지되는 규제가 원인입니다.
이 규제가 그대로인 한, 2020년처럼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풀리는'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원인이 구조적인 만큼 2020년보다 더 오래갈 가능성도 있습니다. 공급도 역대급으로 적은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꺼내 든 처방은, 2020년과 마찬가지로 원인을 직접 겨냥하기보다는 공공임대라는 곁가지 대책입니다.
정작 청년들은 왜 비아파트를 원하지 않을까요
8.13 대책의 또 다른 축인 청년미래보금자리론은, 4억원 이하·전용 85㎡ 이하 비아파트를 살 때
LTV 80%까지 인정해주는 상품입니다.
문제는 그 대상 자체를 청년들이 원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국토연구원이 지난 3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 가구주의 79.7%가 생애최초 주택 구매 시 아파트를 선호한다고 답했습니다.
청년 가구의 51.0%가 비아파트에 임차로 거주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비아파트를 '내 집'으로 소유한 비율은 4.5%에 그쳤습니다.
전체 가구의 비아파트 자가 비율(20.5%)과 비교해도 현저히 낮은 수치입니다.
살고는 있지만, 사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됩니다.
하나는 환금성과 생활 편의성에서 아파트를 대신하기 어렵다는 인식입니다.
다른 하나는 더 근본적입니다.
청년에게 아파트는 단순한 거주 공간이 아니라 자산 형성의 수단으로 받아들여지는데,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사기와 보증금 미반환을 직접 겪었거나 지켜본 세대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비아파트를 사라는 정책이, 마치 아파트 진입을 포기하라는 요구처럼 들린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공공의 역할과 시장의 역할은 다릅니다
공공 분양이 저소득층의 주거 형성을 돕는 역할까지는 할 수 있어도, 그 이상은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소득 구매력이 낮은 저자산 인구의 주거 안정을 위해 상품을 공급하는 게 공공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임대차3법과 토지거래허가제 같은 기존 규제가 그대로인 한,
임대사업자 혜택을 아무리 늘려도 시장의 주력인 민간 임차 매물이 다시 늘어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함께 나옵니다.
6년 전 같은 처방을 써봤고, 그 처방이 시장을 꺾지 못했다는 기록이 이미 남아 있습니다.
이번에는 다른 결과를 기대한다면, 무엇이 그때와 다르게 설계됐는지를 먼저 따져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