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원의 신용카드 빚, 리볼빙에서 벗어나 1억을 모으기까지

 

새벽 시간 잠이 안와서 월부 커뮤니티를 기웃거리다가.. 누군가에게는 저의 이야기가 도움이 될까 싶어서 써보는 일기같은 글입니다.

 

신용카드 빚이 천만원, 리볼빙을 시작하다

 

저는 대학병원 간호사입니다. 대학 졸업 후 곧바로 그 해에 일을 시작했고, 3교대 근무를 했기때문에 또래보단 많은 월급을 받는 편이었습니다. 병원 입사 후 월급 통장을 만들어오라기에 병원에서 지정해준 은행에 가서 ㅇㅇ병원 월급통장 만들러 왔다고 하니 곧바로 VIP실로 데려가 소파에 안내해주더니, 다짜고짜 체크카드 신용카드 이런건 묻지도 않고 신용카드를 발급해 주더군요. 그땐 금융지식이라는게 전혀 없던 시기라서 그냥 원래 월급통장은 다 신용카드로 나오나보다 했습니다. 

 

처음 1~2년간은 그래도 학생때의 소비습관이 있어서 쓰는 돈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땐 학자금 대출도 있었기에 따박따박 대출금 갚고 남은 돈은 쓰고나면 딱.. 월급=지출 이었네요. 학자금 대출은 생각보다 빨리 갚았고, 문제는 그 이후부터였어요. 대출금 빠지던게 없어지자 월급이 많이 들어오는 느낌이었어요. 그 느낌 때문인지 점점 더 소비가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월급날에는 꼭 백화점에 가서 몇만원 내지 몇십만원짜리 화장품을 사들이고, 필라테스, 헬스 PT, 여행, 헤어샵…등등 수십, 수백만원을 겁없이 카드할부로 긁어댔습니다. 언젠가부터 월급=카드값이 되었고 점점 월급이 남지 않으니 신용카드를 쓸 수밖에 없는 지경이 되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를 줄이지 못한 저는 월급보다 카드값이 많아져 상환 독촉 전화까지 받게 됩니다. 이때부터 뭔가 잘못되었다는것을 느꼈어요. 카드사에서는 카드값을 갚지 못하는 저에게 리볼빙을 추천했고 그게 뭔지도 잘 모르는 저는 리볼빙까지 하게됩니다. 점점 카드값에서 헤어나오지못해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고 살면서 처음으로 월급과 지출, 빚이 얼마나 있는지 스스로의 재정상태를 점검해보기 시작했어요.

 


신용카드를 자르고 빚을 모두 청산하기까지

 

정말 사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된 후 어떤 방법으로 해결해야할지 막막했어요. 저는 그당시 적금과 예금도 구분할 줄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에 정말 그런 기초적인 것부터 공부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확실한건 일단 신용카드를 없애야하는게 가장 급선무였어요. 근데 갑자기 신용카드를 안쓰려고 하니, 월급은 다 카드값으로 빠져나가고 남는돈이 1원 한장도 없어 생활이 불가능했습니다. 그때 저는 자취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나가야 할 돈이 있었어요.. 그래서 신용카드를 자르고도 며칠 버티다가 결국 다시 발급 받고 … 그리고 또 충동소비가 일어나고, 그러고선 또 자책하며 자르고.. 다시 발급받고… 심지어 카드를 스스로 못쓰게 하려고 물에 담궈 얼려놓는 등 별별 짓을 다 해 봤네요. 지금 생각하면 어이없고 웃기죠. ㅋㅋㅋ 

 

제가 찾아낸 방법은 결국 장기대출로 당장의 신용카드 빚을 없애는 것이었어요.. 교직원공제회에서 장기대출로 1000만원을 빌려서 카드값을 전부 갚아버렸고, 신용카드를 과감히 없앴어요. 장기대출이었기에 이자가 꽤 붙지만 당시엔 다른 대안이 없었어요. 3년정도로 나눠서 1000만원 상환을 하니 월급에서 꽤 큰 돈이 원금과 이자 상환으로 떼이고 적은 돈이 통장에 들어왔지만, 그래도 월급에서 남는 돈이 있으니 어찌저찌 생활을 할 수 있었어요. 그렇게 꾸준히 빚을 갚아나갔습니다. 지금 다시 그때를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스스로도 너무 철없던 시절이었다 반성해요.

