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월부가 나를 사찰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딱 지치고 힘이 빠질 때, 보통은 강의 마지막 즈음에나 나오는 동기 부여 멘트가 이번처럼 오프닝부터 나올 때 라던지… 지금이 딱 그렇다.
평소엔 빠른 배속으로 넘기던 그 멘트가 마음에 박히는 건 내가 지금 힘들다는 반증이다. 왜 힘들까? 앓아 누운 김에 며칠 동안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제주바다님 말씀처럼 힘듦은 불행과 동의어가 아니다. 힘들지만 행복할 때도 있고 즐거울 때도 있다. 그렇다면, 왜? 솔직하게 내가 지금 힘든 건 내 뜻대로 무언가 되고 있지 않아서 이다. 겨우 의지를 회복해 놓으면 체력이 안 따라주는 것 같고, 이 생활을 위해 내려 놓아야 하는 것들이 눈에 걸리고, 그럼에도 잘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서. 그동안 눌러놓았던 피로와 짜증이 폭발한 느낌이다.
지난 주는 떡 본 김에 제사지내는 마음으로 조금 내려놓아 보았다. 퇴근하면 약을 먹고 쉬었다. 마음에 가시처럼 걸려있던 일이지만 우선 순위에 밀렸던 일들을 처리했다. 그러면서 마음이 조금은 정리가 되었다. 원씽에서 어느 정도 한계치까지 갔다가 일상으로 회귀하는 그림이 생각났다. 아, 내가 돌아올 타이밍이 조금 늦었구나.
내 마음의 탄성 회복력을 모르고 끝까지 고집을 부렸다면 끊어졌을 지도 모르겠다. 이미 그런 조짐이 보였는데, 무시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강의 교안에 나온 대로 생각해 보았다. 내가 월부를 왜 시작했더라? 0호기를 덜컥 마련해 놓고 너무 무지했다는 마음에 시작을 했고,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어서 계속 했다. 그런데, 지치고 힘이 딸리니 그 본질은 마모되고 힘듦의 감정만 남아 나를 괴롭히는 것이다.
알면서도 내려놓지 못했던 것. 예전처럼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다. 시간과 체력은 한정적이다. 그리고 한정된 시간과 체력에 새는 구멍을 잘 막지 못하고 이것 저것을 다 잘하려고 하니 바가지가 깨질 지경인 거다. 마음을 가다듬고 내가 지금 내려놓아야 할 것과 붙잡고 가야할 것을 정리해 보았다. 그리고 그것을 손으로 써서 책상에 붙여 두었다. 제주바다님이 말씀하신 게 맞다.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가는 것. 제일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제 풀이 지쳐 떨어지지 말자. 마음을 다시 동여매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