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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형편없는 임보를 쓰는구나 [조카인]

25.10.04







 

 




오늘은 N월 1일입니다.

비록 이번 달 임보 표지 고르는데


자그마치 3시간이나 걸렸지만


이번에 고른 새빨간 표지는


마치 부동산과 맞벌이할듯한


내 미래를 보여줘서 느낌이 좋습니다.

 

 

 

 

 


 

 

 

 




매월 1일은 나무위키만 바라봅니다.


나무위키 요약하는 대회가 있으면


최소한 TOP 10 안에는 들지 않을까하며


처음 보는 임장지를 글로 살펴봅니다.


 

 

 

 

 

 

 

 

 




잠이 옵니다.


코알라는 하루 20시간을 잔다는데


나는 91년생 코알라띠거나


아니면 전생에 코알라였을거라 확신합니다.
 

 

 

 

 

 

 

 

 

 






인구 파트입니다.


능숙하게 주민등록통계 사이트에 들어가


인구수와 세대당 인구수 DATA를 받아


예쁜 그래프를 만들어 임보에 붙입니다.

 

 

 

 

 

 


 

 

 

 




그리고 생각...


을 적어야 하는데...


일단 연령별 인구 비율을 만들고 나서..


인구 증감을 보고 나서 생각해야지..


하고 지난 달에 그랬던 것처럼 넘어갑니다.

 

 

 

 

 

 

 

 







분위기 임장 루트를 그리고


아침 일찍 기차에 몸을 싣습니다.


동료와의 만남에 피곤한 줄 모릅니다.


그렇게 임장을 돌고 생활권 정리를 합니다.


좋아! 내일부터 임보 찢는다!

 

 

 

 

 

 

 

 

 













직장... KOSIS가 안되네...?


교통... 음... 강남역까지 얼마나 걸리지...?


학군은 역시 아실이지!


환경... 카페에 '전국 백화점' 검색... 복붙!


공급... 잘까?

 

 

 

 

 

 

 

 







이놈의 임장지에는 왜 이렇게 단지가 많은지


주말 이틀을 꼬박 돌아도 다 못채우겠네요.


썩구축은 건너뛰었는데도


이 단지가 저 단지 같은 1기 신도시st

 

 

 

 

 

 

 







집에 와서 단지 분석을 해야하는데


내 안에 코알라 유전자가 번뜩입니다.


생각해보니어릴 적에 우리 아빠는


매 주말마다 낮잠을 잤었네요.


이렇게 아빠 탓을 하면서 잠을 잡니다.

 

 

 

 

 

 

 

 







그렇게 최임 제출 3일 전


복붙의 신이 어김없이 찾아와


단지 분석아닌 붙석을 단 하루 만에 마칩니다.


단지 생각은 최임 내고 보충해야지!

 

 

 

 

 

 

 

 







이틀 전에는 임장지에서 본 매물 중에


투자금이 제일 적게 드는 물건을 1등으로


하루 전에는 전수조사를 하고 싶지만


그냥 지난 달에 1등을 역시 복붙합니다.

 

 

 

 

 

 

 

 







그렇게 31일이 되었고


월간 복기를 하면서


이렇게 생각합니다.

 

 

 

 

 

 

 

 







나는 형편없는 임보를 쓰는구나..

 

 

 

 

 

 

 

 

 

 

 

 





 

 

 

 

 








1970년대 미국에


자기는 형편없는 글을 쓴다


는 작가가 있었습니다.

 

 

 

 

 

 

 

 







그와 아내와 두 아이까지 네 식구는


트레일러 자동차에서 잠을 잘 만큼


참 '가난하다'는 말 한 마디 밖에


나오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낮에는 기간제 영어교사로 일하고


밤에는 세탁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중간 중간 떠오르는 영감들을 기억해놨다가


글로 쓰고 휴지통에 버리고 쓰고 버리고


끝 없는 창작의 반복을 이어갔습니다.

 

 

 

 

 

 

 

 







나름 괜찮게 썼다고 생각하는 글을


여러 출판사에 건내보지만


거절과 함께 돌아오는 것은 조롱 뿐.