 

그렇게 빚이 상환되는 동안 저는 기초적인 것부터 돈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아무것도 몰라서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도 몰랐어요. 유튜브를 열심히 뒤적거리고 블로그를 이것저것 죄다 읽기 시작했어요. 도서관에 가면 경제 책을 뒤적거리다가 수준에 맞는 쉬운 책들을 섭렵하였고, 유튜버 유수진, 김경필, 짠부, 소수몽키, 슈카월드 등을 구독하였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빚이 없어진 날, 저는 소비를 통제할 수 있게 되었고 월급의 50% 이상을 달마다 저축하기 시작했습니다. 

 


저축하는 재미를 드디어 알게 되다

 

점점 돈이 쌓여가기 시작하면서 살면서 처음으로 돈이 모이는 재미를 알게 됩니다. 

 

가계부를 써야한다는 말이 언제나 강조되기에 저도 가계부를 작성해보려고 했습니다만, 일단 3교대로 인해 생활패턴이 일정하지가 않았고, 수면부족에 늘 시달렸기에 매번 실패했습니다. 가계부를 도전할 때 마다 실패경험치만 더 쌓여가는 기분이어서, 얼마 안가 저에게는 모든 소비를 기록하는 가계부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그럼 나에게 최선의 선택은 무엇일지 고민해보았고, 저는 그래서 한달에 한번 쓰는 가계부를 시작했습니다. 한달에 한번, 월급날 딱 하루만요!

 

한달에 한번 쓰는 가계부에는 월급 총액, 월급 실수령액, 그리고 월급 명세서의 지급내역, 공제내역을 표로 정리했고, 월급 실수령액 중 고정비용의 항목과 금액을 적어두었습니다. 그리고 실수령액에서 고정비용 항목을 제외한 금액 중 가능한 저축액을 정했습니다. 매달 월급이 조금씩 달라져도 항상 달마다 같은 금액을 저축할 수 있도록 설정했어요. 그렇게 고정비용과 저축액이 다 빠져나간 뒤에는 남는 돈이 매달 들쑥날쑥 달랐습니다. 그 남은 돈은 그 달에 사용할 수 있는 생활비가 됩니다. 이렇게 생활비가 정해지면 그 안에서 사고싶은 것, 하고싶은 것은 그냥 눈치보지 않고 소비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여기서 가장 중요했던 부분은 매달 같은 생활비를 빼고 남은 돈을 저축하는것이 아니라, 매달 고정비용과 같은 저축액을 빼고 남은 돈으로 어떻게든 생활하는 것이었네요. 월급-소비-저축 순서가 아닌 월급-저축-소비 순서로 했던것 말입니다.

 


1억을 모았으나, 무엇을 해야할 지 몰라 방황했다.

 

그렇게 천만원, 이천만원, 점점 모으다보니 1억까지 모았고, 사실 1억을 모은 뒤에는 크게 현타도 왔습니다.

열심히 공부해왔으나, 제가 공부해온건 딱 기초적인 부분까지였습니다. 돈을 버는 능력, 모으는 능력까진 키웠으나 불리는 영역에는 도달하지 못한거죠. 그러다보니 1억이라는 돈이 없던 때와 있는 때와 저의 생활은 크게 다르지 않음에 현타를 느낀 순간이었어요. 그래서 1억을 모은 직후에는 소비가 한동안 풀려서 난생 처음 명품가방도 사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대로 모은 돈을 흐지부지 써버릴 순 없었습니다. 계속해서 돈을 불리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사이다경제>라는 오프라인 강의에도 가보고, 재무설계사라는 분께 상담도 받아보고… P2P, 금투자에 대해 찾아보고.. 심지어 파생상품 선물 등에 대한 오프라인 유료강의도 들으러 가봤습니다. 하지만 역시 내 돈을 불려주겠다는 사람들 중에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조심성이 많은 소심했던 성격 덕에 말도 안되는 사기는 당하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방법을 알지못해 답답한 나날들을 꽤 오래 겪었습니다.

