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경험담

힘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케익교환권]

  • 23.12.01

힘든 거 있어요?

월부에 오기 전,

힘든 거 있어요? 라는 질문을

별로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월부에 와서 숟하게 받았던

힘든 거 있어요? 라는 동료들의 질문은

밥 한번 먹자 같은 인사치레라 생각했습니다.

또, 내가 힘든걸 말한다고

당신이 해결해 줄 수는 없어요. 라는

지극히 T적인 생각에

마치 버튼을 누르면 말하는 인형처럼

"힘든거 없어요.(웃음)"

라고 반사적으로 대답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정말 힘든 게 없는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힘드냐고 물어보는사람을

심지어 이상하게 생각하기까지 했습니다

저 사람 왜저래.

없다는데 자꾸 물어봐.

내가 힘들기를 바라는거야?

하지만 힘든 마음은

닳고 닳은 아파트에 누수터지듯

난데없이 눈물이 터져나와

알게되었습니다.

7시간 동안

눈물을 그칠 수 없었던 날

첫 월부학교 3개월 과정을 끝내고

1주일정도 지났나..

출근 하는 길에 난데없이 눈물이 났고

그 눈물은 하루종일 그칠 줄을 몰랐습니다.

어디에서 콸콸 새는지도 알 수 없어

눈물의 원인을 허겁지겁 찾아보니

이제까지 외면했던 힘듦이

복리로 찾아왔던거였습니다.

힘들다 말하는 건

내 선택을 내가 부정하는 거 아닌가..

혼자 힘빠지는 소리 하는거 아닌가..

남들도 다 힘든데 유난스러운거 아닌가..

하는 생각에 꾹꾹 눌러놓았던 마음이

한꺼번에 터져나왔습니다.

제주에 살면서 매번 비행기를 타며

실시간으로 갈리는 체력과

연착과 환승으로 지리멸렬한 이동시간

빠듯한 임장시간..

뭉텅뭉텅 빠져나가는 종잣돈..

처음으로 나 자신이 힘들었다는걸 인지했고

글을 한자 한자 쓰면서

마음을 가다듬어 갔습니다.

월부생활 1년만에 힘들었다는 걸

겨우 인지했습니다.

그리고 그 때 힘들었던 마음을

잘 들여다보게 해줬던건

글쓰기였습니다.

이해와 공감

그렇게 계속 투자활동을 하면서

이제는 나를 돌볼 줄 알게 되었습니다.

적어도 내가 힘들구나.. 라는 걸

알아차릴 때 마다 대충 끄적이며

나 자신을 다독거렸습니다.

그러다 이상한 경험을 했습니다.

월부학교 반모임,

마스터멘토님과 반원들이 까페에 앉아

어려운 점을 이야기하던 시간이었습니다.

대단한 어려움도 아니고 그냥 시덥잖은....

'불을 켜놓고 그냥 잔다'면서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별 거 아니라는 듯 얘기했는데

제 얘기를 들어주는 멘토님과 동료들의 모습은

사뭇 진지했습니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

앞단을 생각해보면서 원인을 찾고

머리를 맞대는 시간이 낯설고 좋았습니다.

그리고 시덥잖은 행동 그 전에

문제가 되는 행동이 있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아주 사소한 어려움이라도

적극적으로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동료들과 멘토님이 있다는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까지는

힘들다는 걸 인지하는게 중요하고

이걸 풀어나가야 한다는 것을

머리로만 이해했기에

제가 선택한 방법은 글쓰기였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털어놓는 것도

정말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우연한 기회에

가슴 깊이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힘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

저는 아직도

제가 힘들다는 것을 인지하는 게

상당히 느립니다.

하지만 예전처럼 힘들다는걸 알아차리는게

1년이 걸리지는 않습니다.

이제는 그 알아차림이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옆에서 힘들지 않냐고

뭐가 어렵냐고 물어봐주는

튜터님과 동료분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에서

같은 반 동료분이 묻더라구요

케익님 지금 제일 힘든 게 뭐에요?

예전에 저 같았으면

힘든거요? 없어요!

그냥 뭐 다 힘들져 ㅎㅎㅎ

여기에 안힘든 사람 있나요?

라고 말해버리고

대충 웃으면서 때웠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저는

다시 저의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이런저런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마음의 위로도 얻고

우당탕탕 해결책을 찾기도 합니다.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예전보다 더 빠르게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해나가고 위로와 격려를 받으며

성장해나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좋은 환경에 있으라고 하는거구나

그래서 동료와 함께하라고 하는거구나..

물어볼 수 있는 선생님과 함께 하는 게

이래서 중요한거구나..

라는 생각을 요즘 하고 있습니다.

저는 참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월부학교, TF활동을 하면서

늘 좋은 동료들과 선생님이 주변에 있었습니다.

늘 저에게 힘이 되주었던 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며

이만 글을 마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솔인
23. 12. 03. 13:38

하고 우리켁님 그랬구나..! 켁님 돌봐주시는 분들 모두모두 행복해져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