 

나는 정말 형편없는 글을 쓰는 구나.

 

 

 

 

 

 

 

 







어김없이 반복같은 쓰고 버리고를 하던 와중


그의 아내가 휴지통에 버린 원고를 쳐다봅니다.


3 페이지 분량의 초고를 보고는


그를 향해 이렇게 말합니다.

 

 

 

 

 

 

 

 







괜찮은데요? 한 번 고쳐서 써보지 않을래요?

 

 

 

 

 

 

 

 

 

 

 

 

 


원고에 살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어짜피 또 형편없을 거지만


어짜피 또 퇴짜를 맞을 거지만


그렇게 휴지통에 버려진 소설을 완성시켜갑니다.

 

 












1974년 스티븐 킹의 첫 번째 소설이자


첫 번째 성공작인 <캐리>가 탄생합니다.
 

 

 

 

 

 

 

 

 

 

 

 

 







 

 

 






<캐리>에 이어 <샤이닝>, <미스트>,


공포소설이 아닌 소설로도 유명해


영화까지 만들어진 <쇼생크 탈출>까지..

 

 

 

 

 

 

 








세계적인 작가! 호러물의 대가!


이렇게 우리는 '스티븐 킹' 이름 앞에 붙는


그의 위대하고도 대단한 수식어,


대단한 결과를 보고 생각합니다.

 

 

 

 

 

 

 

 







그건 스티븐 킹이니까 그런거지..

 

 

 

 

 

 

 

 







그런 그도 휴지통에 많은 작품들을 버리며


스스로가 형편없다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습니다.


형편없다고 생각했던 작품들이 있습니다.
 

'형편없다고 생각했던'이란 말이 참 기네요.


과정이라 적으면 되겠네요.

 

 

 

 

 

 

 

 







스티븐 킹에게도 과정이 있었습니다.


처절한 슬럼프가 있었고


먹여 살려야할 식솔이 있었고


이루고 싶은 꿈이 있었기에


꾸준하게 글을 썼습니다.

 

 

 

 

 

 

 

 







내가 형편없다고 생각하는 임보도


처절하게 다가오는 최임 제출일도


모두 내가 이루고 싶은 꿈을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레전드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아주 처절하게 그리고 꾸준하게


슬럼프 속에서 만들어진다. 

- 최인아,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작년 8월에 월부카페에 썼던 글입니다.

 

익숙해지기 전이 가장 어렵단걸 알면서도,

 

힘든게 나쁜 게 아닌 걸 알면서도

 

한 분야에서의 슬럼프라는 것은

 

우리를 밟기도, 혹은 밟히게도 합니다.

 

다시 읽어보니 힘이 돼서 닷컴에 올려봅니다.
 

 

 

 

 

 

 

 

 

 


오늘도 레전드를 만드는 우리 화이팅입니다! 

 

 

 

 

 

 

 

 

 


 


댓글


담이팝
25. 10. 04. 21:57

시간이 지나고나면 무언가 잘하게되면 아쉬운건 “그때 조금 더 열심히 할걸, 몰입할걸”이지만서도 그때만큼 또 “아 그때 좀 더 즐기면서 할걸”이라는 생각이 드는 귀중한 시간도 없더라고요. 오늘도 밤하늘보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길 수 있게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젠 핑계도 수준급이죠? ㅋ)

돈이 달리오
25. 10. 04. 22:02

킹카인님 감사합니다 ㅎㅎ 당신은 이미 레전드

짱이사랑맘
25. 10. 04. 22:05

아... 너무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글이네요. 처음엔 그냥 임보를 잘 써보고 싶다는 내용일 줄 알았어요. 누구나 처음은 있고 누구나 형편없는 시절은 있고 그냥 그렇게 하다보면 언젠가 잘할 수 있겠다. 다시 고쳐 쓰고 고쳐 써보자. 사람은 고쳐 쓰는게 아니라지만 임보는 고쳐 쓸 수 있다. 그리고 슬럼프도 넘길 수 있다. 힘에 부친게 당연하다~ 당연한걸 받아들이는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