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내식당, 식판 위에서 태어난 이야기입니다.

점심시간이었다
오늘 메뉴는 콩비지찌개🍲와 꽁치조림
찌개는 고소했고 꽁치는 살보다 가시가 많았다
실은 국을 한 숟갈 뜨고 나서도
젓가락을 들지 못했다
왜냐하면…
오늘 아침 회의에서 했던 내 말이 자꾸 떠올랐기 때문이다
“여기 수정하셔야 할 것 같아요
이 워딩보다는 이쪽이 더 낫지 않을까요?”
“이 데이터 출처가 공신력이 있나요?”
동료샘은 웃으며 고맙다고 했지만
나는 알았다.
내 말이 조심스럽지 못했다는 걸
예전보단 나아졌다고 믿었는데
아직도 내 생각이 맞다고 생각하면…
그냥 못 넘기는 사람이다
사실 시시비비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게 익숙했다
정리되지 않은 말을 들으면 바로잡고 싶고
틀린 정보가 보이면 가만히 못 넘겼다
(특히..! 오탈자…)
솔직히 일잘하는
유능한 직원이라는 말이
싫지 않았다
아니 좀 좋았다
🥄
그런데 월부 생활을 오래하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게 맞았던들
뭐가 그렇게 달라졌을까?
내가 이긴다고 해서 관계가 좋아지는 것도 아닌데
내 말이 옳다고 해서 분위기가 더 나아지는 것도 아닌데
오히려 결과는 더 좋지 못할 수도 있는데
그러다 며칠 전 읽었던 인간관계론의 문장이 떠올랐다

“논쟁에서 이기는 유일한 방법은 피하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다음 문장에 뼈를 맞았다.
….
🥄
나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지적을
더 좋게 하자는 핑계로 했을까
하지만 그게 진짜 더 좋은 결과였을까?
사실은 내가 좀 잘난척 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그런데 생각해보면
나도 인생에서 정말 많이 틀려왔다
그럴 때마다 굳이 뭐라 하지 않고
그냥 조용히 넘겨준 사람들이 있었다
이제 와 생각해보면
그게 가장 다정한 배려였던 것 같다
점심을 다 먹고
숭늉을 들고 나오며 다시 다짐했다
앞으로는 이기려 들지 말자
정답을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상대가 마음 놓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
🥄
요즘 나는
회사에서 실수도 잦고
허둥지둥하는 삶을 살고 있다.
뭔가 척척 날카롭게 했던 시절은 지나간 것 같고
깜빡하고 실수도 곧잘 한다.
그런데 며칠 전 실장님이 한 말이 자꾸 떠오른다.
"박과장, 요즘 좀 허당 같아졌어
근데… 인간미 있어서 좋아"
그 말이 괜스레 맘에 남았다
예전엔 무조건 똑부러져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좀 웃기고 허술해도 괜찮지 않나 싶다
나 박과장은
완벽한 사람보단 편한 사람이 되고 싶다
밥말생 4부 끝
1탄: 밥 먹다 말고 하는 생각🍴 밥말생 #1 "실장님은 내가 여러 번 결혼한다고 생각했다" [스리링] |