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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은 그저 돌 하나의 자리일 뿐이지만 긴 관점에서 보면
그것이 승부에 결정적 차이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p.179)
고수의 생각법 / 조훈현
조훈현 기사와 그의 제자 이창호의 바둑 이야기를 흥미롭게 읽었다. 다른 성격인 둘은 풀어가는 바둑의 방식도 달랐다. 과감하게 승부수를 띄우는 것이 조훈현 기사라면, 이창호 기사는 혹시 모를 위험에 노출되지 않는 식으로 수를 두었다. 투자에서 잃지 않는 것이 기본이다. 그러나 때론 조금 더 무리해서 수를 띄워보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다. 더 큰 판을 무리하게 벌여보고 싶기도 하다. 물론 정답은 없을 수 있다. 어떤 방법이든 그 방법으로 마지막까지 살아남는다면 결국에는 이룰 수 있다. 그러나 한 번의 패배가 투자에서는 꽤 크게 다가오는 것 같다. 일상의 생활을 위태롭게 만들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제자 이창호가 처음으로 스승 조훈현을 이긴 것은 바로 반집 승이었다고 한다. 잃지 않는 방법을 고수하며 길을 만들어나가는 것, 그렇게 반집 승을 소홀하게 여기지 않고 작은 부분이라도 하나하나 소중하게 다가가는 태도로 투자를 대해야 할 것 같다.
반 집과 한 집은 승부를 바꿀 수 있을 만큼 큰 힘이 있다. 지금 놓는 수가 큰 판을 좌지우지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도 많은 승부가 한번의 시도와 그에 따른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의 한 순간을 위해 수없이 쌓아온 순간들이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축구 경기를 볼 때, 가수들의 공연을 볼 때, 그 순간 잘하면 되는게 아닐까 했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들의 연습과정 반복되는 훈련, 디테일을 만들어가는 무수한 노력과 고민들이 담긴 영상을 보며 3분 혹은 80분이라는 시간 뒤에 몇 백배, 몇 천배 더 많은 시간이 숨겨 있다는 것을 느꼈다. 경기장에서 무대에서 당당한 모습으로 자신을 믿고 그 순간을 즐기기 위해서는 그 동안 쌓아온 정직한 시간이 지금을 더욱 빛나게 만들어 주고 있는 것 같았다. 바둑도 그렇다. 아무것도 없는 빈 판에서 시작해서 사라지고 또 채워지며 승부를 향해 달려간다. 무엇하나 한 순간만으로 빛나는 것은 없다. 한 순간의 반짝이는 열정만으로 이뤄지는 결과는 그 또한 반짝임으로 끝이나는 것 같다. 길게 봐야한다. 이루고자 하는 것이 내일에 있는지, 원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생각해야하는 것 같다.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시간을 켜켜이 쌓아하는 하루를, 한 시간 한 시간의 쌓임을 소중히 여기고 방향을 맞춰가야한다. 반 집, 한 집이 큰 수가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은 디테일에 있고 마지막에 한 발 더 나갈 수 있을 때 다른 결과가 나온다. 적당히에서 끝내는 것이 아닌 이번달엔 이거 하나만큼은 지난달과 다르게 하며, 하나씩 한 걸음씩 나아가야겠다.
바둑 기사들은 대결이 끝나고 서로 보여 복기하는 시간을 가진다고 한다. 어떤 생각을 했는지 나누고, 어떤 수가 있는지 이야기한다. 생각하지 못했던 방법을 서로에게서 배우는 것이다. 승부에 연연한다면 이 과정이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데 그 마음을 다스리면서 지금의 승부가 아닌 내가 만들어가고 싶은 나만의 바둑, 내가 해내고 싶은 나의 바둑을 위해서 오늘의 결과를 받아들이고 내일을 준비하는 것을 연습하고 있었다. 그렇게 태도가 바로 서면, 그 다음에는 배울 수 있는 것을 담을 수 있다.
복기는 재해석의 여백을 만든다. 시간 안에서는 당장 해야할 것에 연연하게 되고, 지금의 생각에 갇히게 된다. 잠깐 멈춰서서 방향을 틀어야 할 때 방향을 틀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복기와 생각할 시간 같다. 자기 전 하루를 돌이켜보며 일기를 쓰다보면 하루 종일 머리를 가득 채운 생각들도, 복잡했던 감정들도 정리가 된다. 다시 내일을 그리게 되고 다시 시작할 힘을 얻는다. 문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음을 준비하게 한다.
한달을 시작하며, 지난달을 돌이켜본다. 어떤 것을 얻었는지 어떤 것이 달라졌는지 생각해본다. 어떤 달은 안좋았던 부분으로 회기한 것 같기도 하고, 어떤 달은 여전히 머무르는 것 같고, 어떤 달은 달라졌음을 느낀다. 그렇게 느낄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시 갈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여전히 반복되는 것들은 아쉬움이 클 때, 또는 하루하루 복기할 때 더 잘 개선되었다. 복기하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며 가야겠다.
책을 읽으면서 조훈현 기사님의 바둑도 이 책과 같은 색이지 않을까 했다. 문장과 이야기에서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지만 조훈현 기사의 온도가 묻어져있었다. 사람이 만들어내는 것에는 그 사람을 담고 있다. 같은 바둑을 하더라도 다른 성향이 나온다.
투자에서도 그렇다. 최종 후보 단지에서도 1등 뽑기와 투자에서도 사람의 성향이 담긴다. 나에게 맞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기 때문인 것 같다. 지켜가는 것까지 투자의 과정이니 사람마다 선택은 달라지는 것 같다. 기준을 배우고 적용하면서 나에 대해 계속 바라보게 되는 것도 참 중요한 것 같다. 어떤 부분에서 망설이는지 어떤 부분에서 과감해지는지 알고 있을 때 그에 따라 주의해야할 것들과 개선해야할 것들도 보인다. 그렇게 나만의 선택이 만들어진다.
글에 내가 담길까봐 걱정할 때도 있다. 드러나는 걸 참 싫어한다는 것을 알게 될 때면 그 속에는 어떤 감정과 어떤 생각이 담겨있는지 다시 한 번 보곤한다. 회피 뒤에 감춰두고 싶었던 것들을 수면 위로 꺼내서 잘 가다듬어 가는 것도 꽤 괜찮은 방법이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의 다 다른 류가 틀림이 아닌 각자 다른 색으로 빛난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도하고 시도하며, 실현해낸다면 나도 나만의 류를 만들며, 나의 길을 더 힘차게 걸어나갈 것 같다.
류를 만든다는 것은 흐름을 만든다는 것이다. 한 번의 시도로 끊기면 흐름이 생기진 않는다. 아주 작고 사소하더라도 자끊임없이 반복된다면 그때는 흐름이 생기고 다른 변화를 만들어낸다. 장마철에 쏟아지는 비가 지형을 바꾸지는 않지만 눈에 보이지 않게 잔잔한 흐름으로 매일매일 흘러가는 강과 똑똑똑 떨어지는 물방울이 지형을 바꾼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나만의 류를 만든다는 것은 작은 시도와 끊임없는 반복이 이뤄질 때 가능해진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항상 생각하며, 그 방향으로 나의 작은 행동들도 바꿔가야겠다.
BM. 복기하기 - 목실감 업로드 & 일기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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