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차 조모임 후기 [열반스쿨 기초반 76기 77조 사랑스러운달]

6월 15일 오후 2시에 왕십리 근처 스터디까페에서 조모임을 했다.

이번 조모임에는 모든 조원분들이 참여해서 풍성한 모임이 되었다.


처음에는 비전보드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를 했다. 처음 비전보드 양식을 봤을 때 막막했던 그 마음을 조원분들도 똑같이 경험하셨다고 말씀해 주셔서 위안도 되었다.


우리 조는 연령대가 다양해서 비전보드 하나 나눌 때에도 다양한 삶이 묻어나와 개인적으로 정말 좋았다. ‘투자’, ‘부동산’ 사실 조금 어감이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게 사실이다. 그냥 혼자 공부할 때는 그저 혼자만 동떨어져 있는 느낌마저도 들었다.


그러나 비전보드에 대해서 나눌 동료가 생기니 부동산 투자라는 그 주제와 삶이 어우러져 강의 듣는 것 이상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다. 특히 우리 조에는 두 분의 50대 어머님들이 계시는데, 뵐 때마다 우리 엄마가 생각날 정도로 인상이 참 좋으시다. 그 두 분이 비전보드에 대해서 설명해 주시는데 그동안 얼마나 가족을 위해서 사셨는지 절절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비전보드에도 가득 담긴 자식을 향한 사랑 때문에 울컥하기도 했다.


또 비전보드라고 해서 꼭 ‘남들 보이기에 멋지고 화려한’ 것을 좇을 필요도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신했다. 나는 사실 비전 보드 처음으로 쓸 때는 대단한 집과 차를 쓰고 싶었다. 알고 있는 대단한 집과 차가 없어서 검색까지 해볼 정도였다. 난 고급차를 잘 모르는데, 남편이 언젠가 제네시스 G 어쩌고가 드림카라고 했던 걸 기억해서 ‘제네시스 G20 구입하기’ 라고 했다가 G20은 정상회담 아니냐며 남편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비웃음 당한 후에 남들에게 보여주기식의 비전보드는 정작 내 마음에 들지 않고 그런 비전보드라면 내 꿈을 위해서는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조금 수정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은 ‘집 부엌이 ㄷ자인 것’, ‘하이브리드 차 타기’, ‘어린이 장애인을 돕는 삶’ 등으로 일단 어림잡아 썼다.


비전보드에 다들 진심이셔서 시간이 많이 지나 다른 질문거리를 깊게 다루지 못했으나 시간이 허락되었다면 나는 아주 작고 소중한 경험, 내집 마련에 대해서 말씀 드리고 싶었다.

나중에 투자 경험을 한 후에 비교 지표로 쓰고 싶어서 여기에 잠깐 메모처럼 남겨놓는다.


<첫 매수 경험>


일단 나는 작년 상반기에 결혼을 약속한 예비신랑과 한강 앞 벤치에서 서로의 경제 상태를 오픈했다. 멀리서 봤을 때는 낭만적으로 보였겠지만 실상은 누구보다 치열하고 진지한 청문회 같은 현장이었다. 집은 나중에 아이 생길 것에 대비해서 내 본가 근처에 잡기로 했다. 예비신랑은 내게 빌라는 어떻냐고 물어봤고 나는 단칼에 거절했다. (그때는 투자공부를 안해서 몰랐다…)


그렇게까지만 얘기해 놓고 시간은 흘러 결혼 준비하느라 바빴고 중간 중간 가끔씩 나는 네이버 부동산을 켜서 우리 집 근처에서 ‘예산’에 맞는 매물을 찾아봤다. 그러 던 어느날 출근 준비하느라 드라이기에 머리를 말리면서 네이버 부동산을 봤고 다른 매물에 비해서 가격이 20%는 저렴한 매물을 발견했다. 이미 같은 단지에 다른 집이 있었던 어머니께 이 사실을 알려드리니 당장 한 번 같이 보자고 하셨다. 어머니는 부동산 투자에 경험이 적지 않은 편이셨다.


그 날 저녁에 바로 집을 보러 갔는데, 기대 이상으로 상태가 정말 괜찮았다. 그리고 그 집주인이셨던 아버님이 아들이 결혼했는데 천안에 집을 얻어서 같이 살자고 한 상태라 급하게 나가야 한다고 하셨다. 이미 한 차례 거래를 진행했다가 중간에 파기가 되어서 걱정이 많으신 모양이었다.