 

소수몽키님의 유튜브 채널을 오래 봐오며 미국주식을 조금 해봤으나 큰 수익을 얻지는 못했습니다. 10만원 내외가 오르내렸지만 고작 이걸로 노후준비가 될 리 없었습니다. 그마저도 모아둔 미국 주식들이 코로나를 맞으면서 주가 변동이 심해져 손해나기 전에 급하게 모두 팔아치웠습니다. 

 

그 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던 저는 월부를 만나게 됩니다. 월부 유튜브 채널은 정말 신선했습니다. 점점 더 월부 채널에 흥미를 느껴 올라오는 영상마다 챙겨보기 시작했고, “너의 돈을 나한테 맡기면 내가 그 돈을 불려줄게”라는식의 사기꾼들이랑은 다르게, 정말로 돈으로 힘든 누군가를 도와주고싶다는 월부의 마인드를 온전히 느낀 뒤에야

저는 [내집마련 기초반]을 수강하게되었습니다. 

 


서울에 아파트를 구매하다

 

2024년, 내집마련 기초반과 내집마련 중급반을 수강하며 계속 저축률을 유지나갔습니다.  강의를 수강하며 임장도 처음으로 다녀보았습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 조언도 구하고 서로 응원도 하니 힘들지 않고 오히려 재미있었습니다

 

신혼 집에 대해 남편과는 의견 차이가 있었으나 월부 강의를 같이 들으며 끈질기게 설득한 결과 서울 구축 20평대 아파트 매수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제 뱃속에 예쁜 아기를 품고 있습니다. 내년에 아기가 태어나면 한동안 휴직을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크게 걱정하진 않습니다. 너나위님이 가르치신대로 영끌하지 않고 잘 매수하였기 때문입니다.(덕분입니다. 너나위님 :] )

 


20대에 시작된 저의 가계부는 지금도 매달 월급 날마다 한장 한장 늘어갑니다. 처음에 시작할 때는 어떻게 써야할지 감도 안잡혀서 엉성했는데 이제는 엑셀표로 꽤 그럴듯하게 정리됩니다. 처음에는 없던 주식과 주담대 대출 항목도 있구요. ^^ 저도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지금 너무 행복합니다 !

 

 

저는 이젠 10년차 간호사입니다. 대략 4-5년간을 흥청망청 쓰며 살아오던 저도 뒤늦게 정신 차리고 열심히 모아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러니 저처럼 사회 초년생 때 금융에 대해 잘 알지 못해 돈을 하나도 못 모았거나, 심지어 저처럼 빚이 있는 분들이 계신다면, 희망을 가지고 지금부터라도 시작하시길 바래요.

 


 

저의 개인적인 팁은

 

  • 빚이 있다면 최선을 다해 빠르게 갚을 것
  • 신용카드는 무조건 안쓸 것 (특히 리볼빙 절대 금지)
  • 매달 저축할 돈을 먼저 정해서 빼두고 무조건 남은 돈으로 생활할 것
  • 돈이 모이는 동안 돈에 대해 공부 할 것
  • 사기 당하지 않을 것 (단기간에 돈을 모으거나 불리는 방법은 없음. 현혹되지 말 것)

 

 

저는 지금 이 집에서 10여년 쯤 살다가 아이가 크면 서울의 더 좋은 입지로 갈아타기를 꿈꾸고 있습니다.

모두 화이팅해요! :)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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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부Editoruser-level-chip
24. 12. 11. 07:32

우와🥹 sunK님.. 에디터가 개인적으로 너무 공감가서 단숨에 읽었습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일기 같은 글을 써주셨다고 하셨는데.. 직장생활을 꽤 오래 해왔지만 문득 이뤄놓은 게 없다 느껴지시는 직장인분들께 너무너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진심듬뿍 1억달성기 감사합니다🧡 🌸마음에 희망이 피어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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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끄user-level-chip
24. 12. 11. 17:53

저도 이번에 신카를 자르고 생활하고 있습니다. 불필요한 지출부터 막는게 돈 모으는 지름길이더라구요. 앞으로도 지출을 줄이고 열심히 모아보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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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부Editoruser-level-chip
24. 12. 12. 07:36N

안녕하세요. sunK님! 좋은 글을 작성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sunK님의 글을 인기글로 지정하였습니다. -월부 커뮤니티 운영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