될 때까지, 결과 나올 때까지
행동하는 투자자 킵고잉헤일리입니다.
작년 봄, 그토록 원하던
부모님의 서울 내 집 마련을 해드릴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께서도 함께 발품을 팔며 찾은 집이라
그 누구보다 기뻐하시며 눈물까지
흘리셨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https://cafe.naver.com/wecando7/10963374
그렇게 기쁜 마음으로 전세를 맞추시고,
등기 치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계셨어요
-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 시작이 됩니다.
잔금일이 다가오면서
혹시 놓치는 것은 없는지 엄마와
함께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었죠
👰🏻♀️ 엄마, 잔금 날짜는 오전 몇 시로 잡았어?
반차 써야 해서.”
👩🏫 “오후로 잡으셨대. 매도자가 오후밖에 안 된다고 해서
그날 동시계약 하기로 했어.”
👰🏻♀️ “왜? 잔금은 오전에 해야 좋은데...
(매도자는 자기가 가격을 너무 싸게 팔았다고 생각해
이미 부동산 사장님과 다투고, 이후로는 아무 협조도 하지 않는 상황)
엄마, 그럼 법무사는 내가 알아볼게.”
👩🏫 “아빠가 법무사 안 쓰고 직접 하시겠대.
예전에도 한번 하셨다고 하더라고.”
👰🏻♀️ "엄마, 그날 정신없을 수도 있어. 잔금도 오후고...
난 법무사에게 맡기는 게 좋겠어
내가 낼테니까 이건 꼭 법무사에 맡기자.”
부모님은 법무사 비용이라도 아끼겠다며
스스로 하시겠다고 하셨습니다.
내 집이 아니었기에 모든 결정을
제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고,
그저 옆에서 더 좋은 방법이 있다면
함께 고민하고 도와드리는 것뿐이었습니다.
드디어 잔금일
D-DAY
그날 저는 회사 일정으로 인해 휴가를 낼 수 없었고,
부모님은 긴장된 마음으로
서산에서 서울까지 올라오셨습니다.
👰🏻♀️“엄마, 나 좀 걱정되니까
잔금 치고 등기 접수하면 꼭 전화줘!”
(매도자가 계약 작성 당시에도 부모님께
거친 말을 하셨던 상황이라 마음이 편치 않았음)
3시가 넘어가도 연락이 없었고
왠지 느낌이 좋지 않았습니다.
따르릉—
엄마 전화였습니다.
목소리가 무척이나 떨고 계셨는데요
👩🏫 “헤일리…. 지금 4천 정도 여유분이 있니?”
이미 중도금은 어느 정도 지급된 상태였고,
전세입자의 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를 계획이었기에
추가 금액은 필요 없을 줄 알았습니다.
‘뭔가 잘못되었구나.’
👩🏫 “엄마가 지금 동사무소에서 등록세 내러 왔는데,
업무시간이 30분밖에 안 남아서 상황이 급해.
결론만 말하면, 취득세가 8%래.”
👰🏻♀️“8%??? 갑자기???”
어머니는 서산에 기존 거주하던 집이 한 채 있었고,
이번에 서울에서 매수한 집까지 합쳐도 2채였기에,
취득세는 3.3%만 내면 될 줄 알았습니다.
막내 동생 명의로 어머니가
예전에 분양받은 집이 한 채 더 있었지만
세대분리가 된 상태라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유는 아래와 같았습니다.
✔️세대분리 - 만 30세 이상
✔️ 30세 미만의 자녀도 취득일이 속하는 직전 1년간 발생한 소득이
기준 중위소득의 40% 이상이어야 함. (월 100만 원 이상)
*단, 세금 신고가 이루어진 소득만 인정.
(현금알바, 신고 안 된 수입 제외)
세대분리만 되면 되는 줄 알았는데,
동생은 30세 미만이었기에
세대분리가 유효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걸 제가 놓쳤습니다.
당시 저는 3호기 계약금으로
보유한 현금을 거의 다 사용한 상태였지만
다행히도,
사용하지 않았던 마이너스 통장의 자금으로
급한 불을 끌 수 있었습니다.
취득세로 8천만 원이상의 금액을
지불해야한다는 사실에
멘탈이 무너지기 직전이었습니다.
정말 고생해서 싸게 만든 가격이었는데
허무하게 돈을 더 내야 한다니…
그 상황 속에서
은행을 돌아다니시고,
세입자는 오늘 등기 접수 안 하면
고소하겠다는 이야기,
매도자의 냉소적인 눈빛까지…
그 모든 상황을 혼자 감당하셨을
부모님을 생각하니 너무 가슴이 아프고,
스스로에게도 너무 화가 났습니다.
내가 같이 갔더라면,
만약 이 집을 안 샀더라면…
이 모든 것이 능력 대비 돕고 싶었던
욕심에서 비롯된 대가일까….?
그러던 중, 덜덜 떨고 계신 부모님을 보면서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엄마, 괜찮아. 내가 계산해봤는데
우리 이거 5천만 원 더 내도 정말 싸게 산 거야.
이미 가격도 많이 올랐잖아!!.
우리는 CEO고,이번 일로 더 배운걸꺼야.
비싼 돈 주고 배웠다고 생각하자.
그리고 해결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
내가 꼭 찾아볼게. 괜찮아.”
그리고 방법을 찾았습니다.
라는 문구에서,
동생이 알바를 했던 기억들이 생각났습니다.
동생은 세금 신고가 이루어진 소득이
천만 원이 조금 넘었고,
신고되지 않은 급여까지 합치면
약 1,200만 원 이상이 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작년 기준 소득증명서는 5월에 발급될 예정이고,
해당 자료를 바탕으로 취득세 재심 신청을 해볼 계획입니다.
이 과정을 겪으면서
저는 우리가 얼마나
무거운 일들을 감당하고 있는지를
몸소 느낄 수 있었습니다.
투자 환경에 있다 보니
'집을 산다'는 행위가 예전보다 덜 두렵게 느껴졌고,
그래서인지 제 마음이 다소 느슨해졌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로 인해 이런 실수까지 하게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일반적인 경우 평생 1~2번 겪는
매수와 매도 과정을
숙명처럼 반복해 나가는 사람들입니다.
그 안에서 모든 것이 익숙해지고,
조금씩 안일해지며
작은 것들을 놓치거나
지켜야 할 원칙을 흐리게 되는 순간,
정말 와르르 무너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초보 운전자보다
운전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더 큰 사고를 내는 것처럼요.
투자자로서의 연차가 쌓일수록
더 보수적이고, 안정적이며,
무엇보다도 ‘원칙’을 더욱 철저히
지켜야 한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선배 투자자분들께서 해주셨던 말씀들 역시
‘이 정도는 괜찮겠지’
‘설마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기겠어?’
라는 자만심과 안일함으로 흘려보내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투자자는 결국
‘대응의 영역’에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이번 경험을 통해 절실히 깨달았고,
이 복기 글을 통해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경각심을 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글이
지금 투자를 준비하고 계신 분들,
혹은 조금 안일해진 마음을 가진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댓글
헤일리님~ 세상에 ..재심 잘 처리되시길 기도할께요. 저도 이부분 항상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었는데 아찔하네요. 바쁜와중에 경험담 글까지 고생많으셨고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