그렇지만 큰 돈이 왔다갔다 하는 상황에서 나랑 예비신랑도 어떻게 진행해야 할 지 몰랐다. 엄마는 상태가 좋고 빨리 매물 나갈 거 같다고 하셨다. 그렇지만 결정은 우리가 하라며 일이 있으시다고 떠나셨고 부동산에는 나와 예비신랑, 그리고 부동산 중개인 부부 2분만 남겨되었다. 그때가 거의 밤 9시였는데, 그냥 나와버리면 이 물건은 다른 사람에게 넘어갈 확률이 많다고 생각해 나는 쉽사리 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부동산 중개인 사장님께 한 번만 집주인께 연락을 드려서 금액을 조금만 더 깎을 수 있는지 여쭤봐달라고 했다. 그리고 가난한 신혼부부 라는 어필을 해달라고 말씀을 드렸다. 다행히 중개인 사장님은 특유의 능숙함으로 통화를 하러 나가셨고 중간 중간에 들어와 “얼마까지 깎고 싶어요?”, “계약금 얼마 정도 넣을 수 있어요?” 등 물어보셨다. 계약금은 10%라는 것은 이미 설명을 해주셨지만 나는 그 기회를 잡아야겠다고 “천 만원까지도 가능하다.”고 당차게(?) 말씀드렸다. 사장님이 깜짝 놀라시며 500만원만 하면 되지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는 식으로 얘기하셨다. 대신 천만원까지 깎을 수 있는지 여쭤보니 난색을 표하셨지만 한 번 연락해 보시겠다고 나가셨다.


그리고 정말 감사하게도 조건을 모두 수락해주셔서 계약을 그냥 진행할 수 있게 되었고 지금까지 그 집에서 신혼 생활을 보내고 있다.


처음치고는 평타했다고 느끼긴 했지만 월부 강의를 들으면서 내가 놓친게 정말 많았다는 생각도 많이 든다.


[첫 내집 마련을 마친 후 잘했다고 생각한 점]

  1. 내집 마련할 때 원하는 조건들을 배우자와 충분히 상의해 놓은 것. 급매를 잡을 때 도움이 되었다.
  2. 내가 꼭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은 것을 잘 구분한 것. 내가 꼭 원하는 것은 아파트와 본가와 가까운 위치였고, 원하지 않은 것은 집의 컨디션(구축인지 신축인지, 평형) 등이었다.
  3. 주어진 금액에서 그냥 거래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더 깎으려고 시도한 것. 어머니 말에 따르면 천만원 깎는게 쉬운 일은 아닌데, 가능했던 이유는 첫째, 그 분은 이 아파트를 지은 직후부터 지금까지 계속 사셨기 때문에 수익에 크게 예민하지 않았음. 둘째, 그때는 급매로 나가야 하는 상황이셨고 계약을 한 번 파기했기에 걱정을 하고 계셨음. 셋째, 하락장이었음. 근데 막상 잔금을 치를 때는 괜히 팔았다면서 후회되는 말씀을 하시길래 매도와 매수는 신중해야 되는구나 깨달았음.


[아쉽고 다음에는 꼭 개선하고 싶은 점]

  1. 매수할 때 가격만 살피고 가치는 거의 고려하지 않은 것. 실수요이기 때문에 내가 생각한 가치에만 부합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투자에서는 내 수요가 아니라 타인의 수요가 중요하다.
  2. 직, 교, 학, 환, 호, 브 등 입지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를 하지 않은 것. 서울이긴 하지만 서울 외곽에 위치하기에 가격을 많이 뛰어오르기가 쉽지 않다.
  3. 내집마련에 돈을 많이 쓴 것. 비록 가격을 최대한 저렴하게 밀고 나간 편이지만 결국에는 투자로 쓸 수 있는 돈을 깔고 있는 셈이라서 투자를 공부하는 입장에서는 아쉬웠고 결국 자본 재배치가 필요함.
  4. 그리고 매매할 때 너무 조급했음. 물론 투자 경험이 있었던 엄마의 조언을 적극적으로 들으며 결정한 부분이지만 결국에는 결정은 오롯이 나와 배우자의 몫이다. 그렇기에 투자 공부를 계속 해서 독립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고 싶다.
  5. 그리고 매매할 때에는 을의 입장으로 “여기 아님 안돼~!” 이런 마음가짐이면 안 됨. 다행히 집주인분이 나와 같이 순수하신 편이셔서 내가 원하는 조건을 받아주셨지 그렇지 않으면 절대 가격 조율은 어려웠을 것 같다.


그리고 강의를 들으며 처음엔 너바나님이 ‘저평가’ 라는 단어를 쓰실 때는 나는 굉장히 속으로 역시 첫매매를 잘 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강의를 들으면서 내가 생각한 저평가는 그냥 싸게 사는 것이었고, 너바나님이 말씀하신 저평가는 가치 대비 싸게 사는 것이었기에 달랐다는 걸 알게 되었고 앞으로 투자처는 좀 더 촘촘하게 알아보고 원칙에 맞게 골라야겠다고 다짐했다.


댓글


슬기로운눈물user-level-chip
24. 06. 17. 23:51

달님, 소중한 후기 잘 보았습니다 : ) 함께 적어주신 첫 매수 후기는 마치 함께 매수하러 다닌 것만 같은 생생함이 ... ㅎㅎㅎ 0호기가 아닌 1호기라고 봐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인사이트가 있으셨네요!!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