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기초반 강의 후기(2주차)

재테크 기초반 - 돈이 알아서 굴러가는 시스템

얼마 전 투자에 관한 신간도서 샘플북을 받고 뒤표지의 문장에 섬뜩했다. 살 날이 많은 것이 축복이 된다고 쓰여있었는데, 나는 그동안 정확히 반대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기대수명이 늘어날수록, 한때 평생직장이라 생각했던 곳에 환멸을 느낄수록, 평균에서 점점 멀어지고 삶이 더 나아질 거라는 희망이 사라질수록 나는 두려웠다. 내가 너무 오래 살면 어떡하지? 나는 남들 다 갖는 욕망도 딱히 없었고, 무엇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야 하는지 도무지 답을 못찾고 있었다.

 

이 불안한 생각은 나를 돈 공부로 이끌었다. 나는 올여름 내내 월급쟁이 부자들에서 각종 재테크 강의를 들으며 조모임까지 참여했다. 내가 돈 공부를 시작한 이유는 딱 하나였다. 너무 오래 살까 봐. 근로소득이 끊긴 이후의 (원치 않는) 삶이 너무 길까 봐 무서웠기 때문이다. 특히 결혼을 하지 않는다면 고독사로 생을 마감할지도 모를 일이다. 남들처럼 더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돈을 불리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나에게는 생존의 문제였다.

 

그런데 공부를 시작하고 삶의 해상도를 조금씩 높여갈수록 이런 걱정은 줄어들었다. 내게 앞으로 남은 시간이야말로 자산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재테크라고는 예적금밖에 몰랐던 무지한 나는 시간이 가져다주는 막강한 힘을 생각하지 못했다. 통장 잔고를 들여다보며 지난날을 후회할 뿐이었다. 직업 특성상 능력에 비례해 소득을 폭발적으로 늘릴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나의 10년 뒤, 20년 뒤는 뻔해 보였다. 그래서 나 같은 평범한 직장인일수록 투자는 반드시 해야 했다. 투자는 돈이 있는 사람들이나 하는 게 아니라, 투자의 뼈대 위에 나의 시간을 붙이고 오래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것이었다. 오랜 기간을 잘 견딘 자에게 복을 주는 복리처럼.

 

사실 부끄럽지만 재테크 공부를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빠르게 돈을 불릴 수 있는 방법을 기대했다. 최대한 종잣돈을 빨리 모아 수익률이 높은 곳에 투자를 하면 되지 않을까? 그런 방법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족보'를 기대했고, 그렇게 알량한 요행을 바라며 매주 로또를 구입했다. 있는 종잣돈마저 허튼 곳에 야금야금 갉아먹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월부 강의를 듣고 나서는 역시 정확한 방향 설정과 실행력, 그리고 인내심이야말로 가장 정확하게 돈을 벌 수 있는 진리라는 걸 알았다. 나는 이제 축적의 시간이야말로 돈을 버는 원리라는 걸 믿는다. 이제 방향을 알았으니 실행할 단계다. 당장 통장 쪼개기로 지출을 통제하고, 예적금을 점검했다. 특히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붓고 있던 교직원공제회 장기저축급여 납입액을 줄이고 대신 연금저축펀드를 개설할 예정이다. 월부에서 배운대로 연금저축펀드로 영구포트폴리오를 운용하며  20년 이상 축적의 시간이 지난 후 나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그러자 처음으로 내 인생이 기대되기 시작했다. 이제 비로소 살 날이 많은 것이 불행이 아니라 축복이라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던 것이다.

 

매일 나에게 묻는다. 왜 살아야 하지? 무엇 때문에 살아야 하지? 사는 동안 뭘 하고 싶은 거지? 오랜 시간 그 답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그 답을 찾기 전에 왜 그런 생각으로 괴로워하는지부터 돌아봤어야 했다. 거꾸로 답을 찾아보니 나는 내 한계를 스스로 정하고 그 이상은 안될 거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강하게 있었다. 앞으로 더 나아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 이미 늦었다는 생각. 그러니 10년 뒤, 20년 뒤가 기대되지 않았고 꼼꼼한 인생 계획표도 없었다.

 

'나영규 같은 꼼꼼한 인생 계획표를 갖지 못한 사람들은 이렇게 사는 것이었다. 이렇게 사는 것이 편할 수도 있었다. 즉시 즉시 수정하고, 수정하다가 안 되면 또 바꾸고, 그래도 안 되면, 그래도 안 되면...'  - 양귀자 장편소설 <모순>

 

양귀자 소설 <모순>을 읽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문장이다. '그래도 안 되면' 뒤에 말줄임표로 차마 말을 잇지 못한 부분이 내 인생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김현준 대표님이 J로 살아야 한다고 한 말씀을 명심 또 명심하자..) 그러나 이제는 축적의 시간이 지난 후 그 끝에서 기다리고 있을 내가 기대된다. 그때의 나를 아쉬움 없이 맞이하기 위해 내 인생의 손익계산서를 써보고, 계획을 세웠다. 현재로부터 가능성을 찾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내 모습을 상상하고 방법을 찾아 실행해나가니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것이 내가 투자 공부를 통해 배운 그 어떤 지식보다 중요한 것이었다. 올바른 방향과 실행, 그리고 조금씩 성장하는 나를 발견하는 것이야말로 인생을 더 잘 살고 싶게 하는 것이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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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텔러user-level-chip
24. 08. 28. 16:03

강의 후기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남은 시간도 빠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