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도서후기

[미카엘라아] 작별하지 않는다

  • 25.04.05

[총평]

3년간의 투자자 생활을 지나오고, 4년의 연애를 돌이켜보니 내가 감성적으로 많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참 감정적인 사람이 감성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 투자실력도 너무 중요하지만 30대를 맞이하면서 인간적으로 더 깊고 넓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도전한 독서 소모임! 덕분에 오랜만에 문학책을 읽게 되었고, 증언문학은 정말 오랜만이다. 투자 독서모임은 여러번 참여했지만 문학 독서모임은 처음이라 기대와 걱정이 있었는데, 역시 독서모임은 옳다! 나는 무심코 넘어갔던 문장을 다른 사람들은 의미를 발견하고, 책을 더 풍성하게 받아들였다. 특히 ‘아마’와 ‘아미’의 이름에 담긴 의미를 이야기 해보는 시간이 특히 인상깊었다. 아미(군사정권)은 죽어지만(떠났지만), 홀로남아있는 아마(유가족)은 ‘*아마* 살아있을지도 몰라, *아마* 우리 외삼촌일지도 몰라’ 희망을 나타낸다고 생각했다.

초반 1/3은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구성 때문에 잘 읽히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문해력이 부족했나?ㅠㅠ’ 속상하기도 했지만 함께 읽은 분들도 나와 같은 감정을 느꼈다고 하셔서 안도의 감정이 들었다:) 혼자 읽었다면 끝까지 못 읽고 덮었을텐데 역시 환경의 중요성을 다시 느꼈다!

본격적인 책의 내용에 대해 남겨보자면 제주 4.3사건을 다루고 있는 이 책은 뒤로 갈수록 자세해지는 묘사와 감정에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그리고 사소한 사건으로 발발된, 아니 어쩌면 어떻게서든 트집을 잡으려고 했을 것 같은 작은 일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학살당했다는게 마음이 아팠다.

책을 읽고 배운 것을 키워드로 정리해보면, #경하와 인선 사이의 절대적인 신뢰가 바탕이 된 우정, #피를 철철 흘리며 죽어가는 자식을 위해 손가락을 잘라 피를 먹이고, 그 순간 너무 행복했다는 부모님의 사랑 #반복되는 역사와 억울함을 우리는 어떻게 애도하고 대처할 수 있을지 생각해볼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가벼운 마음으로 권할 수 있는 책은 아니지만 지금 내가 누리는 삶이 너무 당연하게 느껴지고 소중하지 않은 사람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독서모임 내용

1. 책 내용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과 왜 인상 깊었는지 적어주세요.

P. 56 거기 나오는 사람들, 아니, 그때 그곳에 실제로 있었던 사람들

말이야, 아니, 그곳 뿐만 아니라 그 비슷한 일이 일어났던 모든 곳에 있었던 사람들 말이야.

총에 맞고, 몽둥이에 맞고, 칼에 베여 죽은 사람들 말이야.

얼마나 아팠을까? 손가락 두 개가 잘린 게 이만큼 아픈데 그렇게 죽은 사람들 말이야, 목숨이 끊어질 정도로

몸 어딘가가 뚫리고 잘려나간 사람들 말이야.

 

-> 작가가 이 책을 쓴 이유가 드러나는 문장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타인의 아픔을 진심으로 공감하고 헤아리려고 한 적이 있을까?

하루 아침에 건강에 대한 상실을 경험하고 매일 아침 진통제를 먹으며 통증과 싸우고 있는 환자들의 마음을 내가 진심으로 들여다보고 도와주려고 했나?

누구는 10년도 전에 일어난 일에 대한 상처와 어려움을 잊지 못하고 고통 속에 살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런 사람에게 우리는 ‘이제는 그만 잊어~ 오래됐잖아’라고 가벼운 조언을 하지는 않았나.

나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는 사건들(세월호, 이태원 사건, 경북산불 등)에 대한 애도와 위로는 어떻게 해야 현명한걸까?

책을 읽고나면 내 삶에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해보는데 지난 과거에 대한 복기(나는 객관적으로 사건을 보고 의견을 냈나? 아니면 단편적인 부분만 보고 섣부른 판단을 내리지는 않았나? 의도치 않은 마녀사냥은 아니었을까? ), 현재에 대한 견해(언론과 상관없이 억울한 일에 대한 주체적인 판단을 해야한다), 미래에 대한 의사결정에 대한 준비(주변의 의견에 흔들리지 않고, 정확한 사실에 기반한 의사결정)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2. 이 책은 제주 4.3 사건 외에도 경북 지역에서의 보도 연맹 가입자들의 죽음까지 이승만 정권과 군사 정권 시기에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폭력의 참상을 증언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처음 알게 된 내용과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나눠봅시다.

 

3.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유에 대해 스웨덴 한림원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한 서정적 산문’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증언 문학으로서의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것인데요. 여러분은 증언으로서의 문학, ’증언 문학‘의 의의를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증언 = 증인으로서 사실을 진술함. 또는 그런 진술. -> 기억은 왜곡되기 쉽지 때문에 누군가에겐 사실이라고 확신되는 것이 사실은 거짓일 수 있다.

서정적=정서를 듬뿍 담고 있는 것.

부끄럽지만 ‘증언문학’이라는 표현을 처음 접하게 되어서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았았다. 모임 참가자분께서 본인은 사투리로 서술되어 있어서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씀하셨었는데, 증언문학의 의의를 생각해보니 한강작가가 일부러 제주방언으로 적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 투박한 사투리에서 느껴지는 제주도민들의 순수함이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외국어를 배울 때 단어가 가지는 의미와 뉘앙스를 그 자체를 받아들이는 것. 한강작가가 제주도 방언을 배워서 쓴 이유가 있지 않을까?

 

4. 책을 읽고 나서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질문을 하나 해주세요.

# 한강 소설에서는 '꿈, 눈, 나무, 새"가 자주 등장합니다. 인선이 키우는 두 새, 아미와 아마의 죽음이 특히 의미심장하게 느껴지는데요. 여러분은 작품 속 새 두 마리의 등장과 죽음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하셨나요?

→ 글 초반에 유서를 반복해서 쓸 만큼 죽음을 바랬던 경하가 죽었을지 살았을지도 모를 친구의 앵무새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눈보라를 뚫고 제주도로 내려간다. 웅덩이에 빠졌을 때도 ‘새가 나를 기다리고 있어’라고 삶의 이유를를 떠올린다. 그리고 엄마의 4.3사건 이야기를 듣고 황폐해진 마음으로 그 기록을 찾아가는 인선에게 앵무새는 유일한 친구이자 가족이 된다.

새는 우리 삶의 목적이자 희망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고되고, 험난한 세상 속에서 큰 목표가 아니라 작지만 유일하고 소중한 삶의 이유.

 

 




댓글


퓨미
25. 04. 05. 19:49

미카님 